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비어(卑語/鄙語)’와 ‘속어(俗語)’도 표준어다

우리말 공부 사랑방

by 지구촌사람 2014. 10. 19. 08:49

본문

728x90
반응형
SMALL

(2) ‘비어(卑語/鄙語)’와 ‘속어(俗語)’도 표준어다

비어(卑語/鄙語)’란 ‘①점잖지 못하고 천한 말. ②대상을 낮추거나 낮잡는 말’을 뜻한다. 위의 말들 중에서는 ‘구닥다리[舊-](여러 해 묵어 낡고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사물/생각 따위를 낮잡는 말)가 이에 해당하는데, 원말은 ‘구년묵이[舊年-](여러 해 묵은 물건. ②어떤 일에 오래 종사한 사람을 낮잡는 말)’다.

속어(俗語)’란 ‘통속적으로 쓰는 저속한 말’ 혹은 ‘상말(점잖지 못하고 상스러운 말)’을 이른다. 위의 예에서는 ‘삥땅(다른 사람에게 넘겨주어야 할 돈의 일부를 중간에서 가로채는 일)’, ‘깡다구≒깡(악착같이 버티어 나가는 오기)’, ‘빠구리(성교(性交)의 속어)’, ‘야코죽다/야코죽이다(‘기죽다/기죽이다’의 속어. ‘야코’는 ‘코’의 속어)’, ‘얍삽하다(사람이 얕은꾀를 쓰면서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려는 태도가 있다.)’, ‘짝퉁(가짜 또는 모조품의 속칭)’ 등이 이 속어의 범주에 든다. 그러나 이러한 비어나 속어도 표준어에 속한다.

그럼 어째서 이러한 비어와 속어가 표준어에 드는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표준어의 요건에 보면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이라는 규정도 있는데 말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말들을 살펴보면, 교양 있는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허물없는 사이에서는 교양 있는 표현 대신에 다소 속된 표현을 (의도적으로) 선택하거나 선호할 때도 있다. 언어생활에서 긴장과 격식의 무게를 덜어내서 편안함과 친밀함을 더하고, 직설적인 표현으로 소통의 효율성을 높여야 할 때 대체로 그러한 세속화(世俗化) 화법에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의존하기도 하는 것이다.

예컨대, ‘이번엔 그 친구도 용빼는 재주 없이 용코로 걸려들었다’라는 표현에서 ‘용코로’는 ‘영락없이’를 뜻하는 속어인데, 그럼에도 ‘용코로’라는 속된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리듬감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통쾌감 공유를 통한 맞장구 유도 등의 복합적 소통 효과를 높이고 있다.

또한 ‘그 쌍것들이 돈이 되는 줄 알고 찍자를 붙자는 짓이지 뭐야’ 따위와 같은 데서 쓰인 ‘찍자’는 ‘괜한 트집을 잡으며 덤비는 짓’을 뜻하는 속어지만, ‘찍자’ 대신에 ‘트집/생떼’ 등과 같은 중립적 언어를 사용해보면 그러한 효과가 반감되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즉, 화자는 ‘그 쌍것’들에 어울리는 속된 표현(속어)을 의도적으로 사용함으로써 화자가 꾀하려는 간접 보복 효과도 슬며시 거두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국어국문학 자료 사전에서는 속어의 존재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기도 하다.

속어는 표준적인 구어(口語) 속에서 신선미를 가지게 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단어 · 어군(語群)으로서, 서구어의 슬랭(slang)과 같은 것. 은어(隱語)가 특수한 사회집단의 언어인데 대해서 속어는 일반사회에서 정당한 존재 이유를 가지고 사용되는 구어(口語)의 형태라는 점에서 다르며, 정당한 존재 이유란 그러한 표현이 풍기는 신선미임. <국어국문학자료사전, 1998>

이와 같은 이유로 속어나 비어도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말’에 속하게 되어, 표준어에 들게 된다. 즉, 표준어란 교양 있는 사람들이 쓰는 교양 있는 고품격 언어만을 지칭하는 게 아니라,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속어나 비어도 표준어의 범주에 든다. 그럼에도, 언어생활에서 진정으로 교양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언어를 써야 하는지 정도는 꿰고 있어야 할 듯하다.

