453회(2013.2.18) 우리말 겨루기 문제 함께 풀어 보기(2)
453회(2013.2.18) KBS 우리말 겨루기 문제 함께 풀어 보기(2)
(계속)
4. 3단계 문제 : 맞춤법․띄어쓰기
일상생활에서 흔히 맞닥뜨리는 낱말들의 활용을 다룬 중~중상급의 문제들. 한마디로 우리말 겨루기 공부를 하는 이들에게 실생활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좋은 문제들이었다. 우리말 공부를 하는 근본 목적이 바로 그처럼 일상생활에서 올바른 우리말을 어법에 맞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기에.
이번 문제에서는 비교적 까다로운 편인 접사 문제가 나오지 않은 대신, 용언의 올바른 활용에 관한 문제가 대부분이었다. 조사와 의존명사 결합 형태에 관한 손쉬운 문제 하나만 선보일 정도로, 아주 평이한 편이었다.
-호탕하게 웃어 젖혔다(o)/제쳤다(x)/제꼈다(x) : 맞춤법에서 자주 나오는 문제. ‘젖히다’와 ‘제치다’의 의미를 정확히 알아두는 게 좋다. 이 경우의 ‘젖히다’는 앞말이 뜻하는 행동을 막힌 데 없이 해치움을 나타내는 보조용언으로 쓰였다. ‘젖히다’에는 아래에서 보듯 입맛이 싹 없어진다는 뜻도 있다. 아울러 어려운 낱말로 ‘제키다’라는 좋은 말도 있다. 공부해 두면 우리말 수준(?)이 한 단계 올라가는 그런 고급 낱말. 내 책자의 해당 부분을 전재한다.
◇골키퍼를 젖히고 한 골 넣었다 : 제치고의 잘못.
제치다? ①거치적거리지 않게 치우다 ¶문지기를 제치고 골을 넣다. ②하던 일을 미루다 ¶집안일을 제쳐두고 놀러만 다니다니. ③상대편을 이겨내다 ¶청군을 제치고 우승하다. ④대상/범위에서 빠지다 ¶나만 제쳐두고 저희끼리 구경 가다니.
젖히다1? ①‘젖다(뒤로 기울다)’의 사동사. ②안쪽이 겉으로 나오게 하다. ¶저고리가 젖혀지자 하얀 젖무덤이 나왔다. ③?? 앞말이 뜻하는 행동을 막힌 데 없이 해치움을 나타내는 말. ¶밀어젖히다, 뒤젖히다, 열어젖히다?.
젖히다2? 입맛 따위가 싹 없어지다. 입맛을 잃다.
◇철사를 만지다 보니 살갗이 이곳저곳 까져서 약을 발랐다 : 제켜서가 옳은 말
[설명] 흔히 쓰는 ‘까지다’는 껍질 따위가 벗겨지는 것. 사람에게 쓰기는 곤란.
제키다? 살갗이 조금 다쳐서 벗겨지다. ☜[주의] ‘젖히다’가 쓰일 자리에서 잘못 사용되기도 함.
-제법 군인 티가 박인(o)/박힌(x)/배긴(x) 아들이 늠름해 보였다 : 흔히 자주 잘못 쓰는 표현. ‘박이다’가 원형으로 자동사이고, 흔히 쓰는 ‘박히다’는 피동형.
◇이미 머릿속 깊숙이 박힌 생각인데 쉽게 바뀔 수 없어 : 박인의 잘못.
[설명] '박다‘의 피동은 ’박히다‘이며, ’박이다‘는 자동사. ¶마디마디마다 못이 배긴(x) 어머니의 손 : '~못이 박인'의 잘못.
박이다?①버릇/생각/태도 따위가 깊이 배다. ②손바닥/발바닥 따위에 굳은살이 생기다.
-설거지를 할 때마다 소매를 걷어부치고(x)/걷어붙이고(o) 했다 : 기출문제. 여기서는 또 다른 공부를 해둬야 한다. 흔히 ‘팔을 걷어붙이고...’ 로 쓰는데, 팔은 걷어붙이는 것이 아니고 들거나 움직이는 것. 걷어붙이는 것은 팔을 덮고 있는 소매이므로, ‘소매를 걷어붙이고’로 써야 한다. ‘귀싸대기를 한 대 올려붙이다’의 경우에도 ‘-붙이다’를 쓴다.
여기서의 ‘붙이다’는 ‘붙다(어떤 것이 더해지거나 생겨나다)’의 사동사이다. 엄지인 아나운서가 설명할 때 이 말의 어원이 ‘불다’여서 그 어원을 드러내기 위해서 받침 ‘ㅌ'을 표기에 살렸다고 했는데, 그것은 좀 잘못된 설명이다. 어원을 살렸다는 설명은 맞지만 ‘붙다’의 어원은 ‘붇다’이며 ‘불다’에는 어떤 것이 더해진다는 뜻 자체가 없다. 사전에서 ‘불다’를 찾아보면 금방 확인할 수 있다.
