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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살아있는 옛말의 흔적 : 구렁말, 딤채, 민며느리

우리말 공부 사랑방

by 지구촌사람 2014. 10. 31.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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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살아있는 옛말의 흔적 : 구렁말, 딤채, 민며느리

 

[] 털빛이 밤색인 말을 구렁말이라고 하기에 구렁/구렁빛이라는 말이 당연히 있을 듯싶어 사전을 찾아보니 구렁빛밤색의 옛말이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구렁말을 표준어로 삼았으면 구렁/구렁빛도 표준어로 채택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리고, 김치냉장고의 유명 브랜드 중의 하나에 딤채가 있는데, 이 말이 김치의 옛말이라고 들었습니다. 맞는 말인가요?

 

[] ‘구렁말은 현재도 표준어인 것이 맞습니다. ‘털 빛깔이 밤색인 말을 뜻하지요. 그러나, ‘구렁빛은 옛말로 되어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사전 편찬 과정에서 지금 널리 쓰이지 않는 옛말 모두를 현대어로 인정하는 데에는 무리가 따르기 때문에, 쓰임이 남아 있는지 여부와 쓰임의 정도/관행을 고려하여 제한적으로 수용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설명드리지요. ‘민빋(왼빋)’은 현재 외상’*의 옛말로 처리되어 있는데, 이때 쓰인 -’미리 치른또는 미리 데려온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입니다. 현대어에서는 민값(물건을 받기 전에 먼저 주는 물건값)민며느리(장래에 며느리로 삼으려고 관례를 하기 전에 데려다 기르는 계집아이)정도에 그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여기서 민빋만을 떼어 놓고 볼 때, 이를 현대어 표기법에 따라 민빚으로 고쳐 적으면 외상이라는 어려운 표기보다는 훨씬 더 뜻풀이에도 도움이 되는 멋진 말이지만, 쓰임이 거의 없기 때문에 사전에 오르지 못하고 있지요.

 

[참고] 외상은 한자어인가? : 외상은 한자어가 아닌 고유어로서 흔히 쓰는 外上은 취음 표기이다. 참고로, 외상에 쓰인 환자/환상(還子/還上. 조선 시대에, 곡식을 사창(社倉)에 저장하였다가 백성들에게 봄에 꾸어 주고 가을에 이자를 붙여 거두던 일)’에 쓰인 ‘-‘-에서 온 것으로, 두 말이 같은 뜻이며 발음도 같다는 주장도 있다. , ‘외상외인(따로 떼어놓은) 으로 보는 견해이다.

 

언급하신 딤채의 현대적 표기인데, ‘김치의 옛말 맞습니다. 위에 적은 민빚의 경우처럼 고어 표기를 현대어법으로 고쳐 적은 것입니다.

 

참고로, ‘딤채에 쓰인 ‘딤[<-딛]바닥을 뜻하는 옛말입니다. ‘내딛다, 디딤판등에서 보이는 쓰임과 같습니다. ‘()’는 채소를 뜻하므로 딤채는 결국 배추나 무와 같은 채소를 절여 차곡차곡 바닥에 담근 것을 뜻하는 멋진 옛말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아름다운 옛말 중에는 몸얼굴도 있다. 요즘 말로 몸통을 뜻하는데 사람이나 동물의 머리와 사지를 제외한 가슴과 배 부분만을 뜻하는 말이었다. 몸의 앞면을 대표하는 부분이니 몸얼굴이 딱 제 격이지 않은가.

 

이처럼 사라진 옛말에는 핀잔도 있는데, 현대어에서는 맞대어 놓고 언짢게 꾸짖거나 비꼬아 꾸짖는 일이라는 한 가지 뜻으로만 쓰이지만 예전에는 창피(체면이 깎이는 일이나 아니꼬운 일을 당함)’의 뜻으로도 쓰였다.

 

언중의 관행/관심에서 멀어져 현재 사전에서 옛말로 처리된 말 중에는 이와 같이 살려 써야 할 말들도 적지 않다.

[계속]

 

 

최종희. 이 글은 출판사와의 협약에 따라, 저작권이 설정되어 있는 글입니다.

저자의 사전 동의 없는 무단 복사/전재 및 상업용 활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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