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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과의 저자 인터뷰 : <박근혜의 말>

내 책 <박근혜의 말>

by 지구촌사람 2016. 12. 22.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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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혜체', 무지가 과시욕과 만나다

[인터뷰] <박근혜의 말> 저자 최종희
    
2016.12.22

"사람은 언어에 의해서만 사람일 수 있다." 

언어심리 창시자 슈타인탈(H. Steinthal)은 그 사람의 언어가 그의 모든 것임을 꿰뚫었다. 훈련된 정치인의 언어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리 이미지 개선을 위해 훈련한들, 그의 내면은 부지불식간에 언어로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내가 해 봐서 아는데"로 유명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말투에서 그의 성정을 유추하기란 어렵지 않은 법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온 나라가 휘말리면서, 대통령의 언어에 주목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연설비서관이었던 강원국이 지은 <대통령의 글쓰기>(메디치미디어 펴냄)는 현 시국 들어 단기간에 무려 15만 부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는 사람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말'에서 그의 무엇인가를 읽어내고자 하는 욕망을 지녔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신간 <박근혜의 말>(원더박스 펴냄)은 "대전은요?"로 대표되는 박 대통령의 언어를 해석한 책이다. 언어와생각연구소 공동 대표인 한국어 연구가 최종희는 <박근혜의 말>에서 박 대통령이 심각한 언어 장애를 앓고 있고, 이 때문에 무대공포증 역시 앓아 타인과 대면하지 않는 특유의 정치 행보를 낳았다고 강조했다.

<박근혜의 말>은 저자가 앞으로 계속 낼 한국 역대 대통령 언어 분석 서적의 첫 저작물이다. 미국처럼 대통령 언어를 세밀히 분석하는 연구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저자는 내년 경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을 연구한 후속작을 낼 예정이다.  

불완전한 언어 체계는 박 대통령의 사고 체계도 극도로 단순화했고, 그 때문에 그는 피아만이 존재하는 흑백의 세계에 갇혀 정치복수극을 이어갔다고 했다. 무엇보다, '왕의 언어'와 '길거리의 언어' 사이를 오가는 그의 말에서 민주주의자가 아닌 공주 박근혜가 뚜렷이 드러난다고 했다. 우리는 그럼에도 박근혜 대통령 시대를 선택했다. 그 결과는 지금의 혼돈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14년 5월 16일, 세월호 유족과 면담에서 '부정부패를 막을 기관을 별도로 설치해 달라'는 유족의 요청에 관한 박 대통령의 답변은 그의 언어 문제를 요약적으로 보여 준다. 주술 관계가 맞지 않고, 명사와 같은 뜻의 대명사가 난발하고, 주격조사와 보격조사가 혼재되어 사용된다. 이는 박 대통령 전형적 말하기의 한 예다. 

"(...) 그래서 우리 유족 여러분들도 계속 같이 일단 힘을 합쳐서 제가 앞장서고 이걸 계기로 해서 대한민국은 그런 부패나 또는 기강 해이라든가 또는 정말 헌신적으로 나라를 위해서 일을 해야 될 사람들이 유착이나 이상한 짓하고 이런 것이 끊어지는 그런 나라를 반드시 만드는 것이 정말 그래도 지금 희생이 헛되지 않으리라 하는 우리 부모님, 또 유가족 여러분들의 생각에 저도 전적으로 같이하고 있습니다. 그게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반드시 해 나갈 것이고요." 

박 대통령의 실제 말과 글을 바탕으로, 지난 20일 경기도 파주 해솔도서관 인근 커피숍에서 진행한 저자와의 인터뷰를 정리했다.  

▲ 최종희 언어와생각연구소 공동 대표. ⓒ프레시안(최형락)


"박근혜 언어발달장애 앓아" 

프레시안 : 박근혜의 말과 글을 어디서 어떻게 수집했나? 

최종희 : 우선 대국민담화 등 매스컴에 노출된 그의 말 대부분을 수집했다. 그리고 청와대 홈페이지도 참고했다. 홈페이지에 대통령 말씀을 정리한 자료가 있다. 

그가 쓴 책도 중요한 참고 자료였다. 우리가 잘 모르고 넘어가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 낸 책은 새마을운동 당시 그의 연설문을 모은 영문 서적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이 책을 자신의 도서 목록에 넣지 않았다. 아마 최태민과 연관되어 그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박 대통령의 책은 총 4권이다. <박근혜 일기>(박근혜연구회 엮음, 동동 펴냄)는 대선용으로 정리한 책이고, 나머지 3권이 그의 책이다.  

