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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는 음악에는 뭔가가 있다(83)] 김정일 장례식에서는 어떤 장송곡이 쓰였을까. 인생에는 장송곡도 필요하다. 장송곡은 산 자들을 위한 위무곡이기도

[내가 끌리는 노래들]

by 지구촌사람 2023. 11. 2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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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는 음악에는 뭔가가 있다(83)] 김정일 장례식에서는 어떤 장송곡이 쓰였을까. 인생에는 장송곡도 필요하다. 장송곡은 산 자들을 위한 위무곡이기도

장송곡(葬送曲. funeral march )과 진혼곡(鎭魂曲. Requiem)

음악 중에 장송곡(葬送曲)이 있다. 장례를 지낼 때 연주되는 음악이어서 대체로 funeral march라 한다. 때로는 death march라고도 하지만 어감이 별로여서 대부분 funeral march로 표기한다.

아침부터 뭔 이런 을씨년스러운 곡 이야기를 하느냐 하겠지만, 인간인 이상 한 번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게 죽음이다. 그 과정에서 그나마 이런 음악이 있다는 건 어쩌면 작은 위로가 될지도 모르겠다. 물론 죽은 이야 알 턱이 없고, 장례식은 사실 전적으로 살아 있는 이들의 몫이기 때문에 장송곡(葬送曲) 음악 자체도 죽은 이를 빌려 산 자들이 위무를 받으려는, 그리하여 남아 있는 이들이 살아 있는 동안 다시금 뭔가를 해내기 위한 힘을 받으려는 계기를 음악에서라도 찾아내려는 안간힘의 하나에 속한다. 죽은 이를 떠나 보내면서 살아 있는 이들이 건네는 마지막 인사를 겸해서.

그래서일까. 주로 운구할 때 연주되는 장송곡(葬送曲)은 대체로 장중하고 느린 선율들이 주조를 이룬다. 엄숙하고 장엄한 분위기로 떠나는 이를 감싼다. 느린 흐름은 조심스러운 운구 속도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장송곡(葬送曲)과 비슷한 것으로 진혼곡(鎭魂曲. Requiem)이 있다. 흔히 레퀴엠이라는 말로 더 많이 쓰이는데, 라틴어다. 죽은 사람의 넋을 달래기 위한 곡을 뜻한다. 가톨릭에서 죽은 이를 위한 미사를 레퀴엠이라고 하는데, 그때 쓰이는 음악도 그리 부르게 되었다. 그래서 진혼곡(鎭魂曲)을 애가나 만가(挽歌)라고도 한다.

장송곡(葬送曲. funeral march )이라 해서 꼭 슬픈 곡조여야만 할까

널리 알려진 <성자(聖者)의 행진. 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을 이곳에서 언급한 적이 있다. https://blog.naver.com/jonychoi/222952951407. 아래에서 보듯 엄청 흥겹고 신나는(?) 노래인데, 알고 보면 흑인들의 영가에서 비롯한 장송곡이었다. 영화 등에서 보면(특히 뉴올린즈 쪽) 흑인들이 관을 어깨에 메고 운구하면서 몸을 흥겹게 좌우로 흔드는데 그때의 동작에 딱 어울린다.

https://youtu.be/kG6ZVNzqQ8M

 

미국 흑인들을 뜻하는 공식 명칭은 African American이다. 미국 흑인들은 그 뿌리가 전부 아프리카인데, 그걸 Black (American), negro 등으로 부르는 것은 인종 차별적이라고 해서 뒤늦게 채택된 명칭이다. 그 아프리카 흑인이나 인디언, 그리고 한국인들은 원초적 유희 본능인 춤에서는 희한하게도 그 뿌리들이 같다. 이른바 우리의 어깨 막춤은 아래에서 보듯 아프리카, 인디언의 그것과 아주 판박이다.

사진: 정진운의 손쉽고 즐거운 생활 춤 보급용 '웃는 광대춤'의 춤사위는 딱 인디언의 그것을 빼쐈다.

 

사진: 인디언 춤과 우리의 은율탈춤 춤사위 역시 이웃사촌이다

 
 

사진: (좌) 인디언 군무. (우) 아프리카 민속 춤인 젬베 춤. 이 춤 보급을 하다 보니 권이은정은 베냉공화국의 다니엘을 남편 삼게 되었다.

이와 관련된 상세판은 이곳에 따로 담아놓은 게 있다: https://blog.naver.com/jonychoi/222171134835

 

흑인들의 흥겨운 운구와 장송곡 부분의 얘기로 원위치!

이처럼 운구하면서 운구꾼들이 음악에 맞춰 몸을 좌우로 흔들며 호응하는 모습은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에는 매우 흔했다. 바로 상여꾼[상두꾼]들이 그랬다. 상여 앞 또는 상여 위에 올라서 앞소리[선소리.매김소리]를 하면 상여꾼들은 이런저런 후렴구로 화답하면서 몸을 좌우 또는 앞뒤로 흔들었다.

'이제 가면 언제 오나'로 대표되는 상여소리가 바로 그것이었다. 이 상여소리는 각 지역마다, 그리고 선소리꾼마다 그 가사가 다양하지만, 상여꾼들이 통일된 후렴구로 답하면서 몸을 흔드는 것은 공통적이다. 대체로 후렴구는 '에헤~헤에야'지만 충북 일부 지방의 '나무아미타불' 등과 같이 지역마다 특색 있는 것으로 할 때도 있다.

