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한마디 My Words 199]
감동할 줄 아는 이가 무슨 일이고 해낸다. 제대로 감동을 해야만 그 감동이 의미 있게 해석되고, 기억되고, 그리고 행동으로 옮겨진다. 모든 이룸의 출발은 감동하기다.
-溫草[Jul. 2018]
감동할 줄 아는 이가 무슨 일이고 해낸다
어느 할머니의 얘기.
그녀는 젊은 시절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보았습니다.
오드리 헵번의 그 순진한 ‘엉뚱美’를 선보인 명화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의 인기도와 달리 배우들은 상을 못 받고
(엉뚱하게도) 음악 부문을 휩쓴 《문 리버 Moon River》로도 유명하죠.
오드리 헵번이 창가에서 기타를 치면서 부른...
(그래도 오드리는 가수로 데뷔하진 않았습니다만.)
그녀는 그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의 도가니에 휩싸여, 몸을 부르르 떨었습니다.
한여름이었는데도요.
오랜 세월이 흐른 뒤, 그녀는 아침이면 느긋한 시간대에
아담하고 깨끗한 식당에 나타납니다.
그곳에는 그녀의 지정석이라 할 수 있는 창가 자리가 늘 준비돼 있습니다.
그 자리에 앉아 혼자서, 때로는 아는 이들을 손짓으로 불러, 아침 식사를 즐깁니다.
그녀는 지금 엄청난 명작(?)의 탄생을 꿈꾸며,
아주 열정적으로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80이 된, 일본에 머물고 있는, 저의 큰누나 이야깁니다.
*
<나는 자연인이다>, <걸어서 세계 속으로>, <집시맨>,
<박원숙의 함께 삽시다>, <인간 극장>, <도시 어부>...
매번 감동을 주면서 은근히 화면 속의 삶으로 유혹하는 것들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삶을 선택하여 실행에 옮기는 이들도 있습니다.
캠핑카 하나로 전국 여행을 해내는 이.
마을버스 중고차를 끌고 세계여행을 해낸 이도 있고
오토바이 하나로 아프리카 전역을 돈 이도 있습니다.
자전거에 의지해서 유럽을 돈 이도 있고요.
한비야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읽고 오지 봉사로
삶의 지도를 바꿔 그린 사람들도 제법 됩니다.
그런 이들의 공통점. 그것은 제대로 감동한다는 것입니다.
영화든 책이든 사람이든, 전해오는 그 메시지 앞에서
작게는 감동하고 크게는 전율합니다. 제대로 감동합니다.
그리고 그 감동을 차분히 정리하고 차곡차곡 개킨 뒤
머리와 가슴속에 간직합니다.
실천 시기와 방법만 남겨 둡니다.
*
저희 큰누나는 지금 <티파니에서 아침을>에 나오는 ‘티파니’가
식당이 아니라 고급 보석상이라는 것과, 오드리 헵번이 그 앞에서 먹어댔던 것은
빈민들의 상징인 빵조각 하나라는 걸 모릅니다.
아니 굳이 기억해 내려 하지 않는다고 해야겠죠.
다만 ‘아침 식사를 우아하게 먹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성형하여
그걸 평생 꿈으로 간직해 왔다고 해야겠죠.
그녀가 우아한 아침식사를 하려는 이유는 하루의 출발이 그처럼 우아하듯
하루종일의 삶 또한 그처럼 우아하게 지내고자 함입니다.
잡다한 생각 따위에 사로잡혀 그 우아함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려는
그녀만의 아침 기도이기도 합니다.
그래선지 (아님 제 눈이 잘못된 건지 몰라도) 큰누나의 얼굴은 80 노인의 얼굴이 아닙니다.
피부로만 보자면 40대 초반 정도와 흡사합니다.
큰누나를 그런 삶으로 이끈 그녀의 오랜 감동.
그것은 그녀만의 ‘우아한 아침식사’로 엉뚱하게 성형된 것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영화 속에서 실패한 사랑으로 남는 그 어둡고 씁쓸한
실물 기억에 비하면, 백배는 낫습니다.
그런 기억은 지워버리고 싶거나, 사라지더라도 아쉬워하지 않죠.
게다가 ‘우아한, 여유 있는 아침식사’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감동을 조리한 뒤,
실제로 삶에 적용한 것이기도 하고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감동하기, 감동 새기기, 감동 활용하기(실천하기)입니다.
삶의 현장에서 접하는 수많은 장면들 앞에서 (그것이 실물이든 화면이든, 글이든)
실제로 제대로 감동하는 이들, 자세히 돌아보면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감히 말하자면 아주 드뭅니다.
‘아 그런 게 있지, 있을 수 있지’에서부터 ‘그런 것도 있구나’ 정도로
쓱 훑고 지나가면 그뿐인 사람들, 아주 많습니다. 대다수가 그리합니다.
자신의 삶에 어떤 식으로든(극히 일부분이라도) 접합시켜 보려 하는 이도 드물고
실제로 그걸 시험적으로라도 결행해보는 이들은 가뭄에 콩 나기입니다.
(그때 버릇처럼 해내는 생각은 ‘바쁜 시간에 언제 그런 것까지...’인데요.
그런 이들은 짬이 날 때마다 드라마나 예능 프로 앞에 앉습니다.
그때도 빠지지 않고 나오는 말, ‘머리 식히는 덴 이런 게 최고지’.
하지만 머리 식히는 데 제일 좋은 것은 명상이라는 것, 혼자서 조용히
생각해 보는 것이라는 걸 그들은 모릅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았거든요.)
좋은 글 앞에서 쓱 한번 돌아보는 것도 자신이 자선가여서 그런다는 듯이
(글을 읽어주는 것도 자선을 베푸는 일이라는 듯이) 하는 이들, 적지 않죠.
읽는 일은 쓰는 이의 시간/정성/노력의 백분지 일도 안 드는 일인 데다
실제로 자신들은 쓰기에서 그 백분지 일도 해내지 못하는 이들일수록 그렇습니다.
*
감동 앞에서 오체투지를 해낼 정도로 자신을 열어 두기.
그것이 제대로 감동하기의 시작인 듯합니다.
그리고 제대로 감동한 사람들은 뭔가 해냅니다. 이뤄냅니다.
그 이룸의 크기나 객관적인 성과, 값어치... 따위는 중요치 않죠.
그것이 무엇이건 ‘이뤄냈다, 해냈다’는 사실 이상으로 값진 것은 없습니다.
중고 마을버스를 끌고 세계 일주를 나섰던 이가 갖고 돌아온 것.
‘저 같은 사람도 맘만 먹으면 뭐든 해볼 수 있다는 걸 얻은 것이
가장 큰 소득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또 다른 도전을 어떤 일이라도
자신 있게 할 수 있을 듯합니다. 가족 앞가림부터 하고, 그 다음도요.’
감동하지 않는 이들, 무감각으로 옷을 해 입은 이들은
솔직히 말하자면 나무 껍데기 인생을 살고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꾸미고, 뭐라고 해대더라도 실은 영장류임을 포기한 거죠.
영장류[靈長類. Primates]란 머리로 생각하고 손을 쓸 줄 아는 최상위 동물이죠.
원숭이도 머리를 쓰고요...
-溫草[Jul.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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