싸이월드도 매우 중요한 자료였다. 박 대통령은 정치인으로서는 드물게 싸이월드를 초기부터 직접 관리했다. 아주 성실히 관리했다. 싸이월드 홈피에 '100문100답'이라는 코너에는 하나도 빼놓지 않고 성실히 답했다. 비록 정치인 박근혜의 답이라 어느 정도 윤색했겠지만, 이 답변에 거짓은 없다고 본다.  

프레시안 : 박근혜의 말을 통해 유추한 인간 박근혜는 어떤 사람인가?

최종희 : 쉽게 말해 언어발달장애를 앓는 인물이다. 불운한 사람이다. 박근혜뿐만 아니라 박근령, 박지만 역시 어느 정도 언어발달장애를 앓는다. 옛날 개봉한 영화 <넬>에서 조디 포스터가 열연한 주인공 '넬'과 비유하고 싶다. 박근혜는 한국의 넬이다. 

언어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면, 그에 따라 사고도 발달하지 못한다. 하이데거는 "언어가 사고의 집"이라고 했다. 박근혜의 사고도 비정상적이다.  

프레시안 : 지나친 결론 아닌가? 보통 사람 중에도 생각을 말로 잘 옮기지 못하는 이가 많다.  

최종희 : 사람의 언어에는 발화(말)와 글이 있다. 박근혜의 글은 우리 생각보다 괜찮다. 하지만 발화는 도저히 보통 사람의 그것으로는 보기 힘들 정도로 떨어진다. 

박근혜 말의 가장 큰 문제는 앞뒷말이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술관계가 완전히 불일치한다. 놈 촘스키의 개념으로 말하자면 심층구조(deep structure)에 문제가 있다. 

촘스키에 따르면, 사람의 심층구조는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발달한다. 하지만 박근혜는 특수한 환경으로 인해 심리가 불안정해졌고, 이 때문에 언어 발달 구조가 불완전했다. 

프레시안 : 특수한 환경이란 청와대 생활을 말하는가? 

최종희 : 기본적으로 그렇다. 한국에서 청와대가 20년이나 주소지였던 사람은 박근혜 단 한 명이다. 어릴 적에는 대통령의 딸이었고, 젊어서는 퍼스트 레이디였고, 더 나이 들어서는 흉한 사고로 부모를 잃은 집안의 가장이었다. 이런 특수한 환경이 보통 사람과 다른 성장을 박근혜에게 강요했고, 결과적으로 그의 심층구조 발달을 왜곡했다. 

프레시안 : 앞서 앞뒷말이 불일치한다는 점을 들었는데, 그밖에도 박근혜 대통령 말의 특징으로 무엇을 꼽을 수 있나? 

최종희 : 연상지체가 심하다. 우원증도 두드러진다. 주어가 없는 문장을 많이 사용하고, 만연체 말을 함에 따라 주술관계가 틀어져 말의 주제가 사라진다. 수동태를 남발하고, 시제는 혼란스럽다.  

불안한 심리에 더해, 정치인으로서 과시해야 한다는 강박에 쫓긴다는 증거다. 

"TV가 말 가르쳤으나, 결국 무식하다" 

프레시안 : 이제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박 대통령 말에서 자주 드러나는 이상한 언어 습관이 조사와 대명사 남발이다. 목적격조사, 보격조사(을/를, 이/가)를 특히 남발하고, 목적격조사와 주격조사가 혼용되며, 같은 의미의 대명사가 명사와 중복 등장한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모든 문장이 심각한 비문으로 이어진 만연체다. 사람들이 '근혜체'의 뜻을 못 알아먹는 가장 큰 이유다. 

(세월호 유족 면담에서 '유가족 의견을 잘 반영해 달라'는 건의에 관한 답)
"그런데 이것이 지금 특검도 해야 되고, 국정조사하고 특별법도 만들고, 부정부패를 아주 원천 방지할 수 있는 공직자윤리법도 국회에서 그동안 통과를 안 해 줬던 부패방지법 이런 것도 다 이번에 통과가 돼서 그런 기반을 닦아 놓고, 그다음에 이걸 해 나가는 과정에 있어서 투명하게 결과를 유족 여러분한테 공개 하고, 거기에 대해서 유족 여러분이 이 점은 좀 부족하다든지 이건 어떻게 된 건지 그런 게 있으실 겁니다. 그런 거는 항상 어떤 통로를 통해서 계속 여러분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조사하는 과정이라든가 이걸 집행하는 과정에서 그 의견이 항상 반영 될 수 있도록 그렇게 해 나가겠습니다."

