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에는 고어 표기가 좀 있는데
옮겨 오기를 하면서 변환이 되지를 않는다.
일일이 문자 알림을 덧댈 수 없는 일이라서 안타깝다.
불편들 하시겠지만, 대충 짐작으로 헤아려 대하시기 바란다.
○ 그리운 옛말 : ‘어즈버/수욼갑’
‘몸얼굴(‘몸통’의 옛말)’과 같이 언중의 관행/관심에서 멀어져 현재 사전에서 옛말로 처리된 말 중에는 살려 써야 할 말도 있고, 뒤돌아봐야 할 말들도 있다. 마치 가을걷이가 끝난 뒤 낙수(落穗. 추수 후 땅에 떨어져 있는 이삭)를 주워 챙기는 일이 쏠쏠한 재미와 보람을 더하기도 하듯이, 옛말로 묻어버린 것들을 들춰보면 의외의 수확을 맛볼 수도 있다. 예컨대, 느리게 살아가기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는 게 그중 한 가지다.
‘무’를 보자. 이 말은 ‘총각무/홍당무’ 등에 쓰이는 ‘무’의 옛말이다. ‘무 →무우 →무’의 과정을 거쳐 현재의 표준어는 ‘무’다. ‘무우’가 ‘무’로 바뀐 것은 ‘준말이 널리 쓰이고 본말이 잘 쓰이지 않는 경우에는, 준말만을 표준어로 삼는다.’는 규정 때문이다[1988]. 이 원칙에 따라 준말이 본말을 밀어내고 아예 표준어 자리까지 꿰어 찬 것들로는 ‘기음 →김(김매다), 또아리 →똬리, 배암 →뱀, 비음 →빔(설빔/생일빔), 새앙쥐 →생쥐, 소리*개 →솔개, 온가지 →온갖, 장사아치 →장사치, 귀하지 아니하다 →귀찮다’ 따위가 대표적이다. *[참고] ‘소리개’의 ‘소리’ : ‘소리’는 ‘수리(수릿과의 독수리/참수리/흰꼬리수리/검독수리 따위의 총칭)’를 뜻한다.
사실 어찌 보면, 이 바쁜 세상에서는 위의 표준어 규정대로 짧고 간단한 준말을 쓰는 것이 옳다. 언어 역시 삶의 도구이므로. 하지만, 그러다 보면 말도 생각도 행동도 빨라져서 급해질 수밖에 없다. 마음까지 조급해지고 촉박해진다. 그리고 한번 그런 쪽으로 길들여지고 나면 벗어나는 일이 쉽지 않다. 그런 출발점의 하나로 언어의 취향도 있다. 그럴 때 촉급한 준말 대신 본말을 써보면 어떨까. 조금이라도 느리게 살아가는 데에 좋은 훈련 도구가 되지 않을까.
예컨대, ‘이불솜/목화솜’ 등에 쓰인 ‘솜’의 옛말은 ‘소옴’이었다. 알다시피 ‘솜’은 부드럽고 가벼우며 탄력이 풍부하고 흡습성과 보온성이 있다. ‘솜’을 ‘소옴’으로 느리게 천천히 발음해 보라. 어감만으로도 가볍고 부드러우며 따뜻함이 느껴지지 않는가.
‘냄새’의 옛말은 ‘내새’였다. ‘내’에 ‘모양/상태/정도’를 뜻하는 접미사인 ‘-새’가 붙은 꼴로 분석된다. 이 ‘냄새’의 표기를 이 나라 시인들은 한사코 ‘내음’으로 고집하다시피 하곤 했는데 그것이 일반인들에게까지 널리 유포되자, 결국 2011년에 ‘내음’이 ‘냄새’의 복수표준어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단, ‘코로 맡을 수 있는 나쁘지 않거나 향기로운 기운’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기 때문에 좋은 냄새에만 쓸 수 있다. 어찌 보면 이 ‘내음’의 승리는 옛말의 복구와 복원 보존이기도 해서 한 차원 높은 성과라 할 수 있으므로 의미 있는 사건도 된다.
