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 이것 참.
제 사전 얘기가 신문에 나왔네요.
그것도 2013년에 마지막으로 납본된 국어 사전으로요...
사실 이 책을 발간할 때, 출판사 쪽은 반신반의했죠.
요즘 세상에 누가 종이사전을 보느냐고요.
웹에 들어가 조금만 또닥거리면 다 뜨는 걸 종이사전으로 해야 하느냐고요.
얘기의 절반은 맞습니다.
낱말 몇 개 궁금하면 웹에 들어가 또닥거려도 되지요.
그런데, 정작 문제는 그렇게 해서 챙긴 낱말 몇 개는 이산 가족이라는 거죠.
옷을 입을 때 무슨 말을 어떻게 써야 할지
쇠고기 중 안심과 등심이 정확히 뭘 뜻하는지, 방아살이 등심과 관련이 되는지...
공군 장교들에게 붙이는 '보라매'라는 말이 맞는 건지, 옳은 건지...
또, 요행 '여(물속에 잠겨 보이지 않는 바위)'를 알게 된다 해도
'속여/든여/마당여' 등까지 단순 낱말 검색으로는 알려주지 않지요.
이런 게 한두 가지가 아니지요.
우리 같은 시골 출신들에게 '지게'는 그야말로 익숙한 것인데
거기에 쉽게 붙이던 '동바'니' 멜빵', '지겟다리' 등에서 한번이라도
차렷 자세로 점검해본 적이 있었던가요?'
저도 얼마나 얼굴이 붉혀졌는지 모릅니다.
낱개의 낱말들만으로는 진짜배기 말의 힘이 되질 못합니다.
제가 이 사전을 기획한 것은
글쟁이로서 지내면서 우리나라에 작가용 사전 하나가 없다는 것 때문에
제가 죽기 전에 그거 한 권은 꼭 만들어놓고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우리말 겨루기와 인연이 되어 그 자료를 준비하면서
1년 반의 세월을 자료 수집으로 보냈습니다.
막상 출연 때는 열 몇 권의 자료 중 6권으로 간추린 것들조차
겨우 2주일 동안 보고서 출연했었지요.
그때 우리말 겨루기 역사상 최고의 실력자를 만났지요.
달인에 이어 3년 동안 배출된 달인들을 모아 벌인 왕중왕 전에서
단연 독보적으로 여유 있게 우승하신 조00 님이 제 상대였습니다.
엉뚱한 얘기가 길었네요.
오늘 신문에 나온 기사, 제가 3월경에 인터뷰했던 내용과는 많이 다르지만
(게다가 제가 졸지에 고교 교사로 변신했더군요.
제가 인터뷰 중에 언급한 백 모 교장 얘기를 착각한 모양입니다. ㅎㅎㅎㅎ)
어쨌거나 젊은 기자의 안타까워하는 모습이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지요. 겉보다도 속을 더 챙기는 데에 익숙한 우리 모두에게요.
2013년에 마지막으로 납본된 국어사전.
느닷없이 그런 평가를 받으니, 느낌이 새삼스럽네요.
고맙습니다. 여러분!
여러분들의 관심과 사랑 덕분입니다.
아래는 오늘 세계일보에 게재된 기사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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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死典' 된 국어사전…죽어가는 민족 지혜의 심장
‘민족 지혜의 심장’인 국어사전이 죽어가고 있다. 29일 세계일보 특별기획취재팀 취재 결과 사전 출판으로 유명했던 민중서림, 두산동아, 금성출판사, 교학사 등은 더 이상 새로운 국어사전을 만들지 않으며 기존 국어사전을 증보하지도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전 출판 기반이 와해되면서 한때 연간 18권까지 새 국어사전이 들어왔던 국립중앙도서관에는 최근 2년간 단 2권의 국어사전만이 ‘출생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어쩌면 지난해 3월 한 고등학교 교사의 집념으로 출간된 <고급 한국어 학습사전>(커뮤니케이션북스)이 보통 사람을 위한 마지막 국어사전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국어사전은 모국어를 가진 나라의 빛나는 보물이다. 한 나라 지식과 문화생산 역량은 사전의 어휘 총수와 그 활용 빈도로 축적된다고 한다. 사전 지식이 국력의 바탕이며 문화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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