(2015년 5월 12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 차리면 된다는 그런 말이 있듯이 우리의 집중을 자꾸 이렇게 분산시키려는 일들이 항상 있을 거다, 으레. 그게 무슨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고, 그런 가운데서도 우리의 핵심 목표는 올해 달성해야 될 것은 이것이다 하는 것을 정신 차리고 나가면 우리의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걸 해낼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셔야 될 거라고 생각한다."


생각을 정리하지 않고 급하게 내뱉는다는 인상이 아주 강하다. 대통령이 국정에 관해 깊은 고민을 하지 않는 것 같은데? 

최종희 : 노무현 대통령이 아주 좋은 얘기를 했다. 한 나라 지도자의 말에는 단순한 한마디에도 철학이 들어가야 한다.  

물론 대통령도 사람이니 비문을 쓸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심각한 비문은 습관이며 버릇이다. 우선 철학이 없어서 그렇다.  

이에 더해 자기 과시성이 지나치다. 나는 대통령에 어울리는 말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지 못하니 말의 포로가 되어버렸다. 그러니 자신의 실수를 깨닫는다. 이 실수는 또 갈고리가 되어 발화의 발목을 잡는다. 그 결과 만연체로 말하게 되고, 앞의 말을 빙빙 돌아서야 겨우 따라잡는다. 이제라도 단문을 쓰쎴으면 한다.  

프레시안 : 박 대통령이 공주로 비유될 만큼 우아한 삶을 살았음을 모두가 안다. 최근에는 변기도 남들과 같이 쓰지 못한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그렇다면, 말을 아무리 못해도 기본적으로 고상한 언어를 써야 할 것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말은 때로 충격적일 정도로 공격적이고 솔직(?)하다. 왜 그럴까? 

(2014년 3월 10일, 수석비서관회의 마무리 발언)
"쓸 데 없는 규제는 아주 우리의 원수라고 생각을 하고, 우리 몸에 있는 우리 몸을 자꾸 죽여 가는 암덩어리라고 생각을 해서 (...) 우리가 쳐부술 원수라고 생각을 하고 우리 몸에 제거하지 않으면 우리 몸이 죽는다는 암덩어리로 생각을 하고 규제를 반드시 아주 겉핥기식이 아니라 확확 들어내는 데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으면,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39세 때인 1990년 5월 15일의 일기 중 독재를 규탄하는 젊은 세대에 분개하는 내용)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화염병을 던지며 반항하고, 선배 알기를 개떡만도 못하게 생각하고, 도덕, 질서, 가치관 등을 온통 뒤죽박죽으로 뒤집어놓은 (...)

(2011년 1월 23일, 국회 헌정기념관 불우아동 후원 바자회에서 '복지를 돈으로만 보지 말고 사회적 관심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무슨 의미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국말 못 알아들으세요?"

(2011년 9월 7일, 인천고용센터 방문 중 '안철수의 지지율'에 관해 기자가 질문하자)
"병 걸리셨어요?"

(2012년 8월 6일, 새누리당 제18대 대선 경선 후보 서울지역 합동연설회에서)
"네거티브에 시달려 멘붕 올 지경"


최종희 : 생활이 결벽해야 한다는 강박이 정신적 결벽으로만 이어졌기 때문이다. 행동은 우아하지만, 사고는 저렴하다. 박근혜 사고를 형성한 세 가지 원류가 있다. 박정희, 최태민, 그리고 TV다.  


박근혜는 책을 가까이 하지 않았다. 대신 TV는 매우 열심히 봤다. <박근혜 일기>를 보면, 그가 책을 가까이했다는 내용은 없지만, TV에 관해서는 매우 구체적인 이야기가 많다. 

