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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고시] 맞장구를 쳐야 할 데서 말대꾸부터 하는 사람

[면접고시] 통섭의 우리말

by 지구촌사람 2016. 11. 26.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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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산책] 맞장구를 쳐야 할 데서 말대꾸부터 하는 사람

 

A : 이번 일 끝내느라 엊저녁에 밤새우다시피 했어.

B : 아이고. 고생했구먼. 지금 졸리겠다. 어디서 한숨 자도록 해 봐.

     참 대단해. 그처럼 정성을 들여 온몸으로 해내는 걸 보면.

C : 뭘 그깟 일로 밤을 새우나그래. 난 몇 시간 만에 해치웠는데.

     대충 해도 될 일에 전심전력하는 건 우선순위 착오야.

 

A : 이번 박근혜 사태로 애꿎은 국민들만 더 고생해.

B : 그래 맞아. 우리 국민들이 더 고생이지. 민초들은 이래저래 고생이야.

     막상 오물덩이를 뒤집어 쓴 건 박근혜가 아니라, 국민들인 것 같아.

C : 무뇌아를 뽑은 책임을 지는 거지. 생각 없이 뽑았으니.

     그러니, 앞으로는 한 표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행사해야 돼.


위의 경우에서처럼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때 토를 다는 것을 기준으로 보면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맞장구부터 치고 보는 사람과 말대꾸를 앞세우는 사람으로. 대체로, 맞장구를 잘 치는 사람의 표정은 맑고 밝은데, 말대꾸를 앞세우는 사람은 그 반대다. 어둡고 칙칙하거나 음산하기까지 하다. ‘() 단다는 것은 어떤 말 끝에 그 말에 대하여 덧붙여 말하는 것을 뜻하는 중립적인 행위인데도, 막상 그 내용을 보면 이처럼 두 갈래로 나뉜다.

 

맞장구맞장단이라고도 한다. ‘남의 말에 덩달아 호응하거나 동의하는 일을 뜻한다. 밝고 좋은, 긍정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말이다. 말만으로도 천 냥 빚을 갚는 사람은 이 맞장구를 잘 치는 이들 중에서 나온다.

 

그 첫 단계는 표정이나 말로 공감하는 일이다.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면 고개를 끄덕이거나 수긍하는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이어서 간단한 말로 공감을 표시하고 박수나 웃음 등으로 동의를 표시한다. 적극적이고 명확한 동의를 말로 표시하면 더욱 좋다.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면 칭찬이 된다. 이어서 남들에게 칭찬을 전하게 되면 그것은 칭송의 단계가 된다. 큰소리로 칭송하면 찬양이 된다. 공감 동의/동감 칭찬 칭송 찬양으로 번지고 커진다.

 

그중에서도 맨 첫 단계 공감하기가 가장 중요하다. 심리학에서 감정이입이라고까지 부르는 공감(empathy)’은 상대와의 벽을 허물어 안심시키고, 악의를 호의로 전환시키며, 자신에게 호감을 갖게 하기도 하는 놀라운 역할을 해낸다.

 

, 그러셨어요?/그랬어요?/얼마나 속상했을까/많이 가슴 아팠겠네요/힘드셨죠. 용케도 잘 견뎌냈네요...’와 같은 말들이 공감의 뜻을 담은 말들이다. 그 밖에도 상황에 알맞은 말들이 무수히 있다.

 

이 공감을 표현하는 훈련은 많이 하면 할수록 좋다. 자꾸만 하면 할수록 몸에 익히게 되므로. 심리상담사 등의 기본 훈련 과정에 이 공감하기가 들어 있다. 상대방과의 모든 좋은 관계의 출발이기 때문이다. 공감과 동의/동감의 표시를 잘하는 것만으로도 상대방과 주변은 물론 그 자신의 심리가 밝아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공감 동의/동감 칭찬 칭송 찬양의 단계에 이르는 데에, 돈 한 푼 안 든다. 그리고, 이걸 하고 나면 상대방은 말할 것도 없고 당사자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좋은 일들은 나누면 더 커진다. 특히 공감을 잘하는 이의 얼굴은 맑고 곱다. 그 자신이 행복해져서다. 상대방도 그를 좋아하게 되므로. 작은 마을의 평민으로 건달패 두목이었던 한고조 유방이 이 맞장구의 대표적인 존재였는데, 그 덕분에 그는 지략이나 병법, 행정 능력 등에서 그보다 훨씬 빼어난 장량, 한신, 소하 등의 도움을 받아 항우를 이기고 한나라를 건국할 수 있었다.

