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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띄어쓰기] 국민의힘의 엉터리 현수막 정치: 띄어쓰기라도 좀 제대로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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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촌사람 2024. 10. 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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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띄어쓰기] 국민의힘의 엉터리 현수막 정치: 띄어쓰기라도 좀 제대로 하지

비정치인 시절, 낱개로 있을 때는 그런 대로 똘똘하던 사람들도 정치판에만 들어가면 아이큐가 두 자릿수로 떨어진다는 말이 있다. 대표적인 게 이른바 법조계 출신이라는 이들이다. 그들 모두가 최상위 시험이라는 사법고시에 합격했던 똘똘이들이었다. [법학전문대를 나와 변시에 합격한 후진들은 아직 본격적으로 정계로 나설 군번들이 되지 못하고 있다.]

윤썩열 정부는 검사공화국이라는 말답게 전직 법조인, 그중에서도 검사 출신들이 설치는데 여당인 국민의힘 또한 마찬가지다. 그중에서도 셜대 법대 출신이 압도적이다. 이 나라에서 이의 없이 역대 최상위권 학교로 꼽혀온 곳이다.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가 열리는 회의장 뒷벽에는 항상 뭐라고 뭐라고 쓰인 현수막*이 걸린다. 회의 취재 카메라에 늘 잡히는 부분이어서, 회의장에서 가장 신경 써서 챙기는 부분이다. 실제 회의에서야 무슨 얘기를 하더라도 가장 먼저 국민들의 눈길이 가는 게 그 현수막에 적힌 글씨들인지라.

[참고: '현수막( 懸垂幕)'에 쓰인 한자 현수(懸垂)는 본래 세로로 길게 늘어뜨리는 것을 뜻했다. 그래서 현수막은 그처럼 세로로 길게 뜨린 막, 즉 세로 걸개만을 뜻했는데 요즘은 국립국어원에서 그 뜻풀이를 '선전문ㆍ구호문 따위를 적어 걸어 놓은 막'으로 단순화해서 가로로든 세로로든 그 거는 방향과 무관한 모든 표어(標語) 걸개에도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 회의 멤버들의 주축 역시 법조인들이다. 이 회의를 주재하는 이들은 비대위 위원장, 당대표, 또는 그 직무/궈한대행들인데 그 자리를 거쳐간 9사람 중 네 사람(김종인/이준석/정진석/윤재옥)만 빼고 나머지 5인은 전부 법조인들이었고 이들은 황우여 외에는 모두 2번씩이나 지휘봉을 잡았다. [주호영 2회, 김기현 2회, 권성동 2회, 황우여, 한동훈 2회]

현재의 최고회의 멤버들은 총 9명인데 그중 여성/청년/지명직을 빼면 6명이다. 그중 세 사람, 곧 한동훈/장동혁/김재원이 법조계 출신이고 모두 셜대 출신이다(장동혁은 사대 불어과 출신).

사설(辭說 )이 길었다. 이런 똘똘이들이 앉아 있는 곳 뒤편의 현수막에 내걸린 글귀들을 무순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한마디로, 띄어쓰기 무시의 현장 실물들이다.


사전을 찾아들 보시라. '민생우선, 국회정상화, 정권교체'라는 표제어들이 있는지...

띄어쓰기의 기본 중 기본은 '낱말은 띄어쓴다'이다. 그리고 낱말이란 한 낱말의 뭉치말을 뜻한다. 한 낱말인 것들은 사전의 표제어로 나오지만, 위의 말들은 모두 사전에 한 낱말로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 붙여 적을 수 있는 말들이 아니다. 따라서 '민생 우선, 국회 정상화, 정권 교체'라고 띄어 적어야 한다. 띄어 적는다고 해서 의미가 달라지거나 저하/변질되는 것도 아니다.

사실 띄어쓰기에서 좀 머리가 아파지는 부분은, 아래의 사례에서 보듯, 위와는 반대의 경우들이다. 일견 두 낱말 이상으로 보이지만 한 낱말로 적어야 하는 복합어들이다. 이를테면 '일상생활, 사회생활, 학교생활' 등은 한 낱말의 복합어들이어서 띄어 적으면 도리어 잘못이고, '평소 생활'과 같이 글자 그대로의 뜻만 가진 것은 띄어 적어야 한다.

복합어 성립 요건에는 여러 가지가 있고 여기서 모두 다루기에는 부적절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의미 특정이다. 곧 글자 그대로의 의미가 아니라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다. 예를 들면 '사회생활'은 '1.일반 사람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집단적으로 모여서 질서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공동생활. 2. 많은 수의 생물이 모여서 일을 맡아 공동으로 영위하는 생활.'을 뜻하는데 특히 두 번째의 의미는 글자 그대로의 의미와는 거리가 먼,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한 낱말의 복합어가 되었다.


 

위에 보이는 '함께 하다'라는 잘못된 띄어쓰기는 사실 매우 흔히 보이는 실수들이다. 이때 쓰인 '함께하다'는 '어떤 뜻이나 행동 또는 때 따위를 서로 동일하게 취하다'의 의미로서 글자 그대로의 뜻이 아니어서, 한 낱말의 복합어가 되었다.