-오늘 TV에서 집게벌레의 생태에 관한 프로그램을 보았다. (1989년 7월 10일)
-평범하게 산다 해도 행과 불행은 있기 마련이겠으나, 평범한 인생이 부럽기만 하다. TV를 통해서도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보면 마음까지 편안해진다. (1989년 11월 29일)
-<중국어 회화>, <서반아어 회화>, <The Sandrina Project> 등 저녁 때 보는 TV 프로그램의 등장인물들이 부러울 때가 많다. (1989년 12월 1일)
-TV 프로그램인 <동물의 세계>는 나에게 푸근한 위로를 준다. (...) 오늘 저녁 본 코알라의 여러 가지 생태는 참 재미있었고 한때나마 인간 세계를, 만사를 잊게 하였다. (1990년 1월 8일)
-오늘 본 드라마는 인간 세상에 있어 증오의 역학을 보여 줬다. (1990년 5월 7일)
-어제 드라마에서도 보니 이제 3개월밖에 살지 못하게 되었다는 주인공에게 남편도, 시어머니도 모두가 잘 대해 준다. (1990년 10월 14일)


결국 박근혜는 TV와 인터넷에서 거친 말을 학습했다. 하지만 외양으로는 공주로서 결벽을 추구했다. 이 불일치가 그의 말에서 드러난다. 그가 긴장하지 않았을 때, 화났을 때 감정적으로 내뱉는 말을 보면 그의 수준을 알 수 있다. 길거리 용어, 인터넷 용어가 마구 튀어나온다. 

박근혜는 언어 성형자 

프레시안 : 책에서 '근혜체'를 여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오발탄 어법'이 그 중 하나다. 단어를 잘못 사용하거나 틀린 사자성어를 인용해 의도치 않게 웃음을 제공한다. 

(2012년 SBS <힐링캠프>에서)
"바쁜 벌꿀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 (윌리엄 블레이크의 '바쁜 벌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를 잘못 인용) 

(2012년 11월 25일 대통령 선거 후보 등록을 앞두고 연 기자회견에서)
"저는 오늘로 지난 15년간 국민의 애환과 기쁨을 같이 나누었던 대통령직을 사퇴합니다." ('국회의원 사퇴'를 잘못 발언) 

"전화위기의 계기로 삼아" ('전화위복'을 잘못 인용) 
"솔선을 수범해서"(솔선수범) 
"군 생활이야말로 앞으로 군 생활을 할 때 큰 자산"(앞으로 사회생활을 할 때 큰 자산) 
"지하경제 활성화" (지하경제 양성화) 


왜 이런 실수를 반복할까? '무지가 과시욕과 만나서'라고 썼는데?


최종희 : 무식한데 유식한 척 하려니 실수할 수밖에 없다. 

정치인 박근혜 언어의 특징은 한 마디로 '언어 성형'이다. 물론 모든 정치인은 언어를 성형하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정치적 교정(political correctness, PC함)이다. '감옥'이라는 말이 부정적이니 '교도소'로 수정하는 식이다.  

하지만, 박근혜 언어 성형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무식함을 숨기려 화려함을 억지로 구사한다. 본성을 숨기려는 진짜 성형이다. '지하경제 활성화' 발언이 대표적이다. 2014년 1월부터 2016년 3월까지 행한 공개발언에서 박 대통령이 가장 애용한 형태소가 '활성화'다. 한마디로 그에게 '지하경제 활성화'의 본뜻은 중요하지 않다. '활성화'가 들어가면 무조건 좋다. 

프레시안 : 무대 공포증이 있어 이런 실수를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는 대중 정치인으로서 수많은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이처럼 집중적인 언어 문제에 시달림이 드러나지도 않았다.  

최종희 : 선거 유세 때도 그는 실수했다. 하지만, 원고를 읽으니 덜 드러났을 뿐이다. 게다가 유세 연설문은 기본적으로 짧다. "제가 왔습니다, 여러분!"하면 되고 "제가 바꾸겠습니다, 여러분!"하면 대충 문제없다.  

더구나, 그의 실수를 확인할 선거연설문은 자료로 남아있지도 않다. 언론은 그의 연설 전문을 기록하지 않았다. 그러니 사람들도 이를 알 수 없었다.  

프레시안 : '영매 어법'도 거론했다. 최태민의 영향력을 떠오르게 만드는 단어를 자주 쓴다는 얘기다. '근혜체'에서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1978년 6월 19일, 새마음갖기 부산시민궐기대회 격려사)
"하늘의 뜻이 우리와 함께 하시도록 하려면, 또한 그 뜻을 우리 마음 안에 모시려고 한다면, 우선 마음을 깨끗이 청소하고 아름답게 가꾸어 모실 준비를 해야 한다."

(2015년 5월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어린이날 축하 행사에서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한 초등학생의 말에 관한 대답)
"정말 간절하게 원하면 전 우주가 나서서 다 같이 도와준다는 말이 있다."

