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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형량 증가 사유와 김문석 판사, 그리고 이재용의 앞날

[차 한잔]

by 지구촌사람 2018. 8. 25.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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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박근혜 2심 선고는 여러 가지로 관심이 되고 있는데요.

그중 가장 중대한 부분은 단순히 형량이 늘어난 것보다는, 감형 대신 증형 쪽으로 선고된 이유일 것입니다.

(이번 선고로, 박근혜는 다른 두 재판 형량과 합산하면 총 33년 징역형!

 앞으로도 기무사 쿠데타 모의와 사법 농단 건이 추가되면 유기징역 신기록을 세울 듯...

 법적으로는 유기 징역 상한선이 30년이지만, 가중 처벌(1.5배)도 가능하기 때문에

 형량 합산 처벌에는 문제가 없을 듯합니다)

 

 

그 전에... 이번 재판을 이끈 김문석 서울고법 부장판사(59. 13기)도 참 재미있는(?) 분이죠.

그는 5년 전에 이미 서울고법 수석 부장판사를 지냈습니다.

그 뒤 두 군데의 지법 원장도 했고요. 그렇다면 그의 다음 보직은 고법 원장쯤이 되어야 하는데

도리어 고법 부장판사(수석도 아닌)로 보임됐죠. (2017~)

어쩌면 그는 사법 사상 초유의 부끄러운 역사인 '재판 거래'의 주인공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밉보인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는 권익위원장 시절 김영란법을 기안한 전 대법관 김영란(62. 11기. 서강대 석좌교수)의 친동생입니다.

그녀는 40대에 대법관이 되어 당시에도 법조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죠.

김 부장판사의 자형은 18대 대선 때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3위를 했던 전 강지원 검사(69. 8기)입니다.  

강지원/김영란 커플은 진보적 사고자로 두 딸을 대안학교에 진학시킨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강지원은 김영란과 달리 서울법대 출신이 아니고 서울 문리대 출신으로 행시에 합격하여

 관세청에 근무하다가 사시에 도전하여 수석 합격을 한, 수재죠.)

 

여하간, 김문석 판사는 누나보다 2기 아래로 13기입니다.

현재의 문무일 검찰총장(장관급)이 18기인 것에 비춰보면, 

5기나 빠른 그가 고법 부장판사(차관급)인 것이 조금은 이상하죠? 

위에서 김영란 교수 동생을 언급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진보적 사고로 사회 정의 구현에 날카로운 법리적 해석을 가할 수 있는 사람인 까닭에

법원 내 승진 가도에서는, 정권에 야합하다 못해 사법권을 갖다 바치기까지 했던

양승태파의 입맛에 맞지 않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판결에서 형량이 늘어난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을 듯합니다.

하나는 묵시적 청탁을 인정했다는 것이고, 둘째로는 피고인의 오만한 태도에 대한 응징.

 

묵시적 청탁은 포괄적 뇌물죄 개념과도 맥이 닿아 있습니다.

공무원의 개개의 직무 행위와 금전 수수 간에 대가성을 요하지 않는 것이 포괄적 뇌물죄의 핵심인데요.

대가성의 전제인 청탁에 대해서도 개별적으로 명시적일 필요가 없다는 개념도 받아들입니다.

그의 누나 역시 대법관 시절 이 포괄적 뇌물죄 적용을 강하게 관철시켰습니다. 

[포괄적 뇌물죄와 관련된 좀 더 상세한 내용은 여기로 : https://blog.naver.com/jonychoi/221081691857]

 

사실 대통령 앞에서 '잘 부탁드립니다'의 한마디를 건네기조차도 힘든데

'이번 000 건 선처를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죠.

(이것을 명시적 청탁이라 하고 이 증거가 없으면 묵시적 청탁까지도 배제될 때가 많죠.)

 

이번 판결에서 이 묵시적 판단의 근거가 된 게, 바로 대통령 지시 사항을 받아 적은 안종범 수첩이죠.

이번에, 안종범이 전해들은 내용은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직접적 지시 사항은 증거로 채택한 건 신의 한 수이기도 하고요.

