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한마디 My Words 186]
바쁜 꿀벌은 슬퍼할 짬도 없지만 화장할 겨를도 없다.
(The busy bee has no time for sorrow and makeup either.)
[推記]
종편 프로그램 중에 <동치미>가 있습니다.
중.장년 남녀들의 삶을 두고 서로 공방을 통해 상호 이해를 높이는 프로그램입니다.
어느 날, 외출할 때면 아내가 화장을 하느라 1시간 넘게 시간을 끄는 일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참석한 대부분의 사내들은 짜증부터 앞세우면서, 여인들을 성토했습니다.
그러자 그중 충분히(?) 나이가 든 여배우 하나가, 남들이 알아봐 주지 않아도, 여인들은 자신의 만족감을 위해서
어떤 장소/모임에 나가더라도, 설령 친척 모임이라 하더라도,
정성 들여 화장하기 마련이라서 그렇다고
그런 걸 사내(?)들은 이해를 해줘야 한다고, 웅변했습니다.
일응 일리 있는 합리화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한편으로는 슬픈 자화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자신감 부족과 바쁘게 열정을 발산할 기회가 줄어 든 때, 자족할 수 없을 때 더 흔하기 때문입니다.
여유를 부려도 좋은, 심심한 시간이 더 많은 이들에게서 자주 볼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자투리 시간들조차도 죄다 그 쓰임이 정해지는 삶에서는 어림도 없습니다.
무대 위에서 열정적으로 연기하는 배우.
이런저런 작업에 몰두하고 하고 예술가(작가/화가/작곡가/공예가...)에서부터
삶의 현장에서 촌각을 다투며 일하는 이들, 한 장소에서의 한 가지 일이 끝나면
또 다른 장소에서 또 일이 기다리고 있는 이들...
이런 숱한 이들은 중간 중간 땀 식히기나 허리 펴기를 할 때나
겨우 자신을 돌아볼 수 있지요. 겨우 손빗질로 머리칼이나 치켜 올리는 정도?
몰두하는 삶에서는 자신의 얼굴로 대표되는 외모 가꾸기 등에
관심하는 일 자체가 줄어듭니다. 시간 내기는 관심이 향할 때만 가능한 일이지요.
5분 화장이 일상이 되어 있는 이들에게서는 외출 준비는 10분 정도로도 족합니다.
외출할 때면 심지어 미장원에까지 다녀오고
화장과 옷 갈아입기 등에 한 시간 이상을 투자하는 이들.
실은 자신의 내부가 덜 촘촘하거나, 덜 차 있는 이들일 때가 더 많습니다.
노배우의 말대로, 그리한다고 해서 남들이 조금이라도 더 관심하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는 걸 그네들이 잘 알고 있음에도, 자신의 자족감을 위해서
그런다고 하는 것은 어찌해도 씁쓸하기만 한 이야기이기도 하거든요.
(하기야, 그녀는 제법 이름이 알려진 편인데도, 배우로서는 자신의 미모가 빠진다는 게
평생의 콤플렉스였다고 고백한 적도 있긴 했습니다.)
자족감은 외양에 있지 않지요.
안이 따뜻해지면, 겉은 저절로 덥혀지고, 맑아지고
결국은 훤하게 밝아지니까요.
화장은 가리고 덮는 것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지 않은가요.
대충 하는 화장이 미덥지 않은 것은 그 자신에 대한 미더움 부족일 때가 더 많습니다.
-溫草 [May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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