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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 196] 악몽도 알고 보면 우리를 안도케 하는, 예지력 있는 선지자와 같은 것

유치원으로 간 꼰대의 돌직구

by 지구촌사람 2018. 7. 9.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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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한마디 My Words 196]

 

악몽도 알고 보면 우리를 안도케 하는, 예지력 있는 선지자와 같은 것

Even a nightmare is a great relief after all, and a visionary prophet

 

알고 보면 악몽도 여러모로 요긴하다. 악몽도 우리를 안도하게 하는 것 중의 하나다.

예지력 있는 선지자와 같아서, 악몽을 떠올리며 돌아보거나 미리 대비하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깨고 나서

우리가 그 악몽을 뚫고 나와 여전히 살아 있음을 깨닫고 기꺼워하게 하면서,

실제로 맞이할 새 삶의 생력소도 된다.

 

In some ways, even a nightmare is indispensable. Nightmare is a visionary prophet,

which leads you to get yourself prepared for the things not occurred yet.

Moreover nightmare is a great relief after all, when you get to know gratifyingly

after wake-up that you are still survived through it all.

This works as a welcome fillip to the life to face in reality.

                                                                               -溫草/Jony Choi[Jul. 2018]

 

저는 꿈을 자주 꾸지 않는 편인데요. 어느 날 악몽을 꾸었습니다. 꿈속에서 꽤 오랜 시간 쫓고 쫓기느라 지칠 대로 지쳤고, 상황은 절망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적이 쏜 총알이 정면으로 저를 향해 오는 것을 두 눈으로 지켜봐야 했습니다. 그 직전에 분명히 제가 먼저 쐈는데 말입니다. 저놈들은 불사신인가 싶었는데, 그 순간 잠이 깼습니다.

 

하도 꿈의 내용이 끔찍해서 깨고 나서도 이내 잠들지 못했습니다. 식은땀까지 흘릴 정도였거든요. 그러면서 그 꿈이 무엇을 상징하는 건지, 무엇을 내게 알려주려고 (혹은 돌아보게 하려고) 그런 꿈을 꾸게 한 건지, 곰곰 생각해 봤습니다.

 

그 무렵 제가 지인과 함께 권총 실탄 사격장을 간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회원인 곳으로 그를 초대한 거죠. 권총 실탄 사격 경험이 전무한 터라 표적을 보지 말고 무조건 가늠자와 가늠쇠 정렬에만 신경을 써라, 그러면 최소한 실탄이 표적지는 벗어나진 않는다라고 누누이 일렀습니다. 가기 전부터, 그리고 현장에서도요. 사격 도중 바로 제 옆의 사대에서 사격하는 그에게 권총의 가늠자와 가늠쇠 정렬법을 다시 한 번 실물로 알려 줬습니다.


사진 : 실내 실탄 사격용 권총의 하나. Heckler & Koch's USP 9로, 9mm.

         정식 탄창을 쓰면 19발이 들어가지만, 사격장에서는 단발 사격.

         실탄 사격을 좀 할 줄 알면, 사거리 25미터 이내의 경우는

         대체로 8점대 이상을 맞힐 수 있다. 소형 표적지로도.

 

그런데도 결과는 영 아니었습니다. 결국 제가 삐치고 말았습니다. 그토록 정성스레(?) 일러준 것들을 무시하고 여전히 표적지만 보고 쏜 것 같아서요. 그도 실토하더군요. 일러준 대로 하려 했는데도 자꾸만 표적지를 보게 돼서 그리되었다고요. 그의 낮은 점수 때문이 아니라,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쏟았던 제 모든 정성이 무시된 듯해서 화가 났습니다. 아주 많이 많이 났습니다. 워낙 뿔(?)이 솟아서, 잘 가라는 말도 제대로 안 한 채, 전 그냥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게 제 마음에도 오랫동안 걸렸던 듯합니다. 상대방에 대한 이해보다는 내 정성이 무시되었다는 생각만으로, 그것도 화를 참아내지 못하고 돌아선 게 말입니다. 그게 꿈으로도 나타난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깨고 나서, 식은땀을 닦으며 맨 처음 든 생각은 후유, 살았구나. 난 살아 있어!’였습니다. 꿈속대로라면 그 총알이 제 미간에 정확히 박혀 있어야 했거든요. 그 생존의 확인... 꿈이었길 정말 다행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얼마나 새롭고 강렬하던지, 전 제 몸을 꼬집어보기도 했다니까요.

 

그 뒤 그에게 미안하단 말을 했습니다. 정말로 미안했거든요. 실물 권총을 처음으로 잡아본 사람들은 그 묵직한 총 무게와 거무튀튀한 색깔만 보고도 살짝 겁을 내기 마련이고, 거기서 나오는 하는 실제 폭발음은 깜짝 놀라게 하고도 남지요. 실내 사격장에서는 그 소리가 하도 커서 꼭 귀마개를 써야만 고막이 상하지 않을 정도. 화약 냄새도 오래 남습니다. 지금까지 남녀를 불문하고 실물 권총을 대하고도 전혀 겁을 안 내고, 첫 사격에서도 나와 비슷한 실력을 발휘하는 사람으로는 딱 한 사람, 저의 집사람뿐이었습니다. (집사람은 몇 가지 면에서는 천연기념물 수준이랍니다. 하하하.)

 

악몽. 나쁜 것만도 아닙니다. 아니, 되레 아주 쓸모가 많은, 무척 요긴한 실습 조교형 선지자인 듯도 합니다.

                                                                                 -溫草 [Jul.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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