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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씁쓸했던 동해안 여행

[촌놈살이 逸誌]

by 지구촌사람 2015. 1. 31.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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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배꼽일 때는 원본은 이곳에 있다 : http://blog.naver.com/jonychoi/220258153087]

 

 

달콤 씁쓸했던 동해안 여행

 

 

해마다 공주 생일을 기념하여 원행을 하곤 했다.

예전에는 집중적으로(?) 제주를 찾았다.

항공사 마일리지를 소모할 겸해서.

 

장모님의 폐암 투병과 간병으로

몇 해를 거른 뒤

돌아가시고 난 뒤부터 재개했다.

한라산 정상까지 오른 뒤, 이제는 방향(?)을 바꿨다.

동해안 쪽으로.

 

우린 대체로 사람들과 반대로 다닌다.

여름에는 산 쪽으로, 겨울에는 바다 쪽으로.

그래야 사람멀미를 피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바가지를 덜 쓴다.

 

동해안 쪽은 아주 오래 전 제법 많이 다녔다.

IMF가 터지던 해, 자진 사직을 기념 삼고

전업 글쟁이로 들어서는 걸 기념 삼아

다시 한 번 더 동해안을 아내와 함께 1주일간 훑었을 정도로.

동해안 최북단 항구인 대진에서부터

거진 간성 속초 양양 주문진 강릉 묵호 북평 삼척을 거쳐

백암온천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고 돌아왔다.

 

진 공주는 동해안이 처음이다.

그동안 주로 서해안 쪽에서 노셨다.

울 집 두 뇨자가 머리를 맞대로 여행지를 동해안으로 잡았나 보았다.

​가는 날 집에서 영동고속도로 진입 후 첫 휴게소까지만

내가 운전대를 잡았다.

길도우미 노릇을 하느라.




영동지역에 눈이 온다고 기상예보가 출발 3일 전에 바뀌었다.

고민했다. 버스를 타고 갈 것인가, 차를 갖고 갈 것인가.

버스가 안전하긴 한데, 가서가 문제.

정동진과 강릉을 둘러보는 1박2일 여정인데...

마침 출발 전에 적설량이 많지 않은 것이 확인되었다.

그저 대관령 내리막길에 쌓인 눈이 얕고 얼른 녹기를 바라며 차로 출발했다.

가보니, 오!

길도 말끔하고, 대관령 내리막길도 말끔...

(참, 대관령휴게소가 없어졌더만.

경관이 좋아서 일부러라도 쉬어 가면서,

신사임당의 친정집 그리워하기의 시비를 훑으며 원경을 감상하던

그 멋진 휴게소가 졸지에 증발.

휴게소를 나오면서 아무리 두리번거려 봐도 이상한 것.

간판도 강릉대관령인가 하는 식으로 바뀌어 있었다. 아쉬워라...)





정동진역 구내 이용도 예전과는 딴판.

드라마 <모래시계>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누운소나무를 보려면

역 구내로 진입하여 철길을 건너야 하는데

출입구를 이중으로 만들어 놓고 입장료까지 받는 것.

시골역(?)답지 않게 역무원들도 서너 명씩이나 있고

근무복도 관광지답게 멋진 것들을 입고 있었다.

 

또 하나. 크게 변한 것 중 하나는

전동 레일바이크 설비를 해놓은 것.

역 구내까지 들어오는 걸 해놨는데

그 바람에 바닷가 쪽으로 온 사람들은 역 쪽으로의 이동이 아주 불편.

멋지게 만들어 놓은 목제 보도(sidewalk)까지도

중간에서 입장 금지 표지를 매달아 놓아 반쪽짜리로 전락.

어느 업자의 돈벌이 힘이 그곳 방문객들의 편의를 절반 이상 깎아먹고 있었다.



진짜 모래시계 앞에서 공주님 야호!

(삼성에서 기증한 것인데, 1년짜리 모래시계다.

정확도는 아날로그 시계 못지않다.)

이 아비는 그냥 점잖게(?) 찍히겠나이다.



북극성을 정확히 꿰고(?) 있는 일종의 앙루.

해시계의 근본이렷다.



정동진 바닷가 왕림 기념으로

공주님의 이름을 모래 위에 새겼다.

(저걸 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촬영차 꺼내 들고 있던

내 스마트폰을 파도에 잠시 떨어뜨리는 바람에 식겁했다.)

그날 파도는 아름다웠다.

하루 손님일 뿐인 우리는 적당한 추위에 몸을 여며야 했지만...



공주님! 추워 마소서.

이 아비가 있나이다...



공주님의 셀카봉이 위력 발휘 중.

(이 셀카봉은 공주가 자신의 용돈을 모아 산 것...)

 

 

 

 



남는 건 사진뿐이라고 하니깐...

오른쪽에 보이는 것이 선 크루즈 호텔.





다음 날 아침.

정동진까지 갔는데 일출을 보지 않을 수 있나.

 

7시 반쯤 되니까, 어디서들 그리 많은 사람들이 몰려 오는지.

정동진역 쪽에서부터

음식점과 숙박업소들이 몰려 있는 곳 해안까지

사람들로 빼곡.

 

토욜 새벽인데도

나오면서 주차장을 보니, 대형버스들이 즐비.

산악회 멤머들을 태운 버스들이 그곳을 들러서 산에들 가나 보았다.

 

하기야, 강릉시외버스터미널에서 정동진까지 셔틀버스도 운행한다.

강릉에 머무는 사람들도 정동진 일출을 볼 수가 있다.

정동진역 쪽 해안가에 서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이었던 듯.

 

 

 

 


일출 방향은 선 크루즈 쪽 바닷가...

이 사진은 공주님이 촬영한 것.

우리들 중 제대로 일출 사진을 찍은 건 공주님뿐.


 

 

토욜 오전, 간단하게 선 크루즈 호텔 주변을 훑은 뒤 강릉으로 이동.

그동안 먹고 싶었던 곰치탕으로 점심을 했다.

 

사진은 경포해수욕장의 명물인 갈라진 돌.

기념석으로 심으려(?)고 모시던 중에

저절로 갈라졌다고 한다.


경포 옆에 마련된 <강릉3.1운동 기념비>

독립운동가들 중에 유난히 최씨가 많았다.

나도 그냥 한 방. 최씨임을 괜히 내세우면서...

 


​저 배는 촬영용 고정선.

그 앞에 있는 녹음 장치를 누르면, 청아한 테너 목소리로

"이 배애는 달 맞으러 강르응 가아는 배애~~"가 나온다.

스피커 볼륨이 상당한지라, 인근 주민들을 생각해서

밤 늦게는 그걸 누르지 말아달라는 안내판 글씨가 이채로웠다.​

*제목에 '씁쓸-'이라는 말을 붙인 것은 개인사에 속한다.

 돌아오는 길, 본래 빠져나갔던 영동고속도로 호법인터체인지를 놓치고

 빙 돌아오면서 생긴 일 때문에...

 

 

 운전대를 잡은 진 모친과 조그만 언쟁을 했는데

 그걸 그 다음날에 교회에서 문자로 보내오고

 거기에 대해서 내가 다른 때처럼 답을 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문구 하나가 몹시 심기를 자극하는 바람에...

 

 

 일요일 밤, 난 찜질방에서 외박을 했고

 그날 일로 40일간의 금연이 깨져버렸다.

 아휴 이런 '쫌씨' 짓을 언제쯤이나 졸업할 수 있으려나...

 

 

 뒤늦게 울 집 공주에게 미안할 뿐이다.

 아비가 하는 짓이 그런 꼴이어서.    [Jan.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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