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집에 하늘말나리가 꽃을 피웠다.
당진에서 작년에 이사올 때, 그곳 노지에서 심고 돌보던 100여 종의 꽃들이 아까워
그것들을 200여 개의 화분에 조금씩 담아서 갖고 왔는데
아, 이 00묵을 아파트에서는 그것들을 죄다 어르며 사는 게 불가능.
하여, 그 중 노지에서 머물러야 제대로 잘 크는 것들과
대형에 속하는 것들을 추려서 100여 개의 화분을 울 공주님 학교에 기증했는데...
처음에는 매달아 보낸 조그만 이름표들까지 큼지막한 아크릴 판으로 교체해서
멋있게 해놓더니만, 한 겨울에 실내로 옮겨놓으라고 별표까지 붙여서 표기해놓은 것들조차
그대로 노지에 방치하고, 물조차도 제대로 안 주는 바람에
올 들어 가보니, 제대로 살아있는 건 10여 가지뿐... 오호, 애재라!
그 중 몇 가지만 우선 사진으로 보이면......
화판이 시계와 닮았다고 해서, "시계꽃".
덩굴 식물로 울타리 삼으면 아주 좋은 녀석. 아직은 추위에 약한 게 흠.
큰으아리. 우리나라 특산종이다. 역시 덩굴로 잘 자란다.
으아리도 있는데, 큰으아리에 비해서는 꽃이 작은 게 흠이다.
디기탈리스. 심장병 긴급구호약 이름도 이 녀석과 똑같은데, 그도 그럴 것이
그 약은 이 꽃의 성분을 추출해서 만들었기 때문.
경기 지방에서도 잘 자랄 정도로, 토종화되었다.
층꽃나무. 꽃색깔이 아주 깜찍할 뿐만 아니라, 아주 잘 번진다.
씨로 뿌려도 발아율이 거의 100%.
한해살이풀 종류로 보이지만, 어엿한 다년생으로, 관목에 속한다.
붉은병꽃나무. 우리나라 특산종에 속한다. 삼색병꽃나무, 병꽃나무 등과 더불어
이 나라 헐벗은 산야 어디에서고, 양지 바른 곳이면 잘 자란다.
물꽂이나 꺾꽂이로도 번식이 잘 되고, 울타리용 교목으로도 손색이 없다.
한 해에 60센티~1미터 가량 쑥쑥 크는 아주 착한 녀석.
말발도리. 발에 밟힐 정도로 보잘것없는 녀석으로 보이지만, 생명력이 놀랍다.
흙이 보이는 언덕이나 잔디 따위로 대충 덮어야 하는 그런 곳에 군데군데 심어 놓으면
이내 그 근방을 꽃밭으로 만들 정도로 잘 번진다.
사설이 길었다. 나중에, 특색 있는 꽃들 몇 가지를 따로 소개할까 한다.
하늘말나리로 돌아가자.
우리 집의 하늘말나리.
우리나라에는, 아래의 사진 모듬에서 보이듯, 자생종 나리가 9종 있다.
가장 많이,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참나리이고 그 다음이 털중나리인 듯하다.
그 중 7가지는 꽃들이 모두 수평선을 바라보거나 고개를 아래로 꺾는다.
단 두 가지만 꽃을 반짝 쳐들고 하늘을 노린다.
하늘말나리와 하늘나리가 그것들인데, 그래서 이름 앞에 하늘이 붙었다.
<참고 자료사진 : 우리나라의 나리들>
하늘말나리 (우리 집의 애장품) 땅나리
말나리 뻐꾹나리
솔나리 참나리 (가장 흔히 보인다)
칠갑나리 (칠갑산에서 이창복 박사 발견) 털중나리
<사진 출처 : 마리 님>
하늘나리
*
기왕 올린 김에 울 집에서 최근 귀염을 받았던 녀석들 몇 가지를
서비스 삼아 곁들이기로 하자.
목단이다. 김영랑의 시에서 <모란>으로 표기되었던.
이 녀석은 키우기가 쉽지 않다. 이걸 파는 이들이 작은 화분에 욱여 넣기 위해서, 뿌리를 박대하기 때문이다. 나도 세 번 시도한 끝에 겨우 한 그루를 살려서
이사할 때 갖고 왔을 정도.
한데, 이 녀석들이 꽃을 피운 날짜가 올 4월7일이다.
통상 5월 중순 ~ 6월 사이에 꽃을 피우는 녀석들인데...
참, 저 꽃술 뭉치를 자세히 보면 시간이 흐를수록 씨방 주변의 개활도가 넓어진다. 창문을 열어놔도 벌나비들이 제대로 찾아들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겠다. ㅎㅎㅎ
협죽도. 요즘 녀석들 꽃이 한창이다.
한 번 피면 두어 주일 이상 간다.
이 녀석들도 참 순둥이다. 꺾꽂이는 물론 물꽂이로도 아주 잘 번식하고
줄기를 잘라주면 그 자리에서 3줄기씩 다시 싹을 제깍 내어 오르는 녀석들.
꽃조차도 산골 처녀의 수줍고 해맑은 웃음을 닮아서, 좋아하는 이들이 손을
내밀 때마다 분 하나씩을 주었는데, 벌써 분양 가족이 5집이 넘었다.
마지막으로 산세베리아와 호야.
산세베리아도 꽃을 피운다. 올해도 어김없이 울 집에서는 녀석이 목하 꽃대를
밀어올리고 있는 중이다.
꽃은 관엽성 다육이들이 흔히 그렇듯, 모양이나 색깔은 그저 그렇다.
그런데, 이 녀석의 꽃에서도 꿀이 나온다. 아니, 꿀이 꽃에 매달린다.
아래에 보일 호야처럼.
내가 사진을 제대로 잘 못 찍어서 그런데, 아래 사진을 잘 보면 꽃받침 부분에
물방울처럼 매달린 게 있다. 그게 꿀이다. 찍어 먹어보면 정말 꿀과 똑같다.
다육이를 기르는 집들이라면 거의 하나 정도씩 장식품으로도 가꾸고 있는 호야.
잎 하나를 뚝 따서 꽂아도 번식될 정도로 생육력이 놀랍다.
그런데, 녀석은 생김에 비해, 꽃이 참 멋지다.
맨 아래 사진에 보이듯, 개화 시기가 되면 별 모양으로 톡 튀어나와서는 활짝 열리는데, 그 앙징스러움이라니...
게다가 녀석은 개화 시기 내내 꿀을 매단다.
숟가락을 들고 종지에 모으면 제법 될 정도로, 끊임없이 꿀을 내놓는다. 희한하게도...
참, 저 호야 녀석의 꽃을 보려면 반드시 햇빛을 보는 곳에서 키워야 한다.
베란다나 부엌 쪽 창가와 같은 곳에서. [July 2011]
- 풀꽃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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