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한마디] 싸가지 없는 딸은 우수한 자식이다!

유치원으로 간 꼰대의 돌직구

by 지구촌사람 2018. 6. 8. 07:00

본문

728x90
반응형
SMALL

[나의 한마디 My Words 189] 싸가지 없는 딸은 우수한 자식이다!

 

싸가지([]가지) 없는 딸은 우수한 자식이다!

그렇다는 걸 알아채는 데에 부모들은 20년 이상을 허송한다.


                                                                 -溫草 [Jun. 2018]

 

[해설판]

 

집사람은 고3 딸내미가 학교나 독서실로 가고 나면

때때로 긴 한숨을 내쉽니다.

오래 안에만 담아두었던 걸 한숨에 실어 날려 보냅니다.

 

그리하게 된 연유들을 저도 모를 리 없지만

그래도 그 걱정들의 곁가지라도 정리해 줄까 싶어 묻습니다.

우리 딸내미가 뭐가 그리 못된 딸이냐고요.

 

아내는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습니다.

모두 제가 뻔히 알고 있는 것들이지만요.

 

-제 방 청소 하나 제대로 하는 법이 없다.

  (요즘 아이들 다 그렇습니다. 그래도 가끔 이불을 갤 때도 있다!)

-집에서는 책 한 번 잡는 것 못 보고, 그저 오직 스마트폰이다.

   (딸내미는 주로 만화를 봅니다. 그것도 자두가 주인공인 순정만화 종류.

   ​딸내미가 젤 좋아하는 과일도 자두이고,  인터넷 별명도 일찍이 자두로 해 둔 지 오래.)

-성질머리가 나쁘다. 롤러코스트처럼 오르내리며 바뀐다.

   (잘 삐치긴 하지만, 금방 잘 풀리기도 합니다.)

-하여간... 싸가지가 없다고 해야 한다.

   (내 볼 때는 부모의 기대치를 배반한다는 의미가 더 큼)

 

죽 늘어놓더니만, ‘싸가지란 표현이 과했다 싶었는지

몇 번 그 말을 입안에서 굴려 보더니만

싸가지? , () 가지가 없어로 바꿉니다.

 

때를 기다리던 저는 이렇게 응수합니다.

() 가지? 결국 네 가지만 없으니,

그걸 빼고는 다 잘한다는 얘기네유??’

 

                          **

얼마 전 진학 상담 차례가 된 집사람이 담임선생님을 뵀답니다.

선생님 왈, “진이는 학교생활도 즐겁게 아주 잘하고,

교우 관계도 매우 좋고, 인상도 좋고, 다 좋습니다.

선생님으로서 걱정할 게 하나도 없습니다.

딱 한 가지, 공부에서 쫌... ”

 

(주 : 희한한 것이 손가락을 들자고 말한 것도 아닌데, 찍고 보니 똑같이 둘 다 왼손을... ㅎㅎ)

 

저는 그 말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딸내미는 흠이라곤 겨우 네 가지뿐이니

나머지는 죄다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우수 품질이라고요.

 

그리고 이렇게 보탰습니다.

우리 딸이 그런 사람이란 걸 깨닫는 데

내가 거의 20여 년이 걸렸다고요.

부모가 자식 과목을 공부하여 겨우 평균 학점을 받는 데에

그리 오랜 세월을 걸렸으니, 내가 부모로서 겨우 과락을 면한 거라고요.

 

                               **

사실 제가 우리 딸내미를 바라보는 시선 전체가 바뀐 것은

겨우 작년 하반기 때부터입니다.

몇 가지 흠만 빼고는 아주 빼어난 청춘이라는 걸 확신하게 되면서지요.

어느 분의 말씀을 듣고 새롭게 눈을 뜨게 된 덕분입니다. 

 

하기야, 우리 딸내미 정도의 흠쯤이야 요즘 아이들 기준으로 보면 기본적(?)이고,

수능시험과 같은 것으로 점수벌레를 양성하는 현재의 교육 제도는

길어야 10년도 못 가서 스스로 붕괴될 것으로 봅니다.

 

인공지능과 통신기술의 발달 속도가 무섭고 그 결합이

지금도 우리 삶에 슬슬 (하지만 무섭게) 스며들기 시작하고 있죠.

아마 5~6년 안으로 등교하는 일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등교를 한다면 공부 때문이 아니라 친구들과 노는(함께하는)

사회화 과정을 위한 실무 연수를 위해서일 겁니다.

 

그런 시대에 나는 우리 딸이 해낼 수 있는 일이 무엇임을

저도 짐작하고 있고, 딸도 어렴풋이 알아채고 있는 듯합니다.

인간 소외, 피부 접촉 부족, 정신 건강 문제, 사람다운 냄새 그리워하기...

 

제 짐작이 맞다면, 딸내미의 장래 직업은 이런 분야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런 데서 아주 잘해내고 있을 겁니다. 아주 잘.

울 딸내미의 최대 자산은 인간관계거든요. 아이도 좋아하고

동물도 좋아하고 사람도 좋아하고...

너무 쉽게 깊이 잘 빠지는 게 걱정이긴 하지만요.

 

그러니, 지금의 우리 딸내미가 미래의 빼어난 자산이 될 수도 있죠.

그리될 겁니다. 하여 저는 이렇게 외칩니다. (저한테만요. ㅎㅎㅎ)

 

싸가지(사가지)만 없는 딸은 우수한 자식이다!



누가 뭐래도 울 딸, 이쁩니당. ㅎㅎ히. '딸바보가 돼도 좋아유.

 ​



아빠도 빼놓지 않고 이렇게 친절하게 루즈까지 발라주는 건, 울 딸뿐입니다유. ㅎㅎㅎ.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