주목할 것으로는 외래어도 표준어에 속한다는 점이다. 나중에 외래어 항목에서 더 상세히 다루겠지만, 외래어란 ‘외국에서 들어온 말로 버스/컴퓨터/피아노 따위와 같이 국어처럼 쓰이는 단어’를 말한다. 즉, 외래어도 국어다. 다만 이러한 지위에 이르는 외래어가 되기 위해서는 외래어 심의*를 거쳐 사전에 등재되어야 한다. 외국어를 한글 발음으로 표기했다고 해서 모두 자동적으로 외래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외국어란 ‘다른 나라의 말’이며 외래어는 외국에서 들어온 말이지만 ‘국어처럼 쓰이는 단어’다.

[참고] 외래어 인정 기준 : 외래어로 인정되려면 대체로 ‘쓰임의 조건’과 ‘동화의 조건’이라는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쓰임의 조건’이란 우리말 문맥 속에서 널리 일반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동화의 조건’은 외국어가 원래 언어에서 지니고 있던 특징(음운, 문법, 의미)을 잃어버리고 우리말의 특징을 지니게 되어야 함을 뜻한다.

끝으로 주의할 것은 ‘꼽사리(남이 노는 판에 거저 끼어드는 일)’와 같은 말은 일견 비속어일 듯싶지만, 짐작과 달리 저속한 말도 아니고 상스러운 말도 아닌 중립적인 낱말이라는 점이다. 이와 비슷하게 속어로 착각하기 쉬운 중립어로는 앞서 다룬 바 있는 대명사 ‘거시기’와 ‘식겁(食怯. 뜻밖에 놀라 겁을 먹음)’, ‘똥짜바리(똥구멍의 언저리)’, 그리고 ‘어영부영하다(뚜렷하거나 적극적인 의지가 없이 되는대로 행동하다)’와 ‘씨부렁거리다(주책없이 쓸데없는 말을 함부로 자꾸 지껄이다)와 같은 계통의 말들도 있다. 즉, 이런 말들을 쓴다고 해서 교양과 거리를 두게 되지는 않으니 염려할 필요는 없다. 언어의 내막을 제대로 알고 쓰면 자신감도 덤으로 생기기 마련이다.

정리요약하면, 표준어의 기준인 현대의 서울말에는 순우리말(고유어), 한자어, 외래어, 속어, 비어 및 표준어 심의를 거친 신어/순화어 등도 포함되기 때문에 속어라고 해서 표준어가 아닌 것은 아니다. 주의할 것은 신어 중, 공식 공용어 자격 검토를 거쳐 표준어로 편입되지 아니한 낱말들(국립국어원에서 작성한 신어 목록상의 낱말들)은 표준어 심의를 거쳐 확정될 때까지는 표준어가 아니라는 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말들이 모두 비표준어인 것도 아니다. 순화어 등의 경우는 <국어기본법>에 의하여 공공 기관에서의 사용 의무가 있는 말들이기 때문에 사전에 정식 표제어로 오르지 않은 것일 뿐 표준어의 대우를 받고 있으므로 준표준어(準標準語)라 할 수 있다. 각각 플리바기닝호스피스의 순화어인 자백감형 제도임종봉사자같은 것이 그 예다.

 

이러한 준표준어에는 공공기관이나 법률에 의하여 정의된 말들도 포함된다. 예컨대 임금 피크제(賃金peak. 일정한 나이까지는 연공서열에 따라 급여를 올려 주고 그 이후부터는 오히려 일정 급여를 깎는 대신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해 주는 제도)’와 같은 용어가 그것인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어법상의 오류) 당연히 사전에 오를 말들이다. 끊임없이 생성되는 수많은 시사용어들도 이와 같은 준표준어에 해당될 때가 많다.

 

나아가 오랜 관행에 의하여 전문용어로 대우받고 있음에도 사전에 오르지 못한 말들도 준표준어라 할 수 있다. 부동산업계나 지적도 관련 업무에서 오랫동안 사용되어온 맹지(盲地. 지적도상에서 도로와 조금이라도 접하지 않은 한 필지 혹은 획지(여러 필지)의 토지. 타 지번의 토지로 사방이 둘러싸여 있으므로 자루형 대지라고도 한.)’와 같은 말이 좋은 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맹지도로에서 멀리 떨어진 땅이라는 단순한 정의로 신어 목록에 올려놓고 있지만, 사전에 오를 때는 좀 더 그 뜻이 보충되리라 기대한다.

