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한마디 My Words 209]
사람에게도 바람길이 필요하다. 몸을 거쳐 머리로 빠져나가는...
그 바람길의 입구는 몸이요, 출구는 정신이다.
-溫草 [Aug. 2018]
도시에 바람이 제대로 통하지 않으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에어컨 실외기, 자동차에서 나온 열기, 달아오른 아스팔트와 빌딩 콘크리트가 뿜어내는 열기 등이
도시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고 그대로 쌓이면 도시가 주변 지역보다 뜨거워집니다.
이른바 '열섬(heat island)' 현상인데, 이로 인해 도시가 더워지면 사람들은 냉방을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그만큼 도시는 더 뜨거워지는 악순환이 생깁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바람이 도시를 잘 관통할 수 있도록, 바람이 잘 통할 수 있는 길을
염두에 두는 '바람길(wind road, windway)' 개념이 도시 설계의 기본이 된 지도 꽤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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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 1층의 한 채는 빈 터입니다.
큰 기둥 몇 개만 있고, 가운데에는 낮고 둥근 목제 쉼터가 있습니다.
앞뒤로 트여서 시원합니다.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도, 그곳에서는 바람기를 느끼게 됩니다.
왜 그런가 했더니, 그곳은 구조적으로 바람길로 설계돼 있었습니다.
앞쪽은 큰 기둥 두 개로 위쪽을 받치고 있는, 너른 세 칸 구조인데
뒤쪽은 1/4은 건물 입구용으로 막혀 있고, 나머지를 세 칸으로 구분한 좁은 출구 구조.
그러니 좁은 곳으로 빠져나가는(저절로 공기가 조여져서), 그런 공기 흐름이 만들어져서,
그곳은 바람이 없는 날에도 바람기를 느끼게 했습니다. 바람길이 만들어지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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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인간에게도 바람길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에서 몸으로 부딪는 수많은 것들을 쌓아두는 일 없이 잘 빠져 나가게 하려면요.
정신의 출구를 조금만 좁히면(조이면) 되는 일입니다. 우리 아파트 쉼터 구조처럼요.
육신에 바람길을 배려하여 배치하려는 노력을 조금만 하면 이뤄낼 수 있는 일인 듯도 하고요.
넓게 몸으로 받아들이고, 조금만 생각을 보태어 좁게 거르면(조금만 조이면)
되레 빠른 속도로 쉽사리 막힘 없이 빠져나가게 하는 정신의 바람길.
돈 한 푼 안 드는, 조금만 신경을 쓰면 만들어낼 수 있는
손쉬운 정신 세탁이자 자동 세정기(洗精氣)인 듯도 합니다.
우리들이 불필요하게 늘 뜨거운 것은, 우리 안에 열섬을 껴안고 살아가는 것은,
빠져 나가지 못한, 바람길을 만들어두지 않은, 우리 자신들 탓인 듯도 하니까요.
-온초 [Aug.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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