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사진은 내 졸문 '마이산 등산 동행기'의 일부.
마이산 전경(?) 사진 보충 차원에서 옮긴다.
전문은 블로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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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는 스스로 자신에게 붙이는 자신의 이름이다. 즉, 분신이나 다름이 없다. 짧은 시간에 즉흥적으로 작명을 하게 되어도,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아이디는 또 다른 모습으로 돌아다니고 싶은 자신의 모습일 수도 있고 (도플갱어*와 같이), 드러내어 자랑하고 싶은 모습일 수도 있다. 아이디로 함축되는 모습으로 남들이 자신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일 수도 있고, 자신이 하고 싶거나 누리고 싶은 모습의 대용어일 수도 있다.
[*註 : Doppelganger(독) 독일어로,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사람'이라는 뜻. 우리말로는 '분신·생령 ·분신복제' 등 여러 용어로 쓰이지만, 자신과 똑같은 환영을 본다는 뜻에서는 차이가 없다]
아이디에 외국어를 선뜻 사용하거나, 어디서고 외국어 아이디만을 사용하길 고집하는 사람에게는 대체로 한 가지 그늘이 있다. 학교나 교육과 관련된 그늘이 그것이다.
자신이 걸머져야 할 탓 이외의 이유로 우수 학교/일류학교에 진학하지 못했거나, 대학(혹은 고교)에 진학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외국어 (특히 영어) 콤플렉스가 있다든가.... 하는 경우들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많다.
대학을 나왔어도 지방대 출신으로서 주변인 취급을 받아왔거나 받아왔다고 여기는 이. 친구들이 다 간 고교를 자기만 못 간 것만 같아서 지은 죄도 없이 죄인처럼 괜히 기 죽어 지낸 사람. ‘빠다’ 덜 얻어먹고 자란 형편도 억울해 죽겠는데, 그 놈의 영어까지 머리 아프게 해서 은근히 ‘야코’가 죽는 사람 (그 놈의 영어만 아니면 얼굴이 빠지길 해, 몸매가 안 따라주나.... 기 펴고 살 것 같은데 말이야...).
외국 여행의 기회가 아주 없었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맘대로 못 나가본 사람. 요즘은 시골 사람들도 쉽게 다닌다는 해외 관광을 자주 못 가본 사람들일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이런 이들의 또 다른 특징은 하나같이 자아가 강하다는 점이다. 남들에게 비교되기를 싫어하지만, 비교되면 이기려 든다. 자존심이 강해서, 쉽게 교만하거나, 최소한 은근히 자만한다. 그 때문에, 대체로 말을 아끼는 편이며, 허투루 말수를 늘이는 편이 아니다. 하지만, 마이크를 잡으면 이내 마이크 체질로 변하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대체로 술잔을 잡으면 재미있어진다. 그 만큼 오랜 세월에 걸쳐 한 자락씩 여며온 사연들이 길고 깊다.
주량들도 보통은 넘는다. 마음에 맞는 사람과는. 평균적으로 술 앞에서 절제를 잘 하고, 초면인 사람 앞에서는 여간해서 술 취한 모습 자체를 보이려 들지 않는다. 술 앞에서 절제를 잘 하는 이들일수록 안에 쌓인 것들이 은근히 많은데다 오랜 기간 숙성되어 있게 마련인지라, 문제점들이 객관적으로 경미하지 않다는 공통점들도 흔하게 보인다. 그 궁금증의 내역들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드러나는 것들이라는 것 또한 공통적이고...
여하간, 이들의 가장 뚜렷한 공통점으로는 내면의 뜨거움을 들 수 있다. 손을 넣으면 델 정도로 안이 뜨겁다. 자만과 교만 사이를 위태롭게 오가는 자존심이 가장 발달된 곳은 열정 부분이다.
특히, 사랑 분야에서는 다른 어떤 그룹들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안이 뜨겁다. 사랑에 관한 사건을 치면 은근히 대형사고다. 여인들은 폭발적으로 뜨겁고 사내들은 덥게 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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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국어파. 고유어를 제대로 많이 사용한 이름일수록 안팎으로 반듯한 사람이다. 아니, 반듯하게 되려고 더 많이, (혹은 엄청) 노력하는 사람이다.
여기서 자신 있게 내세우고 싶은 아이디를 들라면, 강가벤치와 곰돌이 같은 경우가 있다. 겨우 두 번밖에 대하지 못한 사람들이지만,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이 두 사람의 경우는 고유어 아이디파의 전형만 같다.