이런 복원의 차원에서 살려내고 싶은 말을 들라면 ‘어즈버’를 꼽고 싶다. 여말(麗末) 삼은(三隱) 중의 하나인 길재(吉再)의 시조에 나오는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라는 구절로 익숙한 그 ‘어즈버’다. 현재 사전에는 이 ‘어즈버’가 감탄사 ‘아’의 옛말이라는, 다소 싱겁고 무뚝뚝한 어조로 설명되어 있다.
하지만, 이 ‘어즈버’는 그처럼 ‘아’ 자 하나로만 싱겁게 설명되거나 대체해도 좋을 간단한 말은 아니다. 옛시조에 나오는 것들로 몇 가지만 살펴보자.
어즈버 사이야 외랴 운의 타시로다.
[현대어 : 아 사람이 잘못이랴 다 운의 탓이로다]
어즈버 明堂이 기울거든 므서로 바티려뇨.
[현대어 : 아, 명당이 기우는데 무엇으로 버티려는가]
어즈버 夕陽이 盡타 마라 이 조차 오노매
[현대어 : 아 석양이 진다 마라 달이 이어 오느니]
냇에 프른 버들 네 몬져 아도괴야 어즈버 人間離別을 엇지다.
[현대어 : 냇가에 푸른 버들 네 먼저 아는구나. 아 인간의 죽음을 또 어찌해야 하는고]
‘어즈버’에 들어있는 ‘어즈-’는 ‘어즈께(‘어저께’의 방언)’ 등에서 보듯, 지나간 시간을 뜻한다. 즉, ‘어즈버’는 주로 지나간 시간과 관련하여, ‘아아’나 ‘아 어느덧’의 뜻으로 자탄까지 얹어서 사리살짝 운율감도 살리고 있다. 그래서 멋진 말이다. 그 반면에 이 ‘어즈버’를 대체한 감탄사 ‘아’는 짧아서 간단명료하긴 하지만, 지나치게 단순하다 보니 이런 맛까지 담아내지는 못하고 있다. 그런 아쉬움을 핑계 삼아 이 ‘어즈버’를 이제라도 되살려 써 보는 것은 어떨까. 일부러 조금 느리게 살기 위해서라도.
언어생활에서만이라도 조금 느리게, 좀 더 여유 있게 살아가는 데에 도움이 될 만한 길잡이 옛말로는 ‘고은약’ 같은 말도 있다. 지금은 ‘고약(膏藥. 주로 헐거나 곪은 데에 붙이는 끈끈한 약)’의 옛말로 처리되어 있는데, 본래 ‘고은약’은 ‘고다(졸아서 진하게 엉기도록 끓이다)’의 활용인 ‘고은’에 약’이 더해진 말이다. 즉, 오래 정성스럽게 고아서 진하게 엉기도록 만든 약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그것이 줄어든 ‘고약(膏藥)’에 쓰인 ‘膏’는 단순히 기름을 뜻하는 ‘기름 고’이다. 즉, 이처럼 정성들여 고아서 만든 약과 기름기가 주성분인 듯한 약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한자어로만 압축된 ‘국방(國防. 외국의 침략에 대비 태세를 갖추고 국토를 방위하는 일)’의 옛말로 밀려 난 ‘군마기’ 또한 뒤늦게 아쉬워지는 말이다. ‘군마기’에 쓰인 ‘-마기’는 ‘마구리(①길쭉한 토막/상자/구덩이 따위의 양쪽 머리 면. ¶연필 마구리. ②길쭉한 물건의 양 끝에 대는 것)’와도 관련되는데, ‘막는 일/막아주는 것’ 등의 의미를 갖는다. 오늘날의 ‘곁마기(여자가 예복으로 입던 저고리의 하나)’나 ‘아랫마기/윗마기(아랫도리/윗도리에 입는 옷)’ 등에서 보이는 ‘마기’ 또한 그러한 뜻과 잇닿아 있고, 익히 쓰이는 ‘두루마기’는 ‘아랫마기’나 ‘윗마기’와 달리 위아래를 두루 막아주기 때문에 외출용 겉옷이 되었다.
