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가난한 울집 밥상이다.
왜 가난하느냐고?
'돈 나가는' 게 하나두 없응게로.... ㅎㅎㅎ.
거의 전부가 울집 소산이다.
오징어만 빼구, 바지락두 우리가 가서 캐온 거당.
쑥갓무침에 깻잎조림, 바지락 국물에 오징어볶음... 그리고 귤과 또 하나의 과일.
아 상추쌈이 빠졌구낭.
나는 괴기 없이 입 터지게 쌈장 찍어 상추쌈 먹는 게 넘넘 좋다.
그리고 나서 저 바지락 국물을 그릇 째로 들이마시믄... 끝내준당. ㅎ
그런 가난한 밥상 항목 중에 오늘 주목해야 할 것은
사진 맨 왼쪽의 종지에 담긴 뻘건 거...
바짝 들이대서 보이면, 바로 요거다. 보/리/수!
"요기서는 "뽀로소"라고 하더만유."
마마님이 거드시는 말씀이다.
내 고향 서천에서는 "뽀루수"라고 했지 싶다.
이건 바로 위에 보인 것들과는 다른 곳에서 나온 것인데,
바로 앞집 할머니가 따먹으라고 하신 거.
요즘에는 이 보리수도 개량종이 나와서
예전 것보다는 훨씬 크고 단맛도 더 좋아졌다.
이름하여 개량종 보리수...
이건 또 다른 곳에서 따온 것.
우리가 아침 운동을 다니면서 학교 앞에서 따온 것으로
위의 것들보다는 조금 작지만, 재래종보다는 크고 달다.
그곳의 잡급직 (예전에는 일본어 한자인 '소사*'라고 부르던 아저씨)으로 계시는
분의 집이 바로 학교 앞인데, 그 집 옆에 있는 것.
우리보구 맘껏 따다 먹으라고 하셨다.
요즘에는 보리수를 알아보는 이들도 점점 줄어든다면서...
시골아이들조차도 저리 흔한 보리수를 따먹으려 들지 않는다.
마마님이 하교길 진이를 맞으러 갔다가, 잠시 기다리는 사이에
아이들을 모아놓고 따주니까
그때서야 죄다 '아아 맛있다' 소리를 해대면서
처음 따먹어본다고 하더란다.
야, 늬들 부모들 다 워딨냐, 모 하냐?
다들 나오라고 해... 종아리 걷고서.
보리수가 매달려 있는 모습.... 참 이쁘다.
인위적으로 은실에 꿰어 매달아 만든 듯싶을 정도로.
앙증맞은 게 아주 이쁜 뇨자의 볼웃음만 같다.
아구 이쁜 거어!!!
아참, 보리수의 맛?
당근 끝내준다... 요즘은 전과 달리 아주 달아졌다.
신맛이 거의 없~~~~~~~~따.
아주아주 이뻐서 달디단 뇨자처럼... ㅎㅎㅎ
[30 June 2009]
* [註] 소사(小使) : 학교/관청/사무실 등에서 잔심부름을 시키던 사람을
뜻하는 일본어. 우리말로는 사환, 사동으로 순화시켜
사용하자는 운동이 오래 전에 벌어진 적이 있다.
일본어로는 '쇼지'라고 하는데,
아직도 감방 같은 데서는 '소지'라는 말을 쓰고,
그 때문인지, 청소하는 아이나 청소 자체를 소지한다고
하는 이들도 여전히 눈에 띈다.
[덧대기] 어느 곳 게시판엘 갔더니만, 저 보리수 사진을 걸어놓고서
서양앵두라고 표기해놓고 거들먹거리는 걸 봤다.
별장엘 갔더니만 있어서 따왔노라며...
다른 이들이 덧글로 그건 보리수라고 일러줘도,
남푠이 속명으로 접앵두라고 일러줬다고 하면서, 여전히 똥폼.
보아하니, 그녀는 아직도 시골에 살고 있는 듯하고
출신 역시 시골인 듯했는데
보리수 하나를 제대로 모르고서 (나이도 40대 중반은 족히 되었을...)
거기에 별장 운운하면서 서양앵두라고 우기고 있었따.
아마, 그런 이들은 시장에 가서 냉이를 보고서, "오머 이게 냉이야, 난 몰랐네에"
어쩌고 하면서 호들갑을 떨지도 모르겠다.
그런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무식을 자랑하는 그런 거... 그게 바로 무식쟁이의 표본이어!!
자신이 무식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
그게 진짜배기 무지한(無知漢)이다!!
무식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그 뻔뻔함들이 넘쳐나고 있어서
떵만 부지런히 만들어내는 떵배들이 요새 무쟈게 부러나고 있는지두 몰겄다.
사람이 모르는 건 잘못도 죄도 아니다. 어찌 다 알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 무지를, 무식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랑까지 해대려는 건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그게 버릇이 되면 주변 사람들에게 폐가 되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