1심에서 이걸 직접적 증거에서 배척한 건 바로 '전해들은 부분' 때문이었지요.

(이건 나중에 대법 판결에서도 뒤집히지 않을 듯합니다.)

 

박근혜의 재판 보이콧에 따른 불출석과 항소 포기.... 확정적인 자충수가 됐습니다.

이 나라 법 체계를 수호해야 하는 막중한 자리가 대통령인데, 그 자리에 머물렀던 이가

법 체계 자체를 부정하듯 하는 행위를 보이는 것, 

그야말로 쪼잔함/비겁함/적반하장의 표본으로 수치스럽기 그지없는 일이라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유치한 발상의 연장선에서 항소 포기를 했겠지만,

그건 감형 사유조차 없음을 고백하는 것이나 진배없습니다. 현행법 체계상 그렇습니다.

 

이번 판결로 이재용의 다음 재판이 참 재미있게(?) 됐습니다.

이번 판결에 앞서, 별도로 선고된 그 항소심 결과가 대단히 이상해서

그 판결을 대하고 대법의 파기 환송이 그려졌었는데,

이번 판결로 더욱 이재용의 대법 판결도 아주 크게 영향을 받을 듯하네요...

 

만약 대법에서도 이번 2심의 박근혜 수뢰 액수를 인정하게 되면

이재용의 횡령 액수(회사돈으로 지급한 뇌물액은 전액 횡령으로 봄)가 50억 원을 초과하게 되어

이재용은 집행유예가 불가능한, 최소한 '5년 이상'의 형이 불가피하거든요.

 

대법 심결에서는 이 박근혜 사건과 이재용 상소 건이 병합 처리될 게 분명하기 때문에

이재용의 앞길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지게 생겼습니다.

                                                                              -溫草 [Aug.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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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심보다 형량 1년 더 늘린 이유 : “朴 삼성물산 합병에 결정적 도움”
    제3자 뇌물죄 가장 엄격히 적용. 1심 ‘묵시적 청탁 불인정’ 뒤집어
    18개 혐의 중 17개 유죄로 판단. 항소 포기도 중형 선고에 영향

[한국일보] 2018-08-24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 재판부는 24일 선고공판에서 기왕에 있었던 국정농단 관련 재판 가운데 유죄 인정 범위를 가장 엄하고 폭넓게 판단하면서 형량도 1심보다 늘어난 25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선 이런 저런 이유로 감경되는 게 일반적인 경향이지만, 박 전 대통령의 항소 포기와 재판 보이콧이 재판부의 중형 선고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김문석)는 이날 박 전 대통령이 받는 18개 혐의 중 17개를 유죄로 판단했다. 1심 판단과 달라진 대표적인 혐의가 바로 삼성 관련 뇌물 혐의다. 특히 제3자 뇌물죄(공무원이 직무에 관한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제3자에게 경제적 이익을 주도록 한 것)에 대해 여느 국정농단 관련 재판 중에 가장 엄한 판단을 내렸다. 1심과 달리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과 관련한 묵시적인 청탁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최순실씨 조카 장시호씨가 운영하는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여원을 그 대가로 본 것이다. 여기서 승계작업은 이 부회장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삼성전자ㆍ삼성생명) 지배권을 확보하는 과정을 말한다.

[저작권 한국일보] 송정근기자
항소심 “삼성 승계작업 있었다”


앞서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는 4월 6일 선고 당시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승계작업은 그 존재 여부가 증거에 의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인정돼야 한다”며 승계작업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 승계와 관련된 개별현안들이 있었고, 이것이 직ㆍ간접적으로 지배력 확보에 유리한 영향을 미치는 효과가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는 개별현안들의 진행에 따른 여러 효과 중 하나일 뿐, 그것이 반드시 승계작업을 위한 것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로 인해 명시적인 것은 물론 묵시적 부정 청탁 또한 없었다고 봤다.