(2015년 11월 10일, 국무회의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언급하며)
"자기 나라 역사를 모르면 혼이 없고, 잘못 배우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

(2015년 3월 19일,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우리가 경제 재도약을 염원하고 어떻게든지 경제 활성화를 해야 된다고 노력하고 있고 간절하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염원하는데 그거에 대한 하늘의 응답이 바로 지금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것이 바로 메시지라고 우리가 정확하게 읽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최종희 : 박근혜는 최태민의 말을 100% 믿었다. 여러 자료를 보면, 최태민이 사람을 홀리는 능력이 탁월했던 사람이다. 최태민과 관련해 '최면'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할 정도다. 


박근혜는 '최태민교도'다. 우리는 박근혜를 뽑았지만, 박근혜는 최태민을 이어받은 최순실이 무슨 말을 하든 이를 따랐다. 가장 큰 문제다.  

▲ 박근혜 대통령은 민주주의 사회와 다른 세상에 산다. ⓒ연합뉴스


민주주의 사회의 외로운 왕 

프레시안 : '유체이탈 화법'도 있다. 박 대통령이 제3자가 되어 자신의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는 어법이다. 박 대통령은 왜 자기가 책임져야 할 일을 모를까? 

(2015년 6월 16일, 메르스 사태 늑장 대응이 논란이 된 후)
"정부는 더욱 적극적으로 선도적으로 정보를 공개하고 심각한 것은 빨리 국민께 알려 나갔으면 한다. 정보를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 선도적으로 공개를 많이 해 '정부에서 나오는 것이 팩트다' 이렇게 국민이 믿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국의 모든 부모님들이 불안한 마음이 있기 때문에 정부와 즉각 대응팀 등에서 '이렇게 하고 있고 학교는 이렇게 하고 있다'는 것을 더 투명하게, 즉시 알릴 수 있는 체계를 보강했으면 한다. 확실하게 알면 불안이 덜할 수 있다. 모르면 불안이 더 클 수가 있다."

(2012년 12월 16일, 3차 대선 후보 TV 토론회에서)
문재인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그 오랜 성과들을 단숨에 다 까먹어 버린 것 아닙니까. 그럴 때 박근혜 후보님은 뭘 하셨습니까?"
박근혜 "그래서 대통령 될라고 하는 거 아니에요, 지금 제가."

(2013년 7월 8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관해)
"과거 정권부터 국정원은 많은 논쟁의 대상이 돼 왔습니다. 저는 이번 기회에 국정원도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13년 5월, 방미 중 윤창중 청와대 당시 대변인이 성추행 사고를 친 후 대통령 대신 사과에 나선 참모진)
이남기 "홍보수석으로서 제 소속실 사람이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에 대해서 대단히 실망스럽고 죄송스럽습니다. 국민 여러분과 대통령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2013.5.10.)
허태열 "대통령 방미 중 불미스러운 일로 국민들에게 심려 끼친 점에 대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2013.5.11.)


최종희 : 국민을 장기판의 졸(卒)로 보기 때문이다. 박근혜에게 모든 이는 내 아랫것이다. 다른 존재는 다 땅에 있고, 나는 하늘에 가까이 있다. 물론 최태민이 하늘이다. 

박근혜는 보통 사람의 삶을 모른다. 단 한 번도 제 손으로 음식을 만든 적이 없다. 싸이월드를 보면, 달걀말이와 볶음밥을 할 줄 안다고만 했다. 김치는 남이 담가줘서 먹었다고 했다. 내 손으로 운전해 본 적도 없다. 차량 뒷좌석에만 앉았다. 전여옥의 증언도 이를 입증한다. 

'민주의식이 부족하다'고 말할 수준도 넘어섰다. 박근혜는 왕이다. 민주국가의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다. 그러니 국민을 훈계하고 공무원에게 야단친다. 박근혜가 자주 하는 말이 "내가 일일이 말해줘야 아느냐"다. 나는 왕이므로 무오류의 존재다. 너희 잘못이다. 

프레시안 : 박근혜 언어의 근간에 '배신'이 있고, 대립항에는 '정성스러운 태도', 곧 '진실함'이 존재한다고 했다. 대립항에 '충성'이 없다는 게 흥미롭다. 

최종희 : 박근혜는 사람의 진실을 보려하지 않는다. 내 기분이 중요하다. 

