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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여자, 명자(明子)?

[촌놈살이 逸誌]

by 지구촌사람 2017. 11. 3.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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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배꼽으로 나오면... 원본으로 : http://blog.naver.com/jonychoi/221130712986

 

철없는 여자, 명자(明子)?


어제의 일입니다.

외출을 하려는데 길가에서 눈에 밟히는 게 있었습니다.


가던 길을 돌아와 보니, 명자꽃이었습니다.

마른 가지들 사이에서 딱 한 줄기에 꽃을 매달고 있었습니다.

아니, 4~5월에 피는 녀석이 11월에 꽃을 피워 올리다니...






어제(2017.11.1.) 본 명자꽃. 꽃 아래의 것은 아카시.

올해 봄에 피워올린 명자꽃의 군무


가면서 혼자서 중얼거렸습니다.

철 모르는 명자꽃??

아니면, 철없는/철모르는 명자?


하기야, 요즘은 봄에도 코스모스가 피고,

눈 내리는 계절에 모과꽃이 피기도 합니다.

자연도 철을 몰라 헷갈려하는 일, 잦습니다.

기후 변화를 자초한 이 세상의 어수선함 탓이라네요.


                                 *

돌아와 꽃 이름 표기를 찾아봤습니다.

어마나... 우리가 흔히 짐작하던, 그 흔한 이름에 쓰이는 明子가 아니었습니다.


기본 한자 실력은 있다고 착각해 온 저도

대뜸 대하면 읽어내지 못할 표기, 樝였습니다.

내친 김에 옥편을 찾아보니, 세상에나...  

 풀명자나무  樝 풀명자나무 사

 

둘 다 오롯하게 자신들만의 이름으로 일가를 이룬 특허품(?)이었습니다.

 

(樝는 본래 발음이 '사'인데, '자'로 읽히게 된 말.) 

 

그러고 보니 명자꽃은 그야말로 오똑한 꽃이름이기도 한 셈이죠.
세상에서 자신들 이름으로만 쓰이는 한자를 거느린...
앞으로는 크게 알아모셔야겠습니다.
참, 명자꽃의 학명 표기가  Chaenomeles japonica 입니다.
일본이 원산이라는 뜻이죠. 표기상으로는.
하기야 명자꽃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만 흔히 볼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또 하나. 이 녀석은 장미과 소속인데요.
장미과에 속하는 것들은 대체로 꽃잎이 5장인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제 갈길이 바빠 쪼그리고 앉아 헤아려 보진 않았습니다만
지금 사진을 보니 맞군요. 모과꽃도 장미과인지라 꽃잎이 다섯 장입니다. 

식물의 소속 표기에서 흔히 쓰이는 게 '과(科)'인데요.
'장미과'와 같이 한자어로만 된 것들은 그대로 쓰지만
'감나뭇과'와 같이 '과' 앞에 우리말(고유어)이 들어가 있을 때는 꼭 사이시옷을 받쳐야 합니다.

밖에 나가서 대하게 되는 표지판들을 보면, 거의 대부분 사이시옷이 빠져 있을 정도로
주의해야 할 표기 중의 하나랍니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명자꽃을 그냥 明子꽃으로만 여기고서 크게 눈여겨보지 않아 온
제가 사실은 진짜로 철없는(사리를 분별할 만한 지각이 없다) 녀석이었네유. ㅠㅠ    

                                                  ***

 

선물 하나 드리겠습니다.
아래 그림은 제가 좋아하는 재미 화가 문범강 님의 순자/옥자/영자 시리즈입니다.
문 교수는 천경자 화가의 사위라는 말을 아주 싫어하는
조지타운대 최연소 미술과 교수 타이틀을 거머쥔 분인데요.
올 여름 북한 미술에 관한 책자를 저술하기 위해 몇 달 서울에 머물다 갔는데
7~8년간의 북한 나들이를 통해서 궁구해 온 그의 학문적 업적이
아마 다음달쯤이면 출간될 듯합니다.
출판되는 대로 후속 보도(?)를 올리죠. 아주 재미있는 내용들이 많으니까요.      -온초

 

 

   
[문범강(미 조지타운대 교수) 작,  '순자 시리즈' 중 각각 '순자', '영자', '옥자'

  당시 그들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적확하게 우회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2008년 메릴랜드주 예술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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