 

공감을 잘하는 이는 착한 사람이다. 점점 더 착해진다. 상대방을 우선시하고, 상대방 입장에서 이야기를 들어주려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의견은 필요할 때, 최소한으로 건네거나 상대방 말에 보태기를 한다. 뺄셈 대화가 아닌 덧셈 대화를 한다. 상대방에게도, 나에게도 도움이 되는 그런 대화를 이끌어낸다.

 

*

반대로 맞장구를 쳐야 할 데서 말대꾸부터 해대는 사람이 있다. 그것도 거의 습관적인데, 정작 당사자는 자신이 그렇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말대꾸남의 말을 듣고 그대로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그 자리에서 제 의사를 나타냄. 또는 그 말을 전체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대꾸와 같은 말인데, 위에서 언급한 공감하기나 동의/동감과는 정반대 편에 놓여 있는 말들이다.

 

이 말대꾸의 전형은 군소리(하지 아니하여도 좋을 쓸데없는 말)나 잔말(쓸데없이 자질구레하게 늘어놓는 말)을 덧대는 일이다. ‘그게 아니고/저도 거기서 거기면서/사돈 남 말하고 있네/에이, 자기는 뭐가 그리 잘나서/지는 뭘 잘했다고/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나 해대고/그래 잘났다/혼자서 잘 먹고 잘 살아라/다시 쳐다(만나나/듣나) 보나 봐라...’ 따위의 말을 늘어놓는다. 이런 군소리나 잔말들을 혼자서 자꾸 해대는 걸 고시랑거리다<구시렁거리다라고 한다.

 

이 말대꾸는 상대방에 대한 수용의 거절/거부에서 시작하여, 대치/반박 과정을 거쳐 멸시/비하, 경멸/경원, 적개감 등으로까지 발전하는 단초가 된다. 그리고 말대꾸가 억압되거나 강한 반격에 부딪치면 뒷소리(1. 뒷말. 일이 끝난 뒤에 뒷공론으로 하는 말. 2.맞대 놓고는 말을 못 하고 뒤에서 치는 큰소리)나 뒷공론(1.일이 끝난 뒤에 쓸데없이 이러니저러니 다시 말함. 2.겉으로 떳떳이 나서지 않고 뒤에서 이러쿵저러쿵 시비조로 말하는 일)으로 잠수한다. 그러고도 앙금이 남으면 타인들에게 그에 대한 험담으로 발전한다.

 

이 말대꾸의 출발점은 상대방 우선이 아니라 자신을 앞세우는 자기중심주의나 이기주의, 혹은 섣부른/잘못된 자만심이다. 그것들로 무장한 채 상대의 말을 평가부터 하려 든다. 자신이 상대방에게 평가당하는 것만 같고, 저평가되지 않으려는 생각이 앞서서다. 그것도 습관적으로. 공격이 최상의 방어라 오판하고 상대의 말을 맞받아친다. 정작 상대방은 전혀 공격의 의도가 없을 때조차도 그렇다. 이러한 태도는 대화 상대방의 존재에 대한 배려 부족이나 무의식적인 무관심/무시 버릇에서 싹터 오른다. 습관적이라 한 것은 자신도 모르게 그런 태도가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과시적/공격적 방어는 주로 자신감 부족과 피해의식에서 나온다. 열등의식에서 발원한 열패감이 잠재되어 있는 사람, 근시안적 사고에 갇혀 있는 사람 등이 자신의 존재를 의식적으로 드러내려는 습관에 젖어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의 입장보다는 자신의 존재감부터 과시하려 든다. 그것이 도리어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 되는 줄을 모른 채.

 

이러한 이들에게는 무의식적인 무관심/무시 버릇에서 비롯된 습관적 거부/반감의 어투가 몸에 배어 있어서, 안 해도 될 군소리가 저절로 튀어나오고, 그것이 반박이나 트집 잡기의 빌미가 된다. 그러면서 뒷소리/뒷공론이 무성해진다. 그 과정에서 사실의 왜곡/편향도 흔하고 비틀기와 빈정거림도 섞인다. 이른바 모든 현상을 빼딱하게/삐딱하게 바라보는 빼딱이/삐딱이의 길로 들어서게도 된다. 그런 말 섞기가 자칫 예각적인 대치를 거치게 되면 비하/경멸을 거쳐 비방으로 발전하고 험담으로 번지게도 된다.