육영수 사망 때 경호실장이 박종규다. 박정희 일가에 충성한 사람이다. 하지만 박근혜에겐 엄마를 죽게 한 원흉이다. 그러니 박종규는 박근혜에게 배신자다. 

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마찬가지다. 진영은 박근혜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최측근이다. 하지만 연금문제 하나로 찍혀 축출됐다. 말이 옳냐 그르냐는 중요하지 않다. 박근혜의 뜻과 다르면 '태도가 불손하다.' 이는 곧 배신이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도 마찬가지다. 유승민이 증세없는 복지에 반대했다. 그래서 배신자가 됐다.  

'정성스러운 태도'란 무조건 복종이다.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 박근혜는 간신을 키우는 사람이다.  

'대통령' 단어에는 문제 없나 

▲ <박근혜의 말>(최종희 지음, 원더박스 펴냄) ⓒ프레시안



프레시안 : 일각에서 개헌 논의가 끝없이 나온다. 세부 안을 거론할 분위기는 아니지만, 개헌론자들의 입장은 대체로 현 대통령제 극복에 초점이 맞춰졌다. 비슷한 맥락에서, 저자는 이 책에서 '대통령'이라는 단어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 관련 기사 : '대통령'은 일본식 용어)

최종희 : 말이 생각을 규정한다. '대권'이라는 단어에서 우리는 마치 왕을 뽑는 선거를 의식한다. 실은 '대통령 권한'의 약자일뿐이다. 결국, '클 대(大)'자가 우리에게 '대통령은 최고 권력'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그러니 대통령을 두고 무소불위라는 단어가 뒤따른다. 

대통령의 영문 '프레지던트(President)'는 '프리자이드(preside)'에서 비롯했다. '회의를 주재하다'는 뜻이다. 프레지던트는 '여러 가지 단체나 조직 등에서 회의를 주재하는 사람'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자와 거리가 먼 직책이다.  

'대통령(大統領)'이라는 단어는 일본이 만들었다. '다이토오료오'라는 창작어다. 본래 '통령(統領)'은 한중일 세 나라 옛 국가에서 존재한 직책이다. 우리나라에서 통령은 조선 시대 조운선 10척을 거느리는 벼슬이다. 중국에서 통령은 소수 민족 군대의 장군에게 부여하는 비공식 직책이었다. 이후 양나라~당나라 들어 황궁 수비대인 금위군(禁衛軍)의 수장을 통령이라 했다.  

일본에서 통령은 헤이안(平安) 시대 이전부터 '사무라이를 통할 관리하는 우두머리'를 뜻했다. 사병 중 중대장급이다. 한 성을 지키려면 10여 명의 통령을 필요로 했다. 지금 우리 군대 직제로 보자면 영관급이다.  

군사 문화가 일상이었던 일본이 개방 후, 서양 문물이 급작스레 밀려오자 그들에게 새로운 서양 개념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일상어를 많이 사용했다. 이때 즐겨 사용한 단어가 통령이다.  

그런데, 미국 대통령(president)을 번역하려니 일본인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개념이었다. 그들 사고로는 겨우 회의 주재자가 나라를 다스린다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니 그냥 '클 대'자를 붙여 대통령이라고 붙였다. 이 단어를 이승만이 수입했는데, 수입 과정에서 권력어로 오염되었다.  

일제의 영향을 받은 중국도 과거 대통령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하지만 1995년 버려야 할 일제 잔재의 1호로 '대통령'을 꼽았다. 이후 중국 신문은 '대통령' 대신 '총통(總統)'을 사용한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한국 총통 박근혜'로 표기한다. 실제 '(행정부를) 총괄하여 다스린다'는 뜻의 '총통'은 '프레지던트'에 제법 잘 어울리는 단어다. 우리에게는 '총통'이라는 단어가 히틀러 총통으로 인해 오염된 것처럼 여겨지지만, 엄밀히 말해 히틀러에게는 1인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되는 '대원수(Fuehrer, 지휘자)'가 어울린다. 

'주석(主席)'도 괜찮은 대안이다. 김구 선생이 1932년 상하이 임시정부에 취임할 때 주석을 사용했다. 실제 '주석'은 '회의를 주재하는 사람'이다. '프레지던트'의 본 뜻과 가장 가깝다. 다만, 우리에게는 '김일성 주석'의 기억이 있어 국민 정서상 받아들이기 힘들 듯도 싶다. 실제 '프레지던트'가 하는 일은 '총통'에 더 어울리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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