쉽게 생각해서 '같이하다'라는 의미인데, 이 말을 띄어 쓰지 않고 한 낱말로 붙여 적는 것과 같은 이유다.

 

이 현수막에 적힌 '거듭나다'는 도리어(?) 바르게 적은 경우다.

이때의 '거듭나다'는 '지금까지의 방식이나 태도를 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다'를 뜻하는 말인데, 글자 그대로가 아니어서 한 낱말의 복합어가 된 말이다. 이 작품은 아무래도 보좌관들이나 인쇄업계 쪽의 전문가가 나서서 올바르게 표기한 경우가 아닌가 한다. 정치꾼이 되고 나면 하는 말과 짓이 3류~4류가 되는 국개의원 나리들의 머리에서 저런 바른 표기가 나왔을 것 같지가 않다. ㅎㅎㅎ

 

이것은 올 6월 국회의장단 선출을 앞두고 되풀이된 현수막 쇼 중의 하나다. (국개의원들이 가장 잘하는 짓거리가 걸핏하면 저런 현수막을 앞세우고서 주먹 불끈, 구호 합창 등으로 꼴불견들을 일삼는 짓이다.)

여기서 보이는 '합의없이[다], 의회없다, 의회독주' 등을 사전에서 찾아 보라. 안 나온다. 모두 '합의 없이, 의회 없다, 의회 독주' 등으로 띄어 적어야 바르다. 거듭 말하지만 띄어 적는다고 해서 의미가 변질되거나 훼손되지 않는다. 이런 기본적인 것들조차도 챙기지 못해서 아이들에게까지 창피해야 할 이들이 국정을 논한다? 웃기는 일이다.

위 표기에서, '특별자치시대'는 뭔가 의미가 있어 보여서 한 낱말로 쓸 수도 있을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왜냐하면 그 당시 강원도를 특별자치도로 하자는 논의가 있던 때여서다. 하지만, 잘못이다.

'특별자치도'란 표기는 법률 용어로서 전문용어다. '광역시'를 붙여 적을 수 있는 것도 이와 같은 전문용어라서다. 하지만 '특별자치'라는 말만으로는 전문용어가 되기 어렵다. 그 뒤에 '시대'까지 붙이면 더욱 망발이 된다. 이 말 역시 '특별 자치 시대'라고 띄어 적는다고 해서 의미 변질이 생기지는 않는다.

그러다 보니, '현장최고위원회의' 표기도 그 연장선상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것으로 보인다. '최고위원회의'는 전문용어이므로 붙여 적을 수 있지만 그 앞에 '현장'까지 붙인 건 전문용어가 되기 어렵다. 만약 국짐의 당규 등에 '현장최고위원회의'라는 항목이 들어가 있고, 그 개최 요령/요건 등을 상세히 규정한 것이 있지 않으면 전문용어가 아니라서다.

 

이건 국짐의 최고회의가 아닌 다른 당의 것이지만, 위에서 다룬 것들과 거기서 거기라서 예시한다.

'정책파괴, 법개정, 건국이래'라는 말들은 사전의 표제어에 없다. 사전의 표제어들은 그 기본이 한 낱말일 때 오른다. 물론 단어 요건에 부합되지 않는 접사, 조사, 어미... 등도 오르지만 기본적으로는 띄어 적을 수 없는 것들만 오른다.

요컨대 이 말들 역시 '정책 파괴, 법 개정, 건국 이래'로 띄어 적어야 한다. 띄어 적어도 의미 변질/훼손 따위는 걱정 안 해도 된다. 도리어 빛난다. 멋대로 우리말 띄어쓰기를 훼손하지 않으려는 갸륵한 맘씨가 읽히므로.

자칭 타칭 똘똘이 소리를 듣다 보니 끝내 정치판에까지 뛰어든 불나비 정치꾼들... 띄어쓰기 따위가 무에 중요한 것이냐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이들은 사소한 것들이 성패를 결정짓기도 한다는 것을 피눈물 나게 겪어 봐야 한다. 단 3표 차이로 낙선의 쓴맛을 맛본 사람처럼.

요즘 일각에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는 말을 유행시키거나 부추긴다. 이 말의 본래 출처는 '신은 디테일에 있다(God is in the detail)'이고, 디테일이 지닌 강점을 강조한 말이 G. 플로베르*의 '착한 신은 디테일에 있다'(Le bon Dieu est dans le détail. The good god is in the detail.)이다. 사소한 것들로만 여겨서 무시하기 쉬운 것들조차 죄다 챙겨서 성공한 봉준호에게 '봉테일'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이 바로 그 착한 신 쪽의 디테일에 해당한다: https://blog.naver.com/jonychoi/221914535524 

국개의원들에게 사소하게 보이는 모든 것들이 국민의 일상 속 일부다. 소중하기 그지없는... 사소한 것들도 놓치지 않고 챙기려는 마음가짐조차 없이 불나비처럼 정치판에 뛰어드는 이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불나비사랑의 복사판일 뿐이다.

-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온초 최종희(6 Oct.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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