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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겨루기>를 준비하시는 분들께: <표준국어대사전>과 <우리말샘>의 충돌 문제

우리말 겨루기 공부 책자

by 지구촌사람 2021. 2. 19.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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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겨루기] <표준국어대사전>과 <우리말샘>의 충돌 문제

 

아래는 2020.2. 국립국어원이 펴낸 웹진 <쉼표, 마침표>에 게재된 내용이다. 이 글에는 글 자체만으로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

아래 글에 “표준” 또는 “규범”을 중시했던 “표준국어대사전”과 달리 "우리말샘"은 우리가 쓰는 모든 말을 다 담겠다는 생각에서 만들어진 사전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그것만 보면 두 가지 모두 국립국어원이 편찬하고 있는 '사전'이므로 <표준국어대사전>과 <우리말샘>에 담긴 말들이 모두 표준어인 것으로 잘못 여길 수도 있다. 아니다.

내가 다른 글들에서 <우리말샘>을 '준표준어 사전'이라고 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우리말샘>(이하 '우샘'으로 약칭)에는 표준어들만을 정리하여 담고 있는 <표준국어대사전>(이하 '표준'으로 약칭)에 비표준어로 분류돼 있는 것들도 상당히 많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부부생활'과 '직장생활'을 살펴보자. 현재 '표준'을 보면 이 두 말이 한 낱말의 복합어가 아니다. 따라서 각각 '부부 생활'과 '직장 생활'의 두 낱말로 띄어 적어야 어법에 바르다. 그런데 '우샘'을 보면 다음과 같이 한 낱말의 복합어로 편성돼 있다.

부부생활: (완곡한 표현으로) 부부의 성생활을 이르는 말.

직장생활: 직장 안에서의 생활.

이 표기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이 두 말을 보면, 각각 '부부 생활, 직장 생활'로 돼 있다. 사전 분야의 전문 지식이 없는 이라면 표기만 보면 두 낱말로 착각하기 십상이다. 사전의 표제어 표기는 관용구/속담 등이 아닌 경우는 분절 표기가 돼 있더라도 한 낱말이다. 우샘에는 분절 표기 자체가 아예 생략돼 있다.

예전에는 이런 것들이 한 낱말이라는 걸 밝히기 위해서 다음과 같이 조어 구성 표기까지 해 주었다: 부부˘생활, 직장˘생활. 즉 한 낱말인 '부부생활/직장생활'은 각각 '부부, 생활, 직장' 등이 형태소로 작용하여 이뤄진 합성어라는 밝히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그런 표기도 없이 띄어 적어 놓으면 일반인들은 십중 팔구 그대로 띄어 적게 된다. 사전 편찬자들의 기본적인 배려가 빠져서 이용자들에게 혼란을 부추기고도 남는다.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서라 할지도 모르겠지만.

여하간, '우샘'에는 실제 언어생활에 뜻풀이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아직 정식 표준어로 정리되지 못한 것들까지도 담겨 있다는 중요한 사실이 명토 박듯 밝혀져 있어야 함에도, 위 글에는 빠져 있다. 기껏 밝힌 건, 이처럼 두루뭉술해서 더욱 혼란스러운 구절뿐이다: '정돈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만을 찾고 싶을 때는 “표준국어대사전”을 참조하고, 다양하고 많은 정보를 찾고 싶을 때는 “우리말샘”을 찾아본다면 [후략]'

또 한 가지,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아래 글에 이런 대목이 있다.