흔히 쓰는 ‘강물이 불어나서’와 같은 경우에 쓰인 ‘불어나서’도 ‘붇다’의 활용이지, ‘불다’의 활용이 아니다. ‘붇다’는 ‘불어, 불으니, 붇는’으로 활용하는데, ‘짜장면/라면이 불기 전에 먹어라’의 경우에 쓰인 ‘불기’도 바로 ‘붇다’의 활용이다.
어원을 살리기 위하여 받침에 ‘ㄷ’ 표기를 붙이는 아래 경우들과 연관지어 생각해도 좋다. 즉, 술가락 -> 숟가락; 바느질고리->반짇고리; 설 달->섣달; 삼월 삼질날 -> 삼짇날.
‘부치다’와 ‘붙이다’의 구별도 은근히 까다롭다. 차제에 공부해두고 가면 좋다. 내 책자의 해당 부분을 아래에 덧붙인다.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 소매를 걷어붙이고의 잘못. [걷어부치다(x) ->걷어붙이다(o)]
◇♣‘부치다’와 ‘붙이다’의 올바른 쓰임
①부치다
°편지/물건 따위를 일정한 수단이나 방법을 써서 상대에게로 보내다. ¶편지를 부치다; 아들에게 학비와 용돈을 부치다; 짐을 외국으로 부치다
°어떤 문제를 다른 곳이나 다른 기회로 넘기어 맡기다. ¶안건을 회의에 부치다; 임명 동의안을 표결에 부치다; 재판에 부쳐 처벌하였다.
°어떤 일을 거론하거나 문제 삼지 아니하는 상태에 있게 하다. ¶회의 내용을 극비/비밀에 부치다; 세상에 떠도는 얘기 같은 것 불문에 부치겠다
°원고를 인쇄에 넘기다. ¶접수된 원고를 편집하여 인쇄에 부쳤다.
°마음/정 따위를 다른 것에 의지하여 대신 나타내다. ¶시인은 외로움을 기러기에 부쳐 노래한다.
°먹고 자는 일을 제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하다. ¶삼촌 집에 숙식을 부치다; 당분간만 밥은 주인집에다 부쳐 먹기로 교섭했다.
°모자라거나 미치지 못하다. ¶힘에 부친 일.
°논밭을 이용하여 농사를 짓다. ¶밭 한 뙈기를 겨우 부치고 있지.
°번철/프라이팬 따위에 기름을 바르고 빈대떡, 저냐, 전병(煎餠) 따위의 음식을 익혀서 만들다. ¶이런 날은 부침개를 부쳐 먹으면 딱인데.
°부채 따위를 흔들어서 바람을 일으키다. ¶손부채를 부치려니 더 더워졌다.
②붙이다
°‘붙다(맞닿아 떨어지지 아니하다)’의 사동사. ¶봉투에 우표를 붙이다; 메모지를 벽에 덕지덕지 붙이다
°‘붙다(불이 옮아 타기 시작하다)’의 사동사. ¶연탄에 불을 붙이다; 담뱃불을 붙이다
°‘붙다(조건, 이유, 구실 따위가 따르다)’의 사동사. ¶계약에 조건을 붙이다; 일마다 이유를 꼭 붙여야 직성이 풀린다.
°‘붙다(식물이 뿌리가 내려 살다)’의 사동사. ¶땅에 뿌리를 붙이다.
°‘붙다(주가 되는 것에 달리거나 딸리다)’의 사동사. ¶주석을 붙이다; 논문 뒤에 부록을 붙였으니 참고하시오; 가사에 곡을 붙이다
°내기를 하는 데 돈을 태워 놓다. ¶내기에 1000원을 붙이다.
°신체의 일부분을 어느 곳에 대다. ¶경찰이 벽에 몸을 바짝 붙이고 범인의 동태를 살핀다.
°윷놀이에서, 말을 밭에 달다. ¶세 번째 말을 붙이다.
°‘붙다(물체와 물체 사람이 서로 바짝 가까이하다)’의 사동사. ¶가구를 벽에 붙이다; 아이를 자기 옆에 딱 붙여 놓고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붙다(바로 옆에서 돌보다)’의 사동사. ¶중환자에게 간호사를 붙이다; 아이에게 가정교사를 붙여 주다
°‘붙다(어떤 것이 더해지거나 생겨나다)’의 사동사. ¶운동을 해서 다리에 힘을 붙였다; 몸에 살을 붙여야지, 너무 말랐다
°‘붙다’의 사동사. ¶한글 이름을 수출 상품에 붙이다
°‘붙다(어떤 감정/감각이 생겨나다)’의 사동사.
