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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우리 만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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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촌사람 2013. 2. 13.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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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우리 만남은?

                                                     최 종 희


....가장 잘못된 만남은 생선과 같은 만남이다.
만날수록 비린내가 묻어오니까.
가장 조심해야 할 만남은 꽃송이 같은 만남이다.
피어 있을 때 환호하다가 시들면 버리니까.
가장 비천한 만남은 건전지와 같은 만남이다.
힘이 있을 때는 간수하고
힘이 다 닳았을 때는 던져버리니까.
가장 시간이 아까운 만남은 지우개 같은 만남이다.
금방의 만남이 순식간에 지워져 버리니까.
가장 아름다운 만남은 손수건 같은 만남이다.
힘이 들 때는 땀을 닦아주고
슬플 때는 눈물을 닦아주니까....
- 정채봉 <처음의 만남으로 돌아가라>에서

                                 *
친구야
우리 만남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뭣보다도 나는 우리의 만남이
<자유의 여신상> 뒷머리 같은 만남이고 싶어.
무슨 소리냐고?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그 조각상의 뒷머리 부분,
특히 그 머리칼을 어떻게 조각했을까
몹시 궁금했던 어떤 사람이
헬기를 타고 돌아봤대.
그랬더니......
머리칼 한 올까지도 빠뜨리지 않고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더래.
위대한 작품으로 오래 남아 있을 수 있는 충분한 까닭이잖아?

친구야.
우린 그 여신상의 뒷머리카락처럼
보이지 않더라도, 보아주지 않더라도, 정성을 다하는
우리가 되자. 처음부터 끝까지.

그리고 우리, 고목나무의 그루터기가 되자.
더 이상 변하지 않아도 좋은
충분히 낡은 그루터기여서
사람들의 눈길에서 벗어나도

우리끼리만 좋으면 되는 그런 고목나무 밑동이 되자.

그리하여, 어느 누구든 지치고 힘들었을 때
가벼운 마음으로 다가와
엉덩이를 편히 내려놓을 수 있는
편안한 쉼터이면 그만 아니겠어?

우리 그런 쉼터로 나머지 삶을 꾸려나가는
고목나무 그루터기가 되자.
만남의 처음에 신경 쓰기보다도
중간과 끝자락을 더 아름답게 하는 데 애를 쓰자.
그런 만남이 되게 하자, 친구야!      [Aug. 2004]

[덧대기] 오늘 아침 배달된 아침편지를 대하고

              정채봉 님의 나열식 만남이 꾸밈이 많은 듯하여,

              (마치 공중화장실 격문만 같아서)

              내 식으로 만들어봤다.

 

              내가 그동안 살아내 오면서,

              늘 매달고 살아오던 생각이기도 한지라

              차제에 정리해봤다.

              모든 좋은 만남은 심지어 그 헤어짐에서조차도

               뒷머리가,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


                                                                     - 온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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