승계작업 존재와 이를 대상으로 하는 부정한 청탁은 박 전 대통령의 제3자 뇌물죄를 구성하는 핵심 요건이다. 공무원이 돈을 직접 받는 단순 뇌물은 직무연관성만 있으면 범죄가 성립하지만, 최순실씨가 경제적 이익을 얻은 제3자 뇌물의 경우 ‘부정한 청탁’이 있어야만 해 범죄 성립이 까다롭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부분에서 1심과 달리 당시 상황을 포괄적으로 인정해 승계작업과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봤다. 이 부회장이 경제적 이익을 제공할 당시는 ▦금산분리 원칙의 강화나 ▦경제민주화 정책 추진 등으로 대주주 일가 지배권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는데, 이를 염두에 두고 향후 지배권 약화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승계작업을 진행했다고 본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면 충분하고, 청탁 대상인 승계작업은 구체적일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가 단독면담 직전에 승계작업 관련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위한 결정적 도움을 줬다”고 봤다.

“정유라 승마지원 관련 약속도 뇌물 유죄”


정유라씨 승마 지원 부분도 1심보다 더 폭넓게 인정됐다. 삼성이 정씨를 지원하기 위해 213억원을 주겠다고 약속한 부분에 대해 1심 재판부는 “확정적인 것이 아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약속을 할 당시엔 213억원을 뇌물로 수수하겠단 의사가 확정적이지 않았으나, 최씨와 이 부회장 간 뇌물이 마지막으로 수수된 2016년 7월 26일(코어스포츠 용역대금 지급) 이후에도 두 사람 사이에 액수 미상의 금액을 ‘올해 아시안게임까지는 정씨에 대한 승마지원을 하겠다’는 의사가 서로 확정적으로 맞아 떨어졌다며 유죄로 봤다.

항소심의 엄한 판단에는 박 전 대통령의 재판 보이콧이 한몫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법정 출석을 거부해 실체적 진실 밝혀지기 원하는 국민의 마지막 바람마저 저버려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더욱이 박 전 대통령이 1심 결과에 항소하지 않아, 재판부가 먼저 나서서 감형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 보는 분석도 있다.

항소심에서 ▦삼성 측이 정씨에게 지원한 말의 보험료 ▦포스코그룹 펜싱팀 창단 요구 등 혐의는 각각 유죄에서 무죄, 일부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사안이 중하지 않아 형량을 낮추는 요소는 되지 못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2. 박근혜 2심, 이재용 2심과 다른 점 : 李 2심서 제외한 ‘영재센터 16억’ 포함
대법 ‘이재용 형량’ 판단 최대 변수로.
집행유예 지속 여부 50억 기준 갈려
[한국일보] 2018-08-24

박근혜 전 대통령 항소심 선고 결과는 2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자신의 항소심 재판이나 박 전 대통령 1심 재판과 달리 경영권 승계작업과 관련한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하는 등 박 전 대통령이 받은 ‘삼성 뇌물’을 상대적으로 넓게 인정했기 때문이다. 뇌물 관련 핵심 쟁점을 두고 하급심마다 요동치는 상황이어서 대법원 판단이 주목되는 까닭이다.

24일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김문석)는 박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쟁점인 삼성그룹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승마 지원’(단순 뇌물), ‘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3자 뇌물)을 유죄로 봤다. 특히 제3자 뇌물죄 핵심요건인 부정한 청탁 대상으로 ‘경영권 승계작업’을 인정, 영재센터 후원에 대해서도 제3자 뇌물을 적용하면서 전체 뇌물수수 인정액은 약 87억원이 됐다.

이는 이 부회장 1심과 유사한 결과다. 당시 재판부 역시 부정한 청탁의 존재를 인정하며 승마지원과 영재센터 후원을 합해 총 89억원을 뇌물로 판단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 2심 재판부는 부정한 청탁이 있었음을 인정하기 어렵고, 승마 지원도 코어스포츠 용역대금만 뇌물로 봤다. 이에 따라 뇌물인정액은 약 36억원으로 낮아졌다. 이어 열린 박 전 대통령의 1심 재판부도 부정한 청탁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코어스포츠 용역대금은 단순 뇌물로 인정해 총 73억원 가량의 뇌물이 오간 것으로 봤다.