아래에 대구 공산의 상여소리를 붙인다. 녹음과 채록이 잘 되어 가사 전달력이 좋기에 골랐다. 전체를 들으려면 14분이 넘게 걸린다. 필요한 만큼만 들어도 된다.

https://youtu.be/d2tauBniWVQ

 

그럼에도 장송곡의 대종은 엄숙, 장엄한 쪽이다

우선 아래에 두 곡을 매단다. 앞서의 곡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 때 쓰인 것이고 두 번째 꼭은 김정일 사망 후 차량 운구 때 연주된 곡이다.

1) J. Walch, 장송곡(Funeral March) 제3 번: 행진곡 풍으로 씩씩하면서도 장엄하다. 곡이 5분을 넘기는 터라서 짧은 편은 아니다.

https://youtu.be/c9nfqp2EdM8

 

2) 김정일 장례식 때 쓰인 장송곡: 본문엔 "Memorial Music"과 '묵상곡'이란 표기들이 나오는데 곡명 표기가 부정확하다. 특히 묵상곡은 기도할 때 쓰이는 악곡 전체를 이르는 일반적인 명칭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묵상곡'이란 명칭은 김정일 장례식용으로 급히 작곡된 장송곡에 붙인 북한식 표현인 듯하다. 그들의 표현으로 김일성에 이어 두 번째로 '장군님'으로 불린 '위대한 지도자'에 대한 추념을 조용히 묵상하고자 작곡한 곡이라는 뜻으로. 더구나 이 곡은 인민군(대표)군악대가 연주했다.

김정일은 사망 후(12월 17일) 장례식 때까지 11일이 걸렸다. 아래 사진은 12월 28일의 영결식 장면이다. 그 기간 내에 급히 작곡된 곡인 듯하다. 그럼에도 곡의 완성도는 매우 높다. 하기야, 저품질이라면 책임자는 그 책임을 엄중하고도 혹독하게 치렀을 터이므로. 하여간 장송곡에서도 '주체적'이다. 외제를 쓰지 않았다. 그리고 군을 최우선시한 김정일의 '선군정책'과도 맞아떨어진다.

연주 시간은 약 4분이다.

https://youtu.be/TqDaEVtlfkE

 
 

김정일의 장례식 때 운구차 주위를 호위했던 7사람이 있었다. 선두의 김정은을 필두로 당시만 해도 북한 실세 중의 실세들이었는데, 아래에서 보듯 그중 대부분이 처형/숙청/실각됐다.

 

김정일 운구차와 그 주위 호위 인사들

참 저 운구차 위의 관을 덮고 있는 깃발은 북한 공산당 깃발이다. 러시아 공산당 깃발 속의 낫과 망치 그림에다 횃불을 보탰다. 낫과 망치 형상도 북한제로 국산화(?)했다.

 

좌: 러시아 공산당 깃발. 우: 북한 공산당 깃발

그 밖의 몇몇 장송곡들

1) Kevin MacLeod, <관악기를 위한 장송곡> : 느리고 장엄한 편. 곡이 길지 않아 좋다.

https://youtu.be/_2G2jWGAaZ8

 

2) Purcell의 <메리 여왕의 장례식을 위한 행진곡>. Z 860

매우 웅장한 편이다. 겨우 5인조 연주인데도. 선두의 작은북 연주자가 그런 분위기를 확실하게 선도하고 있다. 곡이 짧아서 산뜻하다.

https://youtu.be/xWRcx9LHBJU

 

3) 백건우가 연주하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2번. 장송곡>.

길지 않은 곡이다.

https://youtu.be/K-f876EDlos

 

4) 구노(Gounod)dml <마리오네트 장송곡)

장송곡 리스트에서 항상 빠지지 않는 대표적인 곡 중의 하나인데, 아래의 연주는 파이프오르간 주자인 Diane Bish의 작품이다.

https://youtu.be/SUg1HwGWAEE

 

그 밖에 모짜르트의 작품 <장송곡> k453a도 있다. 연주 시간이 1분 44초에 불과한 짧은 곡.

매우 특이한 것으로는 쇼팽의 <장송곡>이 있다. 피아노 소나타 No. 2 B flat minor Op35-3이 그것인데 연주 시간도 길지만(5분 40초) 곡 분위기는 소나타답게(?) 매우 부드럽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이걸 수면용으로 애용한다. 즉 잠들기 직전의 분위기 다스리기용으로... 그래서 많은 이들은 이 곡의 이름이 장송곡이라는 것도 모르거나 잊고 듣는다.

그렇게 잠이 들어서 진짜로 오래오래 잠드는 일들은 없기를...

참 우리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보면 첫 장면에 이 쇼팽 곡이 흐른다. 그것만으로도 영화 제목과는 정반대의 어떤 상황들이 펼쳐질 거라는, 그러면서도 다행히 잔잔하게 끝날 거라는 걸 압축적으로 제시한다. 영화 내용도 그 예상대로 흘러간다. 집도 없고 직장도 없고 남자도 없는... 세상은 잘만 돌아가는데 나만 망해버린 것 같은 주인공이 여러 사람들을 겪으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치유와 응원이 된다. 소품이지만 맘 편히 맛볼 수 있는 인생 위무곡으로 충분하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온초 최종희(23 Nov.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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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원본은 이곳에 있다: https://blog.naver.com/jonychoi/22327244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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