이런 것들을 생각해 볼 때 ‘국방(國防)’이라는 한자어가 간단명료해서 효율적이긴 하지만, 한편 군(인)들이 막아준다는 뜻의 ‘군마기’는 그에 비하여 한결 여유로우며 부드럽다. 그런 점에서 이 말의 퇴장은 은근히 아쉽다. 한때 ‘군관민(軍官民. 군대와 관리와 일반 국민의 총칭)’이라는 표현이 위세를 떨치기도 했는데, 그처럼 강압적으로 꼭대기에 놓이던 군의 시대는 지나갔을 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중심의 군대가 소프트웨어의 도움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는 점에서도 한 번쯤 되돌아보고 싶은 말이다. 가나다순으로 표기해도 ‘관군민’의 순서가 옳고, 더 바로 잡으면 ‘민관군’이 되어야 할 터이므로.
느리게 살기에 도움이 될 듯한 말로는 ‘술’과 ‘술값’의 옛말인 ‘수울’과 ‘수욼갑’도 있다. ‘술’은 대체로 ‘수불/수블 →수울 →수을 →술’의 과정을 거친 말로 인정되고 있는데, ‘수불/수블’은 ‘물’의 ‘水’와 ‘火’의 ‘불’이 결합된 것으로 본다. 즉, 술이 발효될 때 물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이 마치 물에서 불이 이는 것과 같다는 점에 착안한 말이라는 것이다.
어원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술’의 중세어가 ‘수울’이었던 것은 아래의 ‘노걸대언해(老乞大諺解. 조선 정조 19년(1795)에 이수(李洙) 등이 중간한 중국어 교본 ≪노걸대≫를 한글로 풀이한 책)’에 나타나는 많은 표기에서도 드러난다. (‘수욼’은 ‘수울’의 소유격 표지로 사이시옷이 받쳐진 꼴이다.)
수욼 毒氣 이 사 석게 가 저헤니
(현대어 : 술의 독기가 사람의 창자를 썩게 할까 몹시 걱정되고 두려우니)
이 수울 리여 싯구기 잘다
(현대어 : 이 술 팔 사람이어, 씻기를 잘하려무나)
우리 다 례수 리디 말오 잔 수울 먹져
(현대어 : 우리 예의 차리지 말고 한잔 술 먹지요.)
수욼갑 혜라 가져 수울 리여 돈 혜여 바라
(현대어 : 술값 잘 헤아려서 술 팔 사람이어, 돈 세어 받으시오)
두 집 즈야 수울 뎜 잇니
(현대어 : 두 집쯤에 술 파는 곳 한 군데 있으니)
우리 몬져 두 슌만 슌 수울 머거든 후에 잡소으라
(현대어 : 우리 먼저 두 차례만 두 순배 정도 술 먹거든 그 뒤에...)
즉, 요즘의 ‘술독(-毒. 술 중독으로 얼굴에 나타나는 붉은 점/빛)’으로 줄어들기 전의 본래 말은 ‘수욼 毒氣(수울의 독기)’였고, ‘술 한잔’은 ‘수울 한 잔’이었으며, ‘술값’은 ‘수울의 갑(←수욼갑)’이었다.