뇌물인정액은 이 부회장의 형량을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다. 앞서 이 부회장의 1ㆍ2심 재판부는 뇌물공여액을 그대로 횡령액으로 인정했는데, 뇌물공여죄와 달리 대법원 양형 규정상 횡령죄는 금액이 50억원 이상일 경우 특별히 가중처벌토록 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 받았던 이 부회장이 2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고 풀려날 수 있었던 것은 횡령액이 89억원에서 36억원으로 낮아진 덕분이었다. 집행유예는 징역 3년 이하에서만 가능하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판단대로 87억원의 뇌물공여액(횡령액)을 적용할 경우 이 부회장으로선 징역 5년 이상의 형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부회장인 김남근 변호사는 “핵심 쟁점인 삼성 경영권 승계에 대한 부정한 청탁의 존재를 인정한 판결이 다시 한번 나옴에 따라 최종심을 앞둔 이 부회장으로선 불리해졌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이날 선고가 이뤄진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이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에서 심리가 진행 중인 이 부회장 사건과 합쳐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법리적 쟁점이 많은 사건인 만큼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3명 전원(법원행정처장 제외)이 전원합의체에서 최종 판단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3. [중앙일보]

 

   “묵시적 청탁 존재” 1심 판결 뒤집어. 이재용 부회장 상고심 영향 줄 수도
    최순실 징역 20년, 안종범은 감형. 일각선 “궁예 관심법 망령 살아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24일 항소심에서 1심(징역 24년)보다 무거운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음에 따라 대법원 상고심을 남겨두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주목된다. 특히 이날 재판부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내세운 ‘묵시적 청탁’ 프레임까지 받아들이면서 대법원의 최종 판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문석)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존재했으며 이를 두고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묵시적 청탁을 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묵시적 청탁은 지난 2월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난 서울고법 판결뿐 아니라 지난 4월 박 전 대통령 1심 판결 때도 인정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이날 재판부는 2015년 6월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는 과정에 박 전 대통령의 지시와 승인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1심에서 무죄를 받은 삼성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16억2800만원)도 ‘제3자 뇌물’이라고 봤다.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도움을 얻을 목적으로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설립을 주도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금을 건넸기 때문에 뇌물죄가 성립한다는 논리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이 삼성으로부터 받은 뇌물액은 총 86억원으로 1심보다 14억원 증가했다. 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형량과 벌금이 늘어난 이유다.

삼성이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지원했던 말 세 필도 1심과 마찬가지로 뇌물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실질적인 사용 및 처분 권한이 최씨에게 있었다”고 밝혔다. 그동안 특검팀은 말의 실소유권이 최씨에게 있다고 주장한 반면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계약서에 따라 소유권은 삼성에 있다”고 맞서 왔다.

지난 2월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날 수 있었던 것도 항소심 재판부가 “말 세 필의 소유권(36억원)은 여전히 삼성이 갖고 있고 말을 무료로 쓰게 해준 ‘불상의 이익’만 뇌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이 부회장이 제공한 뇌물액수도 1심의 절반인 36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에 따르면 횡령액이 50억원 이상일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형으로 처벌받지만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 징역형으로 줄어든다. 법원이 정씨에 대한 승마 지원을 뇌물로 판단할 경우 이 부회장이 징역 5년형 이상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의미다.

전직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대법원이 이 부회장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며 “1년 이상 지난한 법정 다툼이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 최씨는 징역 20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받았다. 징역 20년에 벌금 180억원이었던 1심 선고에 비해 벌금이 20억원 늘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징역 6년에 벌금 1억원에서 징역 5년에 벌금 6000만원으로 감형됐다. 재판부는 “대부분 범행이 대통령 지시에 의한 것이고 사익을 추구한 건 아니다”며 감형 이유를 밝혔다.

선고 직후 재판을 지켜보던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법치가 무너졌다. 용서하지 않겠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최씨 측 이경재 변호사도 재판부가 묵시적 청탁을 인정한 데 대해 “후삼국 시대 궁예의 관심법이 21세기 망령으로 되살아났다”고 반발했다.

김영민·조소희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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