 

이러한 행태는 공감 동의/동감 칭찬 칭송 찬양의 과정과는 정반대다. 무관심(무시) 거부/반감[군소리] 반박/경시[뒷소리/뒷공론] 비하/경멸/야유 비방/험담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맞장구파가 아닌 말대꾸파의 경우는 대체로 불행하다. 표정도 어둡고, 웃음이 자연스럽지 않으며, 친구들도 적다. 속병에 가까운 내과적 질환을 가진 이들도 흔하고, 경중을 떠나 우울증 증세를 조금씩 보이는 이들도 있다. 울증(기분이 언짢아 명랑하지 아니한 심리 상태)과 조증(기분의 고양, 의욕의 항진 따위의 상태를 특징으로 하는 정신 장애)이 반복적으로 교차하는 조울증 환자도 있다.

 

대화를 나누면서, 상대방의 존재/입장/처지를 잠깐이라도 생각해 주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이처럼 큰 차이가 난다. 대화 중이라도 그걸 떠올리면 뒷소리/뒷공론으로 이행되진 않는다. 전혀 문제없는 대화로 봉합이 되고, 앙금도 남지 않는다.

 

*

말하기와 관련하여 우리말 속담에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속담은 언중의 지혜가 모이고 쌓여서 이뤄진 탑이다. 오랜 세월을 지나오면서도 녹슬지 않은 채 여전히 빛나고 있는. 그렇기에 바쁜 삶의 와중에서도 되돌아볼 가치는 충분하다.

 

-‘말이 씨가 된다’(늘 말하던 것이 마침내 사실대로 되었을 때를 이르는 말).

-‘말 뒤에 말이 있다’(말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아니한 속뜻이 있다).

-‘말 단 집에 장 단 법 없다/말 많은 집은 장맛도 쓰다/말 단 집에 장이 곤다’(1. 집안에 잔말이 많으면 살림이 잘 안된다. 2. 입으로는 그럴듯하게 말하지만 실상은 좋지 못하다).

-‘말은 할 탓이다/말은 꾸밀 탓으로 간다’(같은 내용의 말이라도 하기에 달렸다)

-‘말이란 아 해 다르고 어 해 다르다/말이란 탁 해 다르고 툭 해 다르다/같은 말도 툭 해서 다르고 탁 해서 다르다’(말이란 같은 내용이라도 표현하는 데 따라서 아주 다르게 들린다)

-‘말로 온 공을 갚는다/말만 잘하면 천 냥 빚도 가린다’(1. 말은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니 말할 때는 애써 조심하라는 말. 2. 말을 잘하는 사람은 처세에 유리하다)

-‘말이 고마우면 비지 사러 갔다가 두부 사온다’(상대편이 말을 고맙게 하면 제가 생각하였던 것보다 훨씬 더 후하게 해 주게 된다)

-‘말 잘하고 징역 가랴’(말을 잘하면 징역 갈 것도 면한다는 뜻으로, 말의 중요성을 이르는 말).

-말 많은 것은 과붓집 종년(말이 많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말 속에 뜻이 있고 뼈가 있다(말 뒤에 겉에 드러나지 아니한 숨은 뜻이 있다)

-말 속에 말 들었다(말 속에 깊은 뜻이 있다)

-말은 꾸밀 탓으로 간다/말은 할 탓이다.

-말은 보태고 떡은 뗀다/말은 보태고 봉송(封送)은 던다 (말은 퍼질수록 더 보태어지고, 음식은 이 손 저 손으로 돌아가는 동안 없어지는 것)

-말은 적을수록 좋다(말이 많으면 군말을 많이 하게 되므로 그 결과가 좋지 못하다)

-말은 할수록 늘고 되질은 할수록 준다(말은 퍼질수록 보태어지고, 물건은 옮겨 갈수록 줄어든다)

-말이 많으면 실언이 많다/군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다

-말이 말을 만든다(말은 사람의 입을 거치는 동안 그 내용이 과장되고 변한다). -溫草

                                                                              [Nov. 2016]

 

[참고] 요즘 흔히 쓰는 '뒷담화'은 아직 사전에 없는 말. 비표준어다.

          격식 있는 자리,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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