'가장 큰 오해는, “표준국어 대사전”에 올라 있는 말은 모두 다 “표준”이니 써도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다. [중략] 그런데 우리가 사용하는 말 중에는 부정적인 의미를 지닌 것도 있고, 상황에 따라 쓰지 말아야 할 말도 있다. [중략] 예를 들어 ‘사기꾼’은 표기가 맞춤법에 맞고 우리가 흔히 쓰는 말이므로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에게나 ‘사기꾼’이라고 했다가는 명예 훼손으로 고소를 당할 수도 있다. 이는 ‘사기꾼’의 의미와 사용 맥락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이것을 '사기꾼'이라는 말은 부정적 의미이므로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이 글만 읽어 보면 그렇다. 하지만, 그 또한 잘못이다. '사기꾼'이란 말이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적절히 사용해야 할 필요도 있다. 간접화법으로 묘사/서술해야 할 때는 특히 그렇다. 다음 문장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여러 사람에게 사기꾼 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정작 그는 사기꾼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를 모함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그의 진실성을 호도하려고 대충 지어내 갖다 붙인 말일 뿐이었다.' 즉, 언어는 본래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중립적 맥락에서 사용되면 얼마든지 중립적으로 쓰일 수 있다.

또 한 가지. '표준'과 '우샘'의 관계에 대한 명확한 위상 정립이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위에도 인용한 것처럼, '정돈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만을 찾고 싶을 때는 “표준국어대사전”을 참조하고, 다양하고 많은 정보를 찾고 싶을 때는 “우리말샘”을 찾아본다면 [후략]' 뿐이다. 이래서야 언중이 어떤 것에 따라야 하는지 더욱 헷갈린다. 손쉬운 예로 논문이나 기사를 작성할 때 무엇을 참조해야 하는고? '우샘'을 믿고 써도 되는 건지?

진짜로 아쉽고 궁금한 대목이 있다. '표준'과 '우샘'을 지금처럼 계속 양립시킬 것인가? 아니면 언제쯤 '우샘'의 말들을 정리하여 '표준'에 편입시킬 것인가? 현재 '표준'과 '우샘'이 상충되는 부분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해결책은 간단하다. 국어심의회 운영을 손보면 된다. 현재의 회의 개최 횟수를 늘려서 위원들에게 일거리를 더 주는 것이다. 자주 회의를 열어서 현재 '우샘'에 편제된 말들을 '표준'으로 옮겨 하루바삐 표준어로 확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현재 '표준'에 누락돼 있는 수천 개의 낱말들이 보충될 수 있다. 당연히 올라야 할 말들이 빠져 있는 게 부지기수다. 심지어 풀이에 쓰인 말이 표제어에 빠져 있는가 하면, 외래어 표기 규정에 들어 있는 '원지음'이란 전문용어까지도 빠져 있는 형편이다. '표준'에 없는 말들을 골라 책자화한 이들만도 이미 여럿이다.

또 하나는 현재의 심의위원들의 물갈이와 인원 증원이다. 고리타분하다는 소리까지 나오는 고답적 학문 태도를 고집하는 이들을 일부 교체하고 신진/중진 학자들을 대폭 영입하여, 현재의 언중들 소리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 일례로 언중의 99%가 '갖다붙이다'를 '1. 옮겨다 대거나 달라붙게 하다. 2.조리가 맞지 않게 아무렇게나 비유하거나 둘러대다'의 의미로 쓰고 있는데도(즉, 한 낱말의 복합어로 사용) '표준'에 의하면 '갖다 붙이다'의 두 낱말로 띄어 적어야 할 뿐만 아니라 두 번째의 의미로 쓰려면 거의 관용구적 대우까지 해줘야 할 형편이다.

이 글을 쓴 이는 학예사가 아니라 5급 사무관급 이상에 해당되는 고위직 학예관이다. 현재 국립국어원의 어문연구과에서 사전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그런 책임 있는 자리를 맡고 있는 이라면 이 두 사전 간의 역할/위상/관계/미래에 대해서 좀 더 명확하게 밝혀야 하지 않을까. 무척 아쉬운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이것은 <우리말 겨루기>를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드리는 말씀이다. 지금도 자막이나 해당 프로그램 사이트에 나와 있듯, 출제 기준은 여전히 '표준'이다. 인터넷 검색 시 떠오르는 '우샘' 자료를 신뢰해서는 안 된다. 반드시 '표준' 자료에만 의존하여 도전 준비들을 하시기 바란다.

-온초 생각[19 Feb.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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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전문은 이곳을 보시길: blog.naver.com/jonychoi/222248688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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