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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삼은 어디 가고 봉삼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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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촌사람 2012. 5. 30.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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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두어 달 전부터 벼르던 산삼 채취(채심) 길에 나섰다.

일행은 넷. 작가 부부와 초보 농사꾼, 그리고 길잡이 나.

 

결과는?  꽝!!!!!!!!!!!!!!!!!!!!!!!!!!

산삼은 어디 가고 무성한 봉삼만 우릴 맞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걱정했던 대로 어떤 웬수(?)가 한 짓.

 

작년에 함께 그곳에서 채심을 했던 처사촌 녀석이 미리 선수를 친 것.

다음 날, 길 떠나려고 민박 집을 돌아나오는데, 녀석의 모습이 보여서

"야, 너 늬가 거기 갔었냐?" 하니까, 대답인 즉 

"그럼요. 지난 주에 제가 거기서 삼구삼 다섯 개 했어용. 구래서

오늘은 다른 곳 훑으려고 또 왔죵"

아효 저 웬수!!!!!   

 

 

이것이 봉삼. 봉삼은 한약재 이름이고

식물명은 백선(白鮮)인데, 통경/황달/구충 등에 쓰인다.

꽃은 참 앙증맞다. 흰색에 옅은 보라색 줄 무늬가 감질나게 이쁘다. 

 

당진에서 한 그루를 길러봤는데, 어찌나 냄새가 고약한지 벌레들은 얼씬도 못할 정도.

요즘 많이 개발/활용되고 있는 농업용 천연살충제 혼합재료로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녀석.

유일하게 호랑나비만 저 백선에 알을 낳고 애벌레를 키운다. 

 

 

둥글레. 꽃이 끝물이라서 위에 들러붙어 녹아가고 있었다. (좌)

정상적으로 매달리면 우측 사진에 보이듯, 초롱처럼 매달린다.

하나씩 한 줄로.

 

이와 아주 흡사한 것으로 (대)황정이 있는데,

녀석은 꽃이 세 개씩 뭉쳐 핀다.

 

저곳은 봉삼과 둥글레 밭이라고 할 정도로, 두 녀석들이 지천.

하여, 여름이면 벌초 길에 저 둥글레를 거의 한 가마니 정도 캐곤 했다.

게다가, 저곳 둥글레는 식물도감을 고쳐야 할 정도로 아주아주 큰 녀석들...

도감에는 줄기 높이가 30~60센티로 적혀 있지만

저곳 녀석들 중에는 70센티를 넘기는 게 대다수일 정도로 거구들...

 

초보농사꾼이 참취와 둥글레 씨 뿌린 게 제대로 안 나왔다기에

그건 캐다 심는 게 가장 빠른 길이라고 일러주고 (둥글레 씨 발아는 그야말로 거의 불가능 수준)

둘이서 신나게 한 보따리 만들었다.

아주 크고 실한 놈들로만 골라서...

(그리고 돌아와서는 초보 농사꾼이 시험 재배 중인 40여 종의

묘포장으로 직행해서 비까지 맞으며 즉시 심었다.)

 

초보농사꾼은 2년 전 모 0000원을 희망 퇴직한 인재인데

본래 친자연파. 내가 귀농 쪽으로 완전 전향시켜서

목하 시험 재배와 영농 법인 관련 일을 참으로 열심히 해내고 있다.

친화력이 끝내주는 정말 멋진 친구 중의 하나.  

 

 

그날 동행 중의 하나인 작가 부부에게 내가 선물한 은난초.

야생란 중에 흔히 대할 수 있으면서도 제법 이쁜 게

'닭의란', '제비란' 등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이 은난초는 그 품위와 색깔 면에서 단연 으뜸이다.

 

이 부부에게는 소설 한 권으로 모자랄 사연이 있는데

아래에 그 실물을 밝히기로 한다. 

 

 

창포(좌)와 천남성(우).

창포는 요즘 흔히 대하기 어려운 귀한 분으로 변해가고 있다.

환경 공해의 영향인가? 대신 창포에 비하여 수더분하고 덜 까다로우며

일반인들에게는 구분이 어려운 붓꽃이 무척 늘고 있다.

 

창포를 생각하면 안쓰럽지만, 붓꽃을 생각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참, 저 위의 백선은 뿌리가 그 약재인데, 일반에서 함부로 쓰기에는 곤란하다.

그리고 이 천남성 역시 보기와 달리, 독초에 속한다. 

잘못 쓰면 극약이 된다.  

 

 

 

돌아오는 길. 마침 동행들이 용문사를 한 번도 못 가봤다기에

내가 또 길잡이를 자청했다.

 

용문사에 오르는 숲길 가에는, 잘 보면, 연리지들이 제법 많은데

그 중 가장 특이한 것이 저 녀석.

좌우 소나무 사이에 상수리 나무가 훼방을 놓고 있다.

진짜 연리지라고 하기에는 좀 거리가 있지만 아랫도리 쪽은 

서로 확실하게 한 몸으로 얽혀 있다.

 

일행들이 저 나무들 중간에 들어서서 사진을 차례차례 찍었는데,

이 논네는 슬쩍 옆으로 비켜섰다.

그래도 나무들 사랑을 훼방해서야 안 될 듯해서. ㅎㅎㅎ  

 

 

바로 이 두 사람이 위에서 작가 부부로 약칭된 주인공들.

왼쪽 인물은 좌판 생활 10년에 맥주집 개업. 그리고 그 뒤로 작은 상가 두 개와

아파트 두 채의 주인공이 된 입지전적인 사람인데, 장애인증을 갖고 다닌다.

오른쪽 사진은 그의 옆지기.

 

왼쪽 인물은 내가 '어르신아'하고 부른다. 왜냐 하면, 장애인증을 보이면

'어르신 무료 입장' 줄로 가곤 하니까.

내가 무슨 말을 하면 답은 '네네'이다. 나와 생일이 겨우 한 달 차이도 안 나는데...

 

오른쪽 이쁜이 보고는 내가 '할머니야' 하고 부른다.

경주 최씨의 같은 관가정공파인데, 항렬이 할머니뻘이어서.

 

그나저나... 난 참 무식하고 버릇없는 문제아다.

'어르신'과 '할머니'에게 '어르신아!' '할머니야' 하고  불러대니.

사람들 앞에서조차 가리지 않고서.     

  

 

 

그날의 일박이일 팀.

용문사 은행나무 앞에서 찰칵.

 

지난 번에 갔을 때는 은행나무 수령이 1200~1300년으로 추정된다고 적혀 있더니만

이번에 가니깐, 1500년으로 되어 있었다.

 

아, 내가 200~300년 만에 거길 갔나보다. 와~~ 

 

마지막 싸비스로...

용문사 오르는 길가에 서 있는 

아주 뻔뻔하게 당당한 어떤 녀석을 소개한다.

 

이건 웬 시추에이션?

 

참고로 저 중간에서 신나게 깃발을 꽂은 녀석은 일본목련.

흔히 산목련으로 잘못 부르는...

 

일본목련은 일반목련보다도 목질이 더 좋고

줄기만 다듬어주면 똑바로 일직선으로 자란다.

꽃도 야무지고 향기도 더 낫다.                          

 

그날의 홍천행 결론.

산삼은 모시지 못했지만

함께 했던 동행들이 기뻐해서 좋았다.

은난초 선물과, 참취와 둥글레 종묘 채취

그리고 용문사 바람 쐬기까지 덤으로 얹혀져서.

 

특히 우울증 초기 증세를 보이는 유작가 녀석에게서

함박웃음이 가끔 피어나는 모습을 대할 수 있어서 참 참 참 좋았다.   [May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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