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과 함께 작심하고 나선 길
맨날 뜬금없이 불쑥여행만 할 수는 없는 일.
작심하고 나설 때도 있어야 하는 법이다.
(물론 뻔한 꿍꿍이속이 있어서 그리 하는 것이긴 하지만도... ㅎㅎㅎ)
허구한 날 이 나라 저 나라 뒤지고 다녔는데
그 중 중국은 아마도 출입국 도장만으로 여권 하나가 모자랄 정도 아니었나 싶다.
하여, 맨날 출장 보따리 싸느라 고생만 하신 마마님을 뫼시고
한번 대충 훑었다. 광주, 중경, 상해, 북경 정도로.
들른 곳에서 하루씩 유숙했으니 4박5일이었던가.
중국 음식은 아무리 잘 해도 우리덜 입맛엔 좀 느끼하다.
그때는 고추장 계통이 최고인디...
대체품으로 끝내주는 게 '티엔즈'라는 고추 간장 피클이 있다.
하늘로 거꾸로 서서 자라는 작은 고추를 멀건 장에 그냥 담아놓은 것.
그걸 사러 광주의 야시장 골목까지 뒤지다가 드디어 발견...
한꺼번에 열 병 정도를 사들고는 환호성을 합창했다.
(그런 우리 꼴을 보며, 가게 주인은, 별 거 아닌 거 가지고 그리 좋아하는 사람덜,
희한한 사람덜이네.... 하는 표정으로 웃고 있다.
아무렴 워뗘. 우린 좋아죽겄는디, 힛)
중국을 돌면서 내내 애용한 것은 물론이다.
어디서든 먹는 건 제대로 먹고지내야 항게로. ㅎㅎㅎ
마마님과는 처음으로 자금성(故宮)에 들른 거인디
증명사진을 안 박을 수 있나.
내친 김에 천안문광장으로 진출.
뒤에 보이는 인민대회당 안에는
세계에서 제일 긴 그림(만리장성圖,110미터짜리)이 걸려 있는데,
그걸 그린 장용(張龍)이란 화가가 내게 준 축쇄판 그림은
울집 가보쯤 된다.
(빠다링 뒤쪽에 사는 시골 화가 장용을 발굴하여,
인민대회당까지 진출시키는 데에 짬짜미 한몫을 한 게 바로 나인지라
그 은공을 갚겠답시고 준 거...)
거의 모든 이들이 만리장성 발도장 찍기용으로 들르는
빠다링(八達嶺)에서 우리도 꼽사리 좀 꼈다.
(내가 거길 간 건 열 번쯤?
근데도, 증명사진 박은 건 저 때가 처음이었다)
상해임시정부청사 앞에서...
역시 뇨자와 거기서 증명사진을 박은 건 아내가 처음이었다.
(믿거나 말거나)
하기야 여럿이 가면 사진 찍기도 영 마땅찮은 곳이다.
아주 좁디 좁은 골목길. 버스 한 대도 제대로 통행을 못할...
북경의 이화원.
우리네 일산 호수공원에 비하여 크네 작으네 하면서
괜한 입씨름들을 하는 곳. (그런 건 왜 할까나)
암튼 중국말밖에 못하는 기사를 구슬려 여길 찾아가는데
울 마마님 끝내주는 실력을 발휘했다. 우리말로... ㅎㅎㅎ.
그때 알았다.
언어란 도구일 뿐이지, 意思 자체가 아니라는 걸.
선의와 호의, 악의... 온갖 부수물까지도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의 意中에서 나온다는 초보적인 진리를.
어떤 언어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그러므로, 때로는 악인조차도 善意를 發할 수 있고,
선의로 무장한 듯한 사람에게서, 害惡으로 변질된 언어,
탐욕으로 오염된 언어도 나올 수 있당.
아무튼... 말이 나온 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