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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 212]나잇값을 알아야 나잇값을 한다

유치원으로 간 꼰대의 돌직구

by 지구촌사람 2018. 10. 2.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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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한마디 My Words 212]

 

나잇값을 알아야 나잇값을 한다.

Only after you get to know what the age is all about,

you can act your age properly, having it as your teacher.

-溫草/Jony Choi [Oct. 2018]



  

6년 전 일입니다. 야구를 하면서 피처를 했습니다. 제 딴엔 강속구를 던진다고 좀 무리를 했습니다. 며칠이 지난 뒤 오른쪽 어깨가 조금씩 아파왔고, 체조 동작에서 팔 돌리기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동네 의원에서 주는 3일치 약을 두세 번 먹었는데도 여전해서, 정기적으로 들르는 대학병원에 간 김에 검사를 해보니 회전근개파열. 저처럼 바보같이 무리를 하지 않아도, 나이를 따라다니는 증상이고 오십견*보다도 더 많이 발생하는 질환이라더만요.

(*: 오십견은 팔로 어떤 움직임을 해도 힘들거나 통증이 있지만, 회전근개파열은 특정 부위의 운동이 어렵다는 게 특징. 특히 팔을 수평으로 들어 올리지 못하거나, 어깨 회전 따위가 불가능하답니다.)

 

관절 부분의 전문의답게 의사 선생은 두 번에 걸친 주사 치료 후 저를 물리치료실로 보내더군요. 병명과 증상을 보자 물리치료사는 맞춤 운동을 시켰습니다. 두 번의 운동 후, 치료사는 집에서 하라면서, 체조 그림이 잔뜩 그려진 포스터에서 몇 개의 동작에 동그라미를 쳐 줬습니다.

 

시킨 대로 집에서 열심히 했습니다. 두어 달 후부터는 조금씩 팔 돌리기도 가능해서, 그 뒤로는 제 나름대로 고안한 스트레칭도 섞어서(그중 대표적인 것은 거꾸로 누워 땅 쪽으로 팔 뻗치기) 했습니다. 완치되어 모든 운동 동작이 가능해진 것은 발병 후 딱 1년쯤 지나서였습니다.

 

                                                         **

지난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식구들이 모인 김에 텃밭 고구마 캐기를 했습니다. 텃밭이라고는 하지만 400여 평의 규모여서, 고구마 면적도 만만치 않습니다. 세 군데에 열두 이랑(두둑).

 

나는 고구마 순/줄기 걷기를 자원했습니다. 나 말고 세 남자가 더 있었지만, 그들의 다음 날을 생각해서요. 제가 그걸 늦지 않게 말끔히 걷어내야만, 제 뒤의 7사람이 캐는 일을 제때 할 수 있었고요고구마 순/줄기를 낫으로 자른 뒤 그 무거운 뭉치를 밭둑까지 들고 가 버리는 일.

 

그날, 대낮에도 눈앞에 별이 보인다는 말을 실감+체감+절감했습니다. 일이 끝나갈 무렵에는 허리를 펴고 일어서면 끊어져 나갈 듯했습니다. 하기야 그날은 9시간 내내 일했고, 중간 휴식 시간에도 근처를 거니느라 제대로 쉬지 못한 탓도 있었지만요.

 

그날 저녁 제가 난생처음으로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잠들었다는 후문을, 집사람이 올린 가족 밴드에서 읽었습니다.

 

평소에 벌초에서 예초기를 맡아 대여섯 군데의 봉분들을 깎아도 끄떡없던 체력을 제가 과신했던 탓도 있었습니다. 고르기와 수염 떼기를 거쳐 34상자에 담긴 고구마들을 차에 실을 때까지 힘들다는 내색을 하지 않은 채 끝까지 매달린 과욕(무리)도 작용했고요.

 

**

저는 헬스클럽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올해 유난히 잦았던 미세먼지 때문에 야외 운동을 할 수 없게 된 이후, 할 수 없이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엊그제부터 헬스클럽에서의 아침 운동 내용과 강도가 달라졌습니다. 아령 등의 체력 운동 10, 바이크 20, 트레드밀 40, 스카이바이브레이션 10, 거꾸로 매달리기 5, 근육 풀어주기 5분으로 총 1.5시간을 하는 건 똑같은데요.

 

바이크에서 마지막 1km를 땀을 흘리면서 RPM 70 + 시속 15km 이상으로 하던 걸 없앴습니다. 트레드밀 40분 중 10분 걷고 10분씩 뛰기로 하던 것도 30분 걷기 후 10분 뛰기로 바꿨습니다. 바로 고구마 캐기가 알려준 가르침 덕분입니다. 야구를 하면서 치렀던 회전근개파열의 기억도 거들었고요.

 

기분으로는 내 몸이 과거와 전혀 달라진 게 없는 것만 같아서 그냥 그대로 해내곤 하는 것들이 실제로는 내 몸에 과부하라는 걸, 내가 내 기분대로 하는 것들이 과욕이라는 걸, 내 몸이 알려준 겁니다. 몸 나이를 무시하는 주인장에게 몸이 따끔하게 실물로 가르쳐 주는 거지요.

 

나잇값. 그러고 보면 그걸 제대로 정확히 아는 일이 선결조건인 듯합니다. 그래야 나잇값을 조금이라도 해낼 수 있는 거죠. 제대로는 다 못 하더라도요. 나잇값을 해내려면 자신의 나잇값 자체를 곰곰이 돌아다보는 일부터 해내야, 그나마 엉뚱한 나잇값 앞에서 실수하지 않을 듯합니다.

 

체력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의 모든 데에서도요. 터무니없이 나이만 믿고 아무 데서나 나이를 들이대거나 내세우고 보는 건 고구마 밭에서 제가 무리수를 둔 건 약과라 할 정도로, 그 자신에게 되레 크게 흠집으로 돌아오게 되는 일, 잦은 듯합니다. 자신의 나잇값을 제대로 모르면 크든 작든 과욕으로 이어지는 듯합니다. 언행 모두에서요.

                                       -溫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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