°말을 걸거나 치근대며 가까이 다가서다. ¶농담을 붙이다; 박 소령과 얼굴이 마주치자 부동자세로 경례를 붙였다.
°기대나 희망을 걸다. ¶앞날에 대한 희망을 붙이다.
°‘붙다(어떤 놀이/일/단체 따위에 참여하다)’의 사동사. ¶너희들끼리만 놀지 말고 나를 좀 붙여 줘라; 그는 재주가 많으니 우리 일에 붙이면 도움이 될 거야.
°‘붙다(어떤 것이 더해지거나 생겨나다)’의 사동사. ¶목숨을 붙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였다.
°남의 뺨/볼기 따위를 세게 때리다. ¶올려붙이다; 상대편의 따귀를 한 대 붙이다.
°(주로 ‘번호’, ‘순서’ 따위와 함께 쓰여) 큰 소리로 구령을 외치다. ¶번호를 붙여서 일렬로 들어간다; 동생이 멋지게 차렷 구령을 붙였다.
°‘붙다(겨루는 일 따위가 서로 어울려 시작되다)’의 사동사. ¶흥정을 붙이다; 동네 불량배를 다른 지역 불량배와 싸움을 붙였다.
°‘붙다(암컷과 수컷이 교합하다)’의 사동사. ¶튼튼한 놈들끼리 교미를 붙여야 새끼가 튼실하다.
°‘붙다((속) 남녀가 가까이 지내거나 성교(性交)하다)’의 사동사. ¶누군가 그 남자를 모함하려고 그 남자를 다른 여자와 붙이려고 한 것 같다.
-꽁꽁 싸맨 상자를 끄르니(o)/끌르니(x) 선물이 나왔다 : 이것 역시 '끈을 풀르니(x)/푸니(o); 산에 올르니(x)/오르니(o)'와 같이 흔히 일상생활에서 불필요하게 ‘ㄹ'을 첨가하여 잘못 발음하는 사례에 속한다. 용언의 원형을 떠올린 다음 차분하게 그 활용을 생각해 내어 바로 잡으면 편리하다. 원형은 각각 ‘끄르다/풀다/오르다'. 평이한 문제.
-내가 고맙다는 말을 아무리 해도 그는 들은 체 조차(x)/들은체 조차(x)/들은 체조차(o) 않더라 : 의존명사와 조사만 알면 평이한 문제. ‘조차’는 조사이고, 조사는 붙여 적으므로 ‘체조차’. ‘체’는 의존명사이므로 앞의 관형형 ‘들은’과는 띄어 써야 한다.
5. 4단계 문제 : 낱말 뜻풀이
출제된 낱말들은 비교적 용이한 ‘지긋하다, 바락바락, 봄꿈, 가드락거리다(동점자 문제)’.
그런데 그 중 ‘바락바락’은 좀 문제가 있는 말이었다. 그 본줄기에 해당하는 말은 ‘바락바락하다’인데, <표준>에 의하면 ‘빨래 따위를 가볍게 조금씩 주무르다.’라는 의미로는 북한어이기 때문이다. 즉, 원줄기 뜻말을 북한어로 규정해 놓고서 부사에서 그 의미를 살린 것은 <표준>의 실수인데, 그걸 점검하지 않은 채로 <표준>만 믿고 출제한 감이 든다. (어제 방송된 문제의 출제진에 변화가 있었던 듯하다. 두어 군데에서 매끄럽지 못했다. 맞춤법/띄어쓰기 문제에서도 통상과 달리 6문제가 아닌 5문제만 출제된 것도 그렇고.) 내 책자에서 이 문제 있는 ‘바락바락’을 싣지 않은 것은 ‘바락바락<버럭버럭’으로 흔히 쓰이는 쉬운 낱말이어서이기기도 했지만, 이런 문제가 있어서였다. 참고들 하시기 바란다.
‘지긋하다’ 역시 흔히 쓰는 말이지만, 두 번째 의미를 묻는 문제가 나왔다. 여기서 함께 공부해야 할 말은 그 부사형 ‘지긋이’와 이웃 사촌 ‘지그시’다. 중학교 수준에서 다루는 말이지만, 막상 깊이 들어가서 세분해서 적용하려면 손쉽지 않다. 아래 용례들을 한참 들여다 보시기 바란다.
동점자 문제로 나온 ‘가드락거리다’는 그 큰말인 ‘거드럭거리다’를 떠올리면 쉽게 답할 수 있는 문제였다.
