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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은 되돌아온다

유치원으로 간 꼰대의 돌직구

by 지구촌사람 2014. 9. 26.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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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만남은 되돌아온다

​[전략]

  첫 만남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게 아니다. 첫 만남은 되돌아온다. 우리의 삶이 늘 제자리로

돌아오듯이, 우리를 거쳐간 모든 것들은 또 다시 돌아온다.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혹은 보지

못하는 사이에. 계절의 전령사 냉이를 유심히 대하지 못했을 때도, 봄은 이미 우리의 안섶으로

들어와 있을 때처럼.  

   우리의 아이들을 보자. 치맛자락을 벗어나 또래의 무리 속으로 당당히 섞여드는 맏이의 입학은 그 얼마나 가슴 떨리는 감격이었던가. 그뿐이랴, 어미 가슴을 벗어난 게 엊그제인 것 같은 그 아이들에게 원행길의 소풍도 있고, 동무들끼리 최초로 치르는 첫 밤길이 되는 수학여행도 있다.

   아이들이 꼭지를 스스로 떼어낼 정도로 훌쩍 자라나면, 어느새 짝짓기 연습을 거쳐 어른이 되어 돌아와 있을 때도 있다. 우리가 내내 아이들 방이라고 불러온 사이에 늘 아이로만 머물 것만 같은 그 방으로 어른이 되어 살짝 돌아와 있는 것이다. 부모인 우리가 전혀 모르거나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도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그런 아이들과의 교응을 통하여, 아이들이 맞이하는 첫 만남들의 간접경험을 통해서, 우리의 가슴 떨리는 첫 만남은 영원히 계속된다. 아니, 그러한 첫 만남들은 설렘 속에서 계속 이어져야만 한다. 어른인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토양을 만들어내고, 그 싹들을 키워낼 채비를 항상 해두어야 한다.

   우리들 역시 부모들에게는 늘 어리고 철없어서 마음 놓지 못하는 어린아이들로 그 첫발을 내디뎠으므로.

[중략] 살아오고 살아내는 삶의 매듭 틈에 끼여 명멸하는 사이에 쉽게 잊혀지기 마련인 작은 감동들에 대한 기억. 그것들을 일깨우며, 그걸 잊지 않으려는 몸짓으로 그 감동을 짐짓 부풀려본다.

   우리들의 후대에게로 계속 이어질 그 가슴 떨리는 첫 만남들의 수많은 단편(斷片)들을 미리 떠올려 보면서, 도처에서 피어나고 있을 그 새싹들이 엮어낼 싱그러운 녹음까지 뿌듯한 마음으로 예약하면서. [10 Mar 2002]

 

                                                                   - <첫 만남> 중에서

* 전문(全文)은 이곳에 있다 : http://blog.naver.com/jonychoi/20053488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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