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이 무거우면 발자국이 더 깊게 힘들게 파인다
걸어온 벌판 눈길을 돌아본다. 자국들이 어지러운데다,
내가 걸어온 쪽이 동행보다 더 깊게 파여 있다.
걸음마다 발을 빼내기도 더 힘들었다.
가만 생각해 보니, 내 배낭이 그의 것보다 훨씬 크다.
방수포, 우비, 3-4인용 방풍막에다 심지어 야전삽도...
몇 해째 그냥 넣어 갖고만 다니는 것들.
친구의 것을 보니, 크기나 무게가 나의 절반.
그는 오늘 꼭 필요한 것 외엔 덜어내고 다닌단다.
가볍게 하고 다녀야 더 오래, 그리고 가볍게 걸을 수 있어서.
덜어내지 못한 채 쓸데없이 무겁게 살아온 내 모습이
눈길 위에도 있었다. 세상 밖 어디에서고 있었을 그 모습이.
가볍게 살아내기. 덜어내고 지우고 잊어서라도 가볍게 걸어가기.
그렇다고 그 사람의 안까지도 가벼워지는 건 아니다.
도리어 진중해진다. 덜어내기까지도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溫草]
[July 2017]
-어려운 선택을 해낸 뒤 그 여파로 계속 힘들어하는 후배에게,
다 지워내고 그저 앞으로만 걸어가라는 말을 대신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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