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준어이면서 뜻에 따라 방언도 되는 말
[문] 제 고향인 충청도에서는 ‘개평’이라고 하면 ‘덤’을 뜻합니다. 물건을 살 때, 흔히 ‘이건 개평으로 달라/준다.’라고들 씁니다. 그런데, 사전을 찾아보니 개평은 ‘노름/내기 따위에서 남이 가지게 된 몫에서 조금 얻어 가지는 공것’으로만 나와 있고, 제 고향에서 쓰는 의미로는 뜻풀이가 보이지 않더군요. 그럼, 충청 지방에서 쓰는 ‘개평’은 사투리가 되는 건가요?
[답] 그렇습니다. 충청 지방의 뜻으로는 ‘개평’이 사투리가 됩니다.
이와 같이 표준어이긴 하지만, 앞서 다뤘던 ‘걸쩍지근하다/달달하다’와 같이 실제로 사용되는 뜻에 따라서 사투리가 되기도 하는 말들이 우리말에는 제법 됩니다.
예컨대 우리가 흔히 쓰는 ‘걸레’가 제주도에서는 ‘띠(주로 아이를 업을 때 쓰는, 너비가 좁고 기다란 천)’를 뜻합니다. 즉, ‘띠’의 제주도 방언이 ‘걸레’가 되는 셈이지요. 그리고 ‘개골창’이 ‘수채 물이 흐르는 작은 도랑’을 뜻할 때는 표준어지만, ‘개울(골짜기/들에 흐르는 작은 물줄기)’을 뜻할 때는 방언(경북/전북)입니다. 아울러, ‘틀(①골/판처럼 물건을 만드는 데 본이 되는 물건. ②어떤 물건의 테두리/얼개가 되는 물건. ③일정한 격식/형식)’도 경남 지방에서는 ‘덫(짐승을 꾀어 잡는 기구)’을 뜻하는 말로 쓰이는데, 그때는 표준어가 아닌 사투리입니다.
특히 경상도 지방에서 ‘수고했다’라는 뜻으로 ‘욕봤다’라고들 하는데, 이때 쓰이는 ‘욕보다[辱-]’ 역시 표준어지만, ‘수고하다’라는 뜻으로는 방언입니다. '퍼뜩 온나(빨리 오너라)'에서처럼 ‘빨리/속히, 어서/얼른’의 뜻으로 경상도 지방에서 흔히 쓰는 '퍼뜩'도 그런 의미로 쓰일 때는 방언입니다.
이와 같이 표준어이긴 하지만, 사용되는 뜻에 따라 방언도 되는 낱말로는 아래와 같은 것들을 예로 들 수 있다.
개평1? 노름/내기 따위에서 남이 가지게 된 몫에서 조금 얻어 가지는 공것.
개평2? ‘덤(제 값어치 외에 거저로 조금 더 얹어 주는 일)’의 방언(충남).
걸레1? ①더러운 곳을 닦거나 훔쳐 내는 데 쓰는 헝겊. ②≒걸레부정(걸레처럼 너절하고 허름한 물건/사람의 비유어).
걸레2? ‘띠(주로 아이를 업을 때 쓰는, 너비가 좁고 기다란 천)’의 방언(제주).
개골창1? 수채 물이 흐르는 작은 도랑.
개골창2? ‘개울(골짜기/들에 흐르는 작은 물줄기)’의 방언(경북, 전북).
검정1? 검은 빛깔이나 물감.
검정2? ‘숯(나무를 숯가마에 넣어 구워 낸 검은 덩어리의 연료)’의 방언(경남).
고달1? ①칼/송곳 따위의 쇠 부분에서 자루에 박히는 삐죽한 부분. ②대롱으로 된 물건의 부리. 물부리/담배통 따위의 설대가 들어가는 부분 같은 것.
고달2? ①점잔을 빼고 거만을 부리는 짓. ②말 못하는 어린이가 화를 내고 몸부림을 치는 짓.
고달3? ‘볏(닭/새 따위의 이마 위에 세로로 붙은 살 조각)’의 방언(제주).
불살1? ≒화전(火箭)(예전에, 불을 붙여 쏘던 화살).
불살2? ‘놀(‘노을’의 준말)’의 방언(경남).
불새1? ≒불사조(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새).
불새2? ‘놀(‘노을’의 준말)’의 방언(경남).
억수? ①물을 퍼붓듯이 세차게 내리는 비. ②(비유)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눈물, 코피 따위. [유]폭우, 장대비, 호우
억수로? ‘아주/무척/정말로’ 등을 뜻하는 경상도 방언. ¶억수로 얻어맞았다; 억수로 창피했다.
울1? ≒울타리(풀/나무 따위를 얽거나 엮어서 담 대신에 경계를 지어 막는 물건).
울2? ‘뜰(집 안의 앞뒤/좌우로 가까이 딸려 있는 빈터)’의 방언(황해).
퇴? ‘뜰(집 안의 앞뒤/좌우로 가까이 딸려 있는 빈터)’의 방언(경기).
욕보다[辱-]? ①부끄러운 일을 당하다. ②몹시 고생스러운 일을 겪다. ③강간을 당하다. [유]고생하다/봉변하다/수고하다
욕보다? ‘수고하다(일을 하느라고 힘을 들이고 애를 쓰다)’의 방언(경남).
틀1? ①골/판처럼 물건을 만드는 데 본이 되는 물건. ②어떤 물건의 테두리/얼개가 되는 물건. ③일정한 격식/형식.
틀2? ‘덫(짐승을 꾀어 잡는 기구)’의 방언(경남).
퍼뜩? ①어떤 생각이 갑자기 아주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모양. ②어떤 물체/빛 따위가 갑자기 아주 순간적으로 나타나는 모양. ③갑자기 정신이 드는 모양.
[주의] 일부 문학 작품 등에서 보이는 ‘퍼뜩이다’는 북한어. 올바른 동사형은 ‘퍼뜩하다’임.
퍼뜩? ‘빨리/속히, 어서/얼른’의 뜻으로는 방언(경상도). ¶퍼뜩 온나.
* 이것은 근간 예정인 가제 <우리말 힘이 밥심보다 낫다 - 배워서 남도 주자>의 초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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