고유어파의 특징은 대체로 마음들이 여리다는 점이다. 인공물보다는 자연을 더 선호하는 친자연파가 우세하다. 대체로 고향도 도회지가 아닌 시골이거나, 출신이 도회지라 하더라도 부친의 직업이 경성(硬性)이 아닌 액성(液性) 쪽이다. 부모가 기업가/상업 종사자 등이 아닌 경우가 많다. 교육계나 농어가 계통과 연맥을 댄 채 어린 시절을 보낸 추억들이 많은 편이다. 군인이나 경찰처럼 부친의 직업이 잦은 이사를 해야 했던 이들도 적지 않다.
우리말 아이디 중에 자신의 쓸모나 행태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이들은 앞서 예시한 강가벤치나 곰돌이가 대표적이다. 강가벤치는 타인들의 쉼터로 강가에 놓인 (조용한) 벤치가 되고 싶어하는 관조와 봉사/배려의 마음이 그 이름 짓기에도 고스란히 배어 있다. 곰돌이는 남들이 미련퉁이 곰돌이*로 불러도 허허 웃으며 받아들이겠다는 이쁜 배짱을 감추지 않는 착한 심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사족 : 우리말에 삼돌이가 있는데, 아무 데나 대충 붙여서 쓰는 일들이 많다. 마당쇠나 돌쇠와 같은 의미가 절대로 아니다. 차제에 서비스 삼아, 표준국어대사전(국립국어원 편)에 의한 정통 설명을 붙인다.
삼돌이 = 감돌이 + 베돌이(배돌이) + 악돌이
감돌이 : 사소한 이익을 탐내어 덤비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베돌이(배돌이): 일을 하는데 한데 어울려 하지 않고 따로 행동하는 사람
악돌이 : 악을 쓰며 모질게 덤비기 잘하는 사람.
이와 관련된 속담으로는, “일할 때는 베돌이, 먹을 때는 감돌이”라는 게 있다.]
청초롱/산이슬/봄처녀 등과 같은 이름 짓기의 지향점은 자신의 존재를 그처럼 압축해서 요약하고 싶어하는 쪽이다. 대체로 무색(無色)에 가깝게 욕심이 적거나, 욕심이 있어도 튀지 않는 색깔로 얌전하게 존재하고 싶어한다. 겸손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놓고 무시해도 좋다는 말은 아니다. 상대방이 자신을 습관적으로 무시하는 게 몸에 밸 정도이다 싶으면 그들은 상대방의 페이지 자체를 넘겨 버린다. 망각 속으로 매몰시켜서 자신의 존재에 대한 무시를 확실하게 처리한다. 상대방 존재에 대한 망각처럼 가장 확실하고도 처참한 보복은 없다. 시쳇말에도 있지 않은가.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여인은 버려진 여인이 아니라 잊힌 여인이라고. (여인을 예로 들어 유통되어온 말이라서, 여성분들께는 미안하지만, ‘여인’ 대신 ‘사람’을 넣으면 나으려나.)
그리고 드물게, 재미있게(?) 심각한 경우도 있다. 아직도 내숭을 떠는 걸 졸업하지 못한, 자의식 넘치는 이들의 경우인데, 관찰자 입장에서는 다 큰 어른이 앙탈을 부리는 듯만 해서 재미있기도 하다.
남들이 내 아이디의 의미를 제대로 아는가 싶어서 떠보는 재미로 일부러 어려운 우리말을 골라서 짓는 이들도 그렇고,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말을 살짝 비틀어서 자신만의 것으로 독채전세 사용계약을 맺어놓고서 팔짱 끼고 으스대는 이들도 그런 경우의 일부다. 귀여운 보짱 자랑이라고나 할까. 심각할 정도로 내숭이 몸에 배어있지 않는 경우에 해당되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런 이들일수록 대체로 악의는 없다. 다만, 우물 안에서 바라본 천장이 세상의 전부일 때는 좀 답답해진다. 그 우물 뚜껑을 다 열어젖히는 일이 녹록한 일이 아니므로. [계속]
[April 2011]
[덧대기] 산행 관련 사진 몇 장을 붙인다.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기기묘묘한 작품들은 바로 이 이갑용 님의 신묘한 단독 작업품.
말 귀 모양으로 솟은 건 두 개. 암수로 나뉜다. 이게 수컷이든가...
산정에 올랐을 때 찍은 증명사진(?)
산정에서 절을 향해 하산하는 길에...
마이산 석질은 푸석돌에 가까운데, 희한하게도 그런 암벽 사이의
그 척박한 곳에서 살아내는 녀석들이 있다. 그런 데서 유난히 강한
노간주나무와 소나무.
노간주나무는 북한산록의 바람맞이 암벽에서 군락으로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