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하바드대학원, 아세요?
며칠 전 집에서의 일이다.
일요일 저녁에 ‘베프이모’들과 집에서 식사를 한단다.
잘못 들었는가 싶어서 물었더니 분명 ‘베프이모.’
그래서 외계인* 공주님에게 설명을 부탁했다.
(* '외계인'은 대화 불통의 최고봉에 이른 중딩 2년생의 특칭)
그랬더니, 요즘 세상에 어른들도 다 쓰는 (그래서 엄마까지도 알고 있는)
‘베프’를 모르느냐고 핀잔을 준다.
‘베스트 프렌드’의 준말이라나.
내가 그런 고급(?) 유행어를 알 도리가 있나.
세상에....
언젠가 '(궁금하면) 500원' 소리가 한참 유행할 때도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몰라서
한참 뒤에야 사람들에게 묻고 물어서
간신히 말뜻을 알아낸 띨띨이인 판인데...
*
내 초등학교 친구 중에 매우 근엄한 사나이가 있다.
그런 성격에 어울리게 직장도 근엄한 곳에 잡았다.
법무부 교정직.
정년을 몇 해 앞두고 그는 ‘~소장’이 되었다.
일반인들은 말만 들어도 괜히
오금이 졸이는 곳.
그가 정년퇴임을 하고 나서다.
안부 전화를 하면서 어떻게 지내느냐고 했더니만
‘하바드대학원’에 다닌단다.
난 황급하게 물었다.
‘그럼 지금 거기 미국?’
친구의 답. ‘아니. 한국이야.’
이어진 대화.
-그럼 하버드대학이 한국에도 분교를 설치한 건가?
아니면, 통신 교육?
-아니야. 그런 건 아니고, 하여간 ‘하바드대학원’이라고 있어.
나는 평소의 그의 근엄함을 떠올리며
어쩌면 퇴직 후에도 법무부에서 마련한 재취업 교육 프로그램 같은 곳에
부지런히 다니고 있는가 보다 했다.
왜냐하면 일부 특정 기관 같은 곳에서는
자신들의 내부 프로그램에 독특한 별칭을 붙여 부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직무적응 훈련 같은 걸, ‘(유격대) 재입소 (교육)’이라고 하는 식으로.
더구나 친구는 전철 안이니 나중에 통화하자고 하면서
서둘러 끊었다.
몹시 바쁜가 싶었다.
그래서 나는 법무부 홈페이지에 들어가
혹시나 ‘하바드대학원’이라는 별칭으로 올라온 글이 없을까 싶어
검색까지 해봤다.
‘검색 결과는 0건입니다’로 떴다.
그러다가...
며칠 전 어느 블로그에 들어갔다가
포복절도하고 말았다.
그곳에 나와 있는 친절한 설명인 즉
-동경대학원생 : 노인 중에 동네에 있는 경로당에 주로 다니는 사람.
-방콕대학원생 : 노인 중에 방에만 콕 박혀 지내는 사람.
-하바드*대학원생 : 노인 중에 하는 일 없이 늘 바쁘게 드나드는 사람.
사람은 그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말귀라도 제대로 알아들으려면. ㅎㅎㅎ
[*주 : ‘하바드’의 올바른 외래어 표기는 ‘하버드’이다.
Harvard라고 쓰지만 올바른 영어 발음도 '하버드'.]
[Dec. 2014]
-溫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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