이로 보아 예전의 우리 어른들은 술 한 잔을 하자고 할 때 지금과는 달리 ‘수울 한 잔 먹세그려’ 정도로, 최소한 3음보 음조로 느리고 여유 있게 말했을 듯하다. ‘술 한 잔 하세’로 말하는 것조차 느려터진 듯하여 정식 표기조차 ‘술 한잔하세’로 촉급해지고(실제의 발음에서는 2음보도 아닌 ‘술한잔하세’의 1음보로 붙여 말할 때가 더 많지만), 술 한 잔을 앞에 두면 ‘원샷’*부터 외치며 단숨에 마시기를 강요하거나 권하는 요즘과는 사뭇 달랐을 것만 같다. 그 여유의 출발점은 ‘술’을 ‘수울’로 늘이는 언어에서부터 비롯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우리도 조상들을 본받아 앞으로 술 얘기를 할 때 ‘수울’로 길게 늘여 말해 보면 어떨까. 쏟아 붓듯이 마셔대는 급한 술버릇이 조금은 늦춰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데 혹시라도 ‘술값’을 ‘수울값’으로 늘려서 느리게 발음하다 보면, 뜻하지 않은 사달이 날지도 모르겠다. 술값 안 내려고 재빨리 자리를 피하는 데 선수인 사람들에겐 더욱 호재가 될지도 모르는 일 말이다. 설마 그런 일이야 생길라고.
[참고] ‘원샷’ : ‘원샷’은 아직 정식 외래어로 편입되지 않은 말이다. ‘one-shot camera(원숏 카메라, 원숏카메라)’와 같은 것만 ‘one-shot’이 들어간 외래어인데, 그 올바른 표기는 ‘원샷’이 아닌 ‘원숏’이다.
토박이말을 살려서 표기했던 옛말들 중에 ‘국경(나라와 나라의 영역을 가르는 경계)’의 옛말인 ‘나랏’과 ‘앞니(앞쪽으로 아래위에 각각 네 개씩 나 있는 이)’의 옛말인 ‘너분니’도 있는데 모두 다 아쉬운 것들이다.
‘나랏’의 ‘’은 ‘가/갓(邊)’을 뜻하는데 이 말은 현재 북한어에서 잘 보존되고 있다. 즉, ‘하늘가(하늘의 끝)’를 뜻하는 북한어인 ‘하늘갓’과 ‘치마 아랫부분의 가장자리’를 뜻하는 ‘치마갓’과 같은 말에 남아 있는데, ‘치마갓’을 뜻하는 남한 말은 불행히도 아직 없다. 다만 ‘갓길(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 도로 따위에서 자동차가 달리도록 되어 있는 도로 폭 밖의 가장자리 길)’과 ‘갓돌(가장자리에 둘러놓은 돌)’ 등에서 그 쓰임이 유지되고 있다.
‘앞니(앞쪽으로 아래위에 각각 네 개씩 나 있는 이)’의 옛말인 ‘너분니’에 쓰인 ‘너분’도 현대어로는 다 담아내지 못하는 의미를 담고 있던 것이어서 참으로 아쉬운 말이다. ‘앞니’는 아래위로 각각 네 개씩인데, 이 앞니에는 각각 두 개씩 있는 ‘떡니(앞니의 가운데에 있는, 위아래 두 개씩의 넓적한 이)’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 떡니까지 제대로 아우르는 말이 ‘너분니’였다. 그에 비하여 요즘 쓰이는 ‘앞니’는 치아의 위치만 달랑 싱겁게 표시하는 그런 말일 뿐이고.
‘너분니’에 쓰인 ‘너분’은 현대어 ‘너른’(←너르다)과 ‘넓은’(←넓다)에 각각 쓰인 ‘너르다(①공간이 두루 다 넓다. ②마음을 쓰는 것이나 생각하는 것이 너그럽고 크다)’와 ‘넓다(①면/바닥 따위의 면적이 크다. ②너비가 크다. ③마음 쓰는 것이 크고 너그럽다)’로는 다 담아내지 못하는 의미, 곧 크기나 공간/마음 씀씀이 중심의 뜻에 더하여 심리적으로도 좀 널찍하여 막힘이 없다는 뜻까지도 지니고 있었던 말이다. 이 또한 북한어 ‘너분너분(매우 크고 가볍게 자꾸 움직이는 모양)’ 계통의 낱말에서만 간신히 그 흔적이 보존되고 있다.
북한어에만이 아니라, 우리말(남한 말)에도 흔적으로 남아 있는 옛말들이 있다. 몇 가지만 예를 들면 각각 ‘올(실/줄의 가닥)/수염/구멍’의 옛말인 ‘오리/거웃/구메’ 따위가 그것이다.
