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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말이라 해도 비표준어는 사인(私人) 간에만 쓰여야 한다

우리말 공부 사랑방

by 지구촌사람 2014. 11. 16.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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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름다운 말이라 해도 비표준어는 사인(私人) 간에만 쓰여야 한다

 

오래전 영어의 삼인칭 남녀에 대응하는 우리말 대명사를 만들어 쓰자는 움직임이 일각에서 있었다. 그러한 취지에 호응하여 각계에서 제안/추천한 말로 그이그니’, ‘그미따위가 있었는데, 이 말들은 현재 다음과 같이 정리되어 있다.

 

그이? ①그 사람을 조금 높여 이르는 삼인칭 대명사. 여자가 다른 사람을 상대하여 그 자리에 없는 자기 남편/애인을 가리키는 삼인칭 대명사.

그니? 그이의 방언. 비표준어. , 상대어인 그미는 표준어로 인정.

그미? 주로 소설에서, ‘그녀를 멋스럽게 이르는 말.

 

결국, 세 말 중에서 그이그미만 표준어로 편입되었고, ‘그니는 버려졌다. 본래 그니‘-할머니/어머니/엄니/언니등에 붙어 쓰이는 용법에 주목하여 여성용으로 제안된 말인데, 현재는 남성을 뜻하는 그이의 경기도 방언으로만 사전에 올라와 있다.

 

이와는 별개로 최현배 선생이 만들었다 하여 극히 일부에서 유통되고 있는 낱말들도 있는데,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그림내? 내가 그리워하는 사람정인(情人)’의 의미. 사전에 없는 말.

단미? 달콤한 여자, 아름다운 여자를 뜻하며, 사전에 없는 말.

그린비? 그리운 선비를 뜻하며 사전에 없는 말.

 

이 말들의 공통분모는 그 탄생 과정이 구전이나 간접적 인용으로 전해지고 있는데다, 이 말들이 특정인을 위한 헌사(獻辭)라 하지만 그 명확한 전거들이 없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그림내와 같은 것은 일부 작가의 책 제목이나 예술가 집단의 행사 제목으로도 쓰인 바 있다. ‘단미또한 강아지 이름에서부터 여성들의 살림 동호회 명칭으로, 또는 여성용품 취급 점포의 이름 등으로 꾸준히 채택되고 있다. 주로 언어학적(?) 접근용으로 드물게 검색되는 그린비에 비해서는 그 쓰임이 잦지만, 정확한 뜻풀이는 대체로 생략하거나 대충 짐작으로 때운 채 쓰는 편이다. 아무래도 발음상의 매끄러움과 어감상의 여성성 등에 쉽게 끌려서일 듯하다.

 

이와 같이 사연(?)이 있는 말들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하여야 할까. 그런 말들을 사용하여 공문서를 꾸려도 되는 것일까? 사내 기안문서에 사용했는데, 윗사람들이 트집을 잡으면 어떻게 답하는 게 좋을까. 광고 문구에는 써도 되는 건지?

 

이런 때의 손쉬운 기준은 우선 공용어(한 나라 안에서 공식적으로 쓰는 언어)에 착안하는 것이다. 공용어는 일단 표준어여야 하고, 특수한 경우에만 보완적으로 방언이나 외래 교통어(효과적인 언어 소통을 위해서 보완적/대체적으로 일시 사용하는 타국 또는 타민족의 언어나 문자. ‘Fast Track'과 같은 외국어 외에 도령(道令)/고의(袴衣)’에서 보이는 편의상의 차자음 표기를 위한 한자 등도 이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필자의 조어) 등을 쓸 수 있기 때문에, 공문서 등에는 이 말들을 사용할 수가 없다.

 

사내 기안문서라 할지라도 그 효력이 널리 미칠 경우에는 공문서에 준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기안 문서에 사용해도 곤란하다. 공표(公表. 여러 사람에게 널리 드러내어 알림. 순화어는 공개 발표)를 목적으로 하는 저작물(著作物. 사상/기술/연구 결과/문예 작품 따위를 글로 써서 책으로 펴낸 것)에서도 마찬가지다. 광고용으로는 광고 목적에 적합할 경우 채택할 수도 있다고 본다. 광고 문안이란 창의성과 창조력이 합작 생산한 개인적 예술 작품이기도 하므로.

 

요컨대 공적인 글에서는 공용어인 표준어를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예외적으로 사용 목적이 분명하고 불가피한 경우에 한하여 기타의 언어를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할 것이다. 하지만, 사인(私人. 개인 자격으로서의 사람) 간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공적인 것이 아니므로, 이러한 원칙과는 무관하다. , 비표준어로 규정된 것들이라 할지라도 개인적 선호에 따라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비표준어임을 의식하고도 사용하는 것과 그러한 자기 검열의 노력 없이 무턱대고 타인들의 어투나 표현을 손쉽게 모방하여 쓰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그 정도는 알고서 사용해야 할 것이다.

최종희. 이 글은 출판사와의 협약에 따라, 저작권이 설정되어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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