 

잠정적 표준어라 할 수 있는 것들도 있다. 예컨대 매스컴 등을 통해서 유포되거나 생활을 통해 널리 전파되어 언중들이 표준어임을 의심치 않으며 흔히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아직 사전의 표제어로 오르지 못하고 신어 목록에만 등재되어 있는 말들이 그것이다. 인물난/입점일(入店日)/장바구니물가/장롱면허/잔뇨감(殘尿感)/잔존량/장고파(長考派)/저습지(低濕地)/저염식(低鹽食)/작목반(作木班)/자유석/저상(低床)버스/노리개젖꼭지...’ 따위의 숱한 낱말들이 그러한 것들인데, 이러한 말들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조만간 표준어로 등재될 것들이므로 잠정적 표준어라 할 수 있다.

 

[참고] ‘준표준어(準標準語)잠정적 표준어’ : 이 용어들은 필자가 설명의 편의상 명명한 것으로 정식으로 개념 정립이 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립국어원>이 유지하고 있는 신어 목록의 가치와 활용성을 고려할 때, 표준어와 비표준만의 단순 2분법은 현재는 물론 미래의 언어 분화 수요와 탄생 과정에 비추어 불충분하기 짝이 없으므로 신어의 위상에 층위를 두어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정리 : 은어/속어(비어)/특수용어와 표준어의 관계]

 

1. 은어는 표준어가 아니다. 비표준어다 : 특정 계층/부류의 사람들만 쓰므로.

꼰대? ①(은어) ‘늙은이’. ②(학생들의 은어) ‘선생님’.
도깨빗국≒도깨비탕[-湯]? 은어로, ‘술’을 이르는 말.
땅소주[-燒酒]? 은어로, ‘물’을 이르는 말.
대빵? (은어) ‘크게 또는 할 수 있는 데까지 한껏’이라는 뜻.
? 죄수들의 은어로 ‘감방’을 이르는 말.
은팔찌[銀-]? 죄수들의 은어로 ‘수갑’을 이르는 말.
개털? 죄수들의 은어로 ‘돈이나 뒷줄이 없는 사람’을 이르는 말.

2. 속어나 비하어도 표준어다 : 온 국민이 쓸 수 있으므로

삥땅? (속)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어야 할 돈의 일부를 중간에서 가로채는 일.
구닥다리[舊-]? 여러 해 묵어 낡고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사물/생각 따위를 낮잡는 말. ☜[참고] 원말은 ‘구년묵이[舊年-](여러 해 묵은 물건. ②어떤 일에 오래 종사한 사람을 낮잡는 말)’.
깡다구≒깡? (속) 악착같이 버티어 나가는 오기. [유]깡, 배짱, 오기
무르팍? ‘무릎’의 속어.
빠구리? 성교(性交)의 속어.
야코죽다/야코죽이다? ‘기죽다/기죽이다’의 속어. ‘야코’는 ‘코’의 속어.
얍삽하다? (속) 사람이 얕은꾀를 쓰면서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려는 태도가 있다.
용코로? (속) ‘영락없이’. ¶이번엔 그놈이 용코로 걸려들었다.
[주의] ‘용코로’는 속어지만 표준어. 그러나 ‘용코’는 없는 말.
찍자? (속) 괜한 트집을 잡으며 덤비는 짓. ¶찍자를 놓다/찍자를 부리다/그 쌍것들이 돈이 되는 줄 알고 찍자를 붙자는 짓이지 뭐.

3. 특수 용어들 중에는 은어와 표준어가 혼재하는 경우도 있다

도끼나물≒도끼버섯? 절에서, 쇠고기 따위의 육류. ←은어가 아님.
향고양[香供▽養]? ①부처 앞에 향을 피움. ②절에서 담배를 피움. ←은어가 아님.
칼나물? 승려들의 은어로, ‘생선’.
반야탕[般若湯]? 승려들의 은어로, ‘술’.
빨래주인[-主人]? 승려들의 은어로, ‘아내’를 이르는 말.
호박? 땡추중들이 쓰는 은어로, ‘쇠고기’를 이르는 말.

4. 비어/속어로 여기기 쉬운 말들 중엔 중립적 언어도 많다

꼽사리? 남이 노는 판에 거저 끼어드는 일. ¶꼽사리꾼; 꼽사리를 끼다/붙다.
식겁[食怯]? 뜻밖에 놀라 겁을 먹음. ?~하다.
똥짜바리? 똥구멍의 언저리.
어영부영하다? 뚜렷하거나 적극적인 의지가 없이 되는대로 행동하다.
씨부렁씨부렁? 주책없이 쓸데없는 말을 함부로 자꾸 지껄이는 모양. ¶씨부렁거리다?
씨불씨불? 주책없이 함부로 자꾸 실없이 말하는 모양. ?~거리다/~대다                       [계속]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