‘오리’는 ‘올(올/줄의 가닥)’의 옛말인데, 표준어로는 ‘대오리(가늘게 쪼갠 댓개비)’와 ‘노오리≒노오라기(짧게 동강이 난 노끈 가닥)’와 같은 말에 그 흔적이 남아 있다. ‘거웃’은 ‘수염’의 옛말인데, 요즘 ‘거웃’은 ‘사람의 생식기 둘레에 난 털’로 의미가 변화되었다. 그래도, 현대어 ‘불거웃(불두덩에 난 털)’은 그 흔적을 이어받은 것으로 보아야 하며, 일부 사전에 보이는 ‘씹거웃(여자의 성기 주변에 난 털)’은 표준어가 아니니 주의해야 한다.
‘구멍’의 옛말이었던 ‘구메/’ 중에 ‘구메’는 아직도 여러 곳에서 그 의미가 일부 변화되어 비교적 널리(?) 쓰이고 있는 말이다. ‘구메밥(예전에, 옥에 갇힌 죄수에게 벽 구멍으로 몰래 들여보내던 밥)’, ‘구메혼인(널리 알리지 않고 하는 혼인)’, ‘구메활터 (작은 규모로 꾸민 활터)’, ‘구메구메(남모르게 틈틈이)’ 등이 그 예이다. 또한 북한어의 영향을 받은 일부 사전에서는 아직도 북한어 속담인 ‘구멍에 든 뱀(아직 나타나지 않은 재능이나 감추어져 있는 사물은 그 정도를 판단하기가 매우 어려움의 비유적 표현)’을 ‘에 든 뱀’으로 표기하고 있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옛말의 본래 뜻이 아주 재미있게 바뀐 말 한 가지를 소개한다. 부사였던 ‘아이’가 명사로 바뀐 ‘날라리’가 그런 말이다. 요즘의 ‘날라리’는 ‘①언행이 어설프고 들떠서 미덥지 못한 사람을 낮잡는 말. ②아무렇게나 날림으로 하는 일. ③.‘기둥서방(기생이나 몸 파는 여자들의 영업을 돌보아 주면서 얻어먹고 지내는 사내)’을 낮잡는 말’인데, 옛말 ‘아이’는 본래 그런 뜻이 아니었다. ‘귀히(貴-)’의 상대어인 ‘천히(賤-)’의 옛말이었다.
‘천히(賤-)’는 ‘①지체/지위 따위가 낮게. ②너무 흔하여 귀하지 아니하게. ③하는 짓이나 생긴 꼴이 고상한 맛이 없이 상되게’를 뜻하는 부사다. 그런데, 사람의 언행이 상스러우면 곧장 그에 대한 평가로 이어지게 마련인지라, 상스러움을 뜻하던 부사가 어느 틈에 그런 사람을 뜻하는 명사로 자리 잡게 되었는데 그런 말이 바로 ‘날라리’다. 명사 ‘멍청이(아둔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와 부사 ‘멍청히(어리석고 정신이 흐릿하여, 일을 제대로 판단하고 처리하는 능력이 없이)’의 관계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빠르리라.
[낱말 중간 정리]
구렁빛? ‘밤색’의 옛말.
구렁말? 털 빛깔이 밤색인 말. ←표준어.
민빋(≒왼빋)? ‘외상’의 옛말.
민값? 물건을 받기 전에 먼저 주는 물건값. ←표준어.
민며느리? 장래에 며느리로 삼으려고 관례를 하기 전에 데려다 기르는 계집아이. ←표준어.
딤? ‘김치’의 옛말.
몸얼굴? ‘몸통’의 옛말.
핀잔? ‘창피(체면이 깎이는 일이나 아니꼬운 일을 당함)’의 옛말. 단, ‘맞대어 놓고 언짢게 꾸짖거나 비꼬아 꾸짖는 일’로는 표준어.
걸말? ‘횃대(옷을 걸 수 있게 만든 막대)’의 옛말.
