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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왜 꼭두각시가 됐을까 : 최종희의 <박근혜의 말>, 강준만의 <권력 중독>

내 책 <박근혜의 말>

by 지구촌사람 2016. 12. 17.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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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왜 꼭두각시가 됐을까


[경향신문]  2016.12.16

          

ㆍ박근혜의 권력 중독 ㅣ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16쪽 | 1만3000원
ㆍ박근혜의 말 ㅣ 최종희 지음 | 원더박스 | 286쪽 | 1만5000원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시민들을 미증유의 지적·정서적 충격에 몰아넣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을 해부한 책 두 권이 동시에 나왔다. 박근혜를 ‘의전 대통령’으로 규정한 <박근혜의 권력 중독>과 박근혜의 화법을 분석한 <박근혜의 말>이다. 

■‘근혜 어법’이 초래한 우리말의 잔혹사 




<박근혜의 말>은 박근혜 대통령의 화법을 ‘오발탄 어법’ ‘영매 어법’ ‘불통 군왕의 어법’ ‘피노키오 공주 어법’ ‘유체이탈 어법’ ‘전화통 싸움닭 어법’으로 분류한다. ‘오발탄 어법’이란 말실수를 가리킨다. 2012년 한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바쁜 벌꿀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고 말한 것이나 2012년 11월25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직을 사퇴합니다”라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그 원인을 ‘무지와 과시욕’의 결합이라고 규정한다. 평소에 잘 쓰지 않는 말들을 과시적으로 쓰려다 보니 발생한 현상이라는 얘기다. ‘영매 어법’은 우주, 정성, 혼, 마음, 기운 등의 유사종교적 표현을 가리킨다.


‘불통 군왕의 어법’은 훈계와 질타로 가득한 일방적 어법을 가리키는데, 저자는 이를 ‘장기판 공주 어법’이라고도 부른다. “자신을 제외한 다른 이들을 ‘졸’로 보고 시시콜콜 참견하려 드는 장기판 훈수쟁이의 말투”라는 것이다. ‘피노키오 공주 어법’은 “필요하면 내용을 숨기거나 생략하고 거짓말도 곧잘” 하는 어법을 뜻한다. 야당 대표 시절에는 “역사 문제는 역사 전문가 역사학자들에게 맡겨야 한다”고 했다가 집권 후에는 국정 교과서를 강행하는 등 대통령의 말은 상황에 따라 180도로 바뀌었다. ‘유체이탈 어법’은 절대 사과하지 않는 화법, ‘전화통 싸움닭 어법’은 “한국말 못 알아들으세요?”와 같은 짧고 공격적인 어법을 가리킨다. 저자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대통령의 화법은 “비정상적 사회화”의 결과라면서 “역대 대통령 가운데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정갈함을 가장 심하게 파괴한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피할 길이 없다”고 말한다.



■‘의전 한국’이 낳은 희귀한 정치 흑역사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박근혜의 권력 중독> 앞머리에서 “그렇게 ‘선거의 여왕’이라는 평가를 받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꼭두각시’가 되는 게 어떻게 가능한 걸까? 꼭두각시가 ‘선거의 여왕’ 연기를 했다는 것인가? 그 연기에 속아 새누리당 사람들이 박근혜를 두려워했단 말인가?”라고 묻는다.


그의 지적처럼 시민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것은 ‘선거의 여왕’이라는 박근혜의 기존 이미지와 최근 사태를 통해 밝혀진 그의 ‘꼭두각시’ 정체성 사이의 불일치다. 강 교수는 “오랜 생각과 고민 끝에 얻은 내 나름의 답”이라면서 “박근혜는 희귀한 유형의 ‘의전 대통령’이었으며, 한국 사회는 그걸 가능케 한 ‘의전 사회’”라고 주장한다. “박근혜가 많은 유권자를 사로잡은 비결은 그녀의 뛰어난 의전에 있으며, 권력 행사를 통해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독자적인 의제와 비전이 없이 권력 행사 자체에 의미를 두었다는 점에서 그녀를 의전 대통령으로 부르고자 한다.” 


정치적 이상을 구현하는 데는 관심이 없고 가시적인 권력 행사에만 몰입하는 ‘의전 대통령’은 정치적 상징 조작의 산물이다. 대중 매체가 선거전의 주요 수단이 된 이후 현대 정치에서 선거는 콘텐츠보다 이미지에 좌우된다. 박근혜가 특정 지역과 세대의 보수 유권자들 사이에서 ‘콘크리트 지지층’을 형성한 비결도 그의 ‘의전 자본’에서 찾을 수 있다. 박근혜의 올림머리는 그의 꼿꼿한 몸가짐과 함께 박정희 시대의 향수를 간직한 유권자들에게 ‘대통령다움’의 가시적 표징으로 받아들여졌다. 18년간의 청와대 생활과 육영수씨 사후 퍼스트레이디 생활은 박근혜를 한국식 ‘의전’의 달인으로 만들어놨다.


그렇다면 최고 권력자인 박근혜가 최순실의 지시를 이행한 것처럼 보이는 대목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최태민 일가와의 40년 넘는 인연이 암시하는 바와 달리, 강준만 교수는 박근혜가 최태민 일가에 의해 세뇌당했다고 보진 않는다. 그는 일본 정신의학자 오카다 다카시의 견해에 기대 “권력이 크고 많을수록 자립을 잘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권력의 크기는 의존의 정도와 비례한다. 권력 행사를 통해 남을 부려먹을 수 있으니 남에게 의존을 더 많이 할 게 아닌가”라면서 “박근혜는 좀 더 뚜렷하게 관찰 가능한 권력 행사의 기쁨을 최순실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데에서 만끽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사회의 전면적 개혁을 요구하고 있지만, 강 교수는 좀 더 작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재벌 총수들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낸 774억원으로 공익 제보자 보호기금을 만들고 공익 제보자를 보호하는 ‘박근혜법’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는 이것이 개헌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라고 지적하면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의 급박한 순간에 미용사를 부르는 정신 나간 일을 했을 때 ‘그러면 안됩니다’라고 직접 말하거나 세상을 향해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나오게 하는 것, 바로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모든 개혁의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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