아래에 낱말 뜻풀이를 붙인다.
지긋하다1? ①나이가 비교적 많아 듬직하다. ②참을성 있게 끈지다.
지긋이? ①나이가 비교적 많아 듬직하게. ¶그는 나이가 지긋이 들어 보인다. ②참을성 있게 끈지게. ¶아이는 어른들 옆에 지긋이 앉아서 이야기가 끝나길 기다렸다. ③‘지그시’의 잘못.
지긋하다2? ①진저리가 나도록 싫고 지겹다. ②몸에 소름이 끼치도록 잔인하다.
지긋지긋? ①슬며시 거볍게 자꾸 힘을 주는 모양. ②계속하여 조용히 참고 견디는 모양.
지그시? ①슬며시 힘을 주는 모양. ②조용히 참고 견디는 모양. ¶지그시 밟다/닫다/누르다; 눈을 지그시 감다; 입술을 지그 시 깨물다.
바락바락<버럭버럭? ①성이 나서 잇따라 기를 쓰거나 소리를 지르는 모양. ②빨래 따위를 가볍게 조금씩 주무르는 모양.
바락바락하다? ①성이 나서 잇따라 기를 쓰거나 소리를 지르다. ②[북한어]빨래 따위를 가볍게 조금씩 주무르다.
봄꿈*? ①봄날에 나른해져 깜빡 잠든 사이에 꾸는 꿈. ②달콤하고 행복한 것을 그려 보는 꿈. ③한때의 덧없는 일이나 헛된 공상의 비유.
춘몽*[春夢]? 봄에 꾸는 꿈이라는 뜻으로, 덧없는 인생의 비유.
일장춘몽*[一場春夢]? 한바탕의 봄꿈이라는 뜻으로, 헛된 영화나 덧없는 일의 비유어.[유]백일몽, 설니홍조, 인생무상
가드락거리다<거드럭거리다? 조금 거만스럽게 잘난 체하며 자꾸 버릇없이 굴다.
5. 달인 도전 문제
어제 출제된 말 중 고급 수준의 것들은 하나같이 처음으로 선보인 말들이었다. 쉬운 듯하면서도 정확한 암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답하기 쉽지 않은 그런 말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옛 역사소설에 흔히 나오는 궐공/궐자는 한자어인데, 우리 고유어 ‘궐공’이 출제될 정도로.
부사어 두 개가 나왔는데, 이제나저제나는 순발력을 요하는 문제였고, ‘가다가’는 아주 평이한 낱말이지만 쉽게 떠올리기 어려운, 까다로운 문제였다. 이 ‘가다가’ 계통의 부사들이 제법 된다. 모두 손쉬운 말들이지만, 막상 문제로 출제되면 막히기 쉬운 것들이니 유의해서 공부들 하시기 바란다.
내 책자에서 해당되는 낱말들의 뜻풀이를 전재한다. ‘땅가물’과 ‘땅가시’(기출 낱말) 를 한꺼번에 공부하면 편하다. 여러분들의 용맹 정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궐공1? 몸이 허약한 사람.
병골[病骨]? 병이 몸에 배다시피 하여 매우 허약한 몸. 또는 그런 사람.
텡쇠? 겉으로는 튼튼하게 보이지만 속은 허약한 사람을 낮잡는 말.
골비단지*? 몹시 허약하여 늘 병으로 골골거리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
무럼생선[-生鮮]*? ②몸이 허약하여 힘없이 보이는 사람의 놀림조 말. ③줏대 없는 사람의 놀림조 말.
허깨비? ③겉보기와는 달리 신체적/정신적으로 몹시 허약한 사람의 비유어.
궐공2[厥公]≒궐자[厥者]? ‘그’의 낮잡음 말. [유]궐[厥]/궐야[厥也].
궐녀[厥女]? 말하는 이와 듣는 이가 아닌 여자를 이르는 삼인칭 대명사.
궐자1[厥者]? ‘그’의 낮잡음 말.
물말이? ①≒물만밥. ②물에 흠뻑 젖은 옷/물건 따위.
땅가물? 가물어서 곡식/푸성귀 따위가 마르는 재앙.
땅가시*? 식물의 뿌리.
속가름? 돈/물품의 총액을 적고 그것을 작게 잘라서 낱낱이 밝힘. 그렇게 적은 것.
가끔가다≒가끔가다가?/가다가다?/간혹(間或)가다≒간혹가다가
가다2? ‘가다가(어떤 일을 계속하는 동안에 어쩌다가 이따금)’의 준말.
간혹[間或]가다? ≒간혹가다가(간혹 어쩌다가).
오다가다? 어쩌다가 가끔. 지나는 길에 우연히. [유]우연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