말? 비교적 긴 막대 말뚝. ←표준어.
말장(-杖)? ≒말목(가늘게 다듬어 깎아서 무슨 표가 되도록 박는 나무 말뚝). ←표준어.
느정이/느즈릉이? ‘줄기’의 옛말.
속 ? ‘속곳(속속곳과 단속곳의 총칭)’의 옛말.
조셰답? ‘개짐(여성이 월경할 때 샅에 차는 물건)’의 옛말.
소옴? ‘솜’의 옛말.
내새? ‘냄새’의 옛말.
어즈버? 감탄사 ‘아’의 옛말.
어즈께? ‘어저께’의 방언.
고은약? ‘고약(膏藥. 주로 헐거나 곪은 데에 붙이는 끈끈한 약)’의 옛말
군마기? ‘국방(國防. 외국의 침략에 대비 태세를 갖추고 국토를 방위하는 일)’의 옛말.
마구리? ①길쭉한 토막/상자/구덩이 따위의 양쪽 머리 면. ¶연필 마구리. ②길쭉한 물건의 양 끝에 대는 것. ←표준어.
곁마기? 여자가 예복으로 입던 저고리의 하나. ←표준어.
아랫마기/윗마기? 아랫도리/윗도리에 입는 옷. ¶두루마기 ←표준어.
수울/수욼갑? 각각 ‘술’과 ‘술값’의 옛말.
나랏? ‘국경(나라와 나라의 영역을 가르는 경계)’의 옛말.
하늘갓? ‘하늘가(하늘의 끝)’를 뜻하는 북한어.
치마갓? 치마 아랫부분의 가장자리’를 뜻하는 북한어.
갓길?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 도로 따위에서 자동차가 달리도록 되어 있는 도로 폭 밖의 가장자리 길. ←표준어.
갓돌? 가장자리에 둘러놓은 돌. ←표준어.
너분니? ‘앞니(앞쪽으로 아래위에 각각 네 개씩 나 있는 이)’의 옛말.
떡니? 앞니의 가운데에 있는, 위아래 두 개씩의 넓적한 이. ←표준어.
너르다? ①공간이 두루 다 넓다. ②마음을 쓰는 것이나 생각하는 것이 너그럽고 크다. ←표준어.
넓다? ①면/바닥 따위의 면적이 크다. ②너비가 크다. ③마음 쓰는 것이 크고 너그럽다. ←표준어.
너분너분? ‘매우 크고 가볍게 자꾸 움직이는 모양’을 뜻하는 북한어.
오리? ‘올(올/줄의 가닥)’의 옛말.
대오리? 가늘게 쪼갠 댓개비. ←표준어.
노오리≒노오라기? 짧게 동강이 난 노끈 가닥. ←표준어.
거웃? ‘수염’의 옛말.
불거웃? 불두덩에 난 털. ←표준어.
구메/? ‘구멍’의 옛말.
구메밥? 예전에, 옥에 갇힌 죄수에게 벽 구멍으로 몰래 들여보내던 밥. ←표준어.
구메혼인? 널리 알리지 않고 하는 혼인. ←표준어.
구메활터? 작은 규모로 꾸민 활터. ←표준어.
구메구메? 남모르게 틈틈이. ←표준어.
아이? ‘천히(賤-)’의 옛말.
천히(賤-)↔귀히(貴-)? ‘①지체/지위 따위가 낮게. ②너무 흔하여 귀하지 아니하게. ③하는 짓이나 생긴 꼴이 고상한 맛이 없이 상되게’. ←표준어.
날라리? ①언행이 어설프고 들떠서 미덥지 못한 사람을 낮잡는 말. ②아무렇게나 날림으로 하는 일. ③‘기둥서방(기생이나 몸 파는 여자들의 영업을 돌보아 주면서 얻어먹고 지내는 사내)’을 낮잡는 말’. ←표준어.
Ⓒ최종희. 이 글은 출판사와의 협약에 따라, 저작권이 설정되어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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