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한마디 My Words 210]
저승에까지 갖고 갈 수 있는 것, 있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태어날 때 알몸뚱이뿐의 빈손으로 왔다가
돌아갈 때 역시 땡전 한 푼도 가져갈 수 없는 우리들.
그러니 아등바등 탐욕에 찌든 채로 살아가지 말라는
엄연하고 엄중해서 알고 보면 무서운 가르침을 담은 말입니다.
하기야 몇 천 억을 지닌 재벌조차도 단 1원도 못 갖고 갑니다.
‘배운 거 아는 거는 안 뺏기고
저승까지 가져갈 수 있잖아요?’
이 당돌한(?) 말은 나이 70을 넘겨 한글을 깨치신
어느 할머니께서 <공부>라는 제목의 시에서 시구(詩句)로 쓰신 말인데요.
KBS의 장수 프로 <한국인의 밥상>을 보다가
요즘은 어린애들이나 쓰는 허름한 공책 속에서 화면으로 끌려 나온 저 구절을 대하자
제 머릿속에 백열등이 켜졌습니다.
그 할머님의 가르침에 화들짝 놀라 뒤돌아보니
제 인생의 풍경화 속에서 저의 모습이
소실점처럼 희미하게만 찍히더군요.
오는 시간은 몰랐는데 가는 시간은 보이기 시작할 때면
저승에까지 갖고 가도 부끄럽지 않은 것 하나쯤은
내 안 어딘가에 쟁여두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지면서요.
저승길에 갖고 갈 수 있는 것,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일지는 각자의 몫이겠지만
지금도, 그리고 언제고 늦진 않을 듯합니다.
그 준비를 시작하기에는요.
나이 70을 넘겨 한글을 익히자
글을 넘어 더 큰 것을 깨친 할머님도 계시는 걸요.
정신은 육체가 스러져도 살아남습니다.
괜찮은 것일수록 오래오래, 어떤 건 빛나기도 하면서요.
-溫草 [Sep.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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