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사투리/방언으로 착각하기 쉬운 표준어(1)

우리말 공부 사랑방

by 지구촌사람 2014. 10. 5. 07:43

본문

728x90
반응형
SMALL

I. 표준어와 사투리/방언, 그리고 속어/비어/은어와의 은밀한 관계

 

사투리로 착각하기 쉬운 표준어

 

우리말에는 거시기/식겁/후딱등과 같이 언뜻 보아 사투리인 듯하지만 표준어인 것들도 제법 된다. ‘꼽사리/삥땅/짝퉁/얍삽하다와 같은 것들도 사투리일 것만 같지만, 어엿한 표준어다.

 

한편, ‘꺼림칙하다는 의미로 쓰이는 사투리 껄쩍지근하다의 올바른 표기가 걸쩍지근하다인 듯싶어서 사전을 찾아보면 전혀 다른 뜻으로 나온다. 또한 현재 감칠맛이 있게 조금 달다라는 뜻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는 달달하다는 되레 사투리이고, 그 사촌 격으로 일부 작가들까지 사용하고 있는 달큰하다는 북한어다. , 표준어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처럼 사투리나 방언으로 착각하기 쉬운 표준어들과, 표준어임에도 사투리일 듯싶은 말들, 그리고 사투리지만 도리어 표준어보다도 표현력(?)이 뛰어나는 몇몇 말들의 속사정을 살펴보기로 한다

 

-'기다/아니다'에서 '기다'는 사투리인가?​

 

[] ‘사건 조사 결과가 진실인지를 놓고 기다 아니다 하면서 말씨름했다.’라고 적을 때의 기다를 두고, 표준어인지 아닌지 사람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표준어인가요, 아닌가요?

 

[] ‘기다그것이다의 준말입니다. 그러니 답은 자명하지요. 표준어입니다.

 

이와 같이 준말 꼴로 쓰이면 표준어인지 아닌지 헷갈리게 되는 것들이 제법 된다. 예컨대, ‘지금 머시 문제인가?’지금 머시기가 문제란 말인가?’에서처럼 머시머시기가 비슷하게 쓰이고 있을 때, 그중 머시는 표준어지만 머시기는 방언이다. , ‘머시무엇이의 준말인 까닭에 표준어지만, ‘머시기무엇의 강원도 방언(사투리)*이므로 표준어가 아니다.

 

[참고] 방언과 사투리 : 사투리는 어느 한 지방에서만 쓰는, 표준어가 아닌 말을 뜻한다. 한편 방언(方言)에는 두 가지 뜻이 있는데, ‘한 언어에서, 사용 지역 또는 사회 계층에 따라 분화된 말의 체계라는 뜻과, ‘사투리와 같은 말로서 어느 한 지방에서만 쓰는, 표준어가 아닌 말을 뜻하는 경우 등이다. , 특정 지역에서만 쓰이는 지역적 제한을 우선하는 경우에는 사투리라는 말이 적절하고, 지역이나 계층으로 분화된 경우에는 방언이라는 말이 적절하다.

 

이 책에서는 이해의 편의를 위해 지역적 기준일 때는 가급적 사투리라는 용어를 사용하려고 하였지만, 포괄적이 아닌 경우에도 용어 통일을 위해 방언으로 표기한 경우가 많다. 특히 뜻풀이에서는 일률적으로 방언으로 표기했다.

 

또한 멋한다고 여태 미적거렸나?’머한다고 여태 미적거렸나?’, ‘뭐한다고 여태 미적거렸나?’, ‘뭣한다고 여태 미적거렸나?’와 같이 비슷비슷한 표현들 중에서 머한다고를 제외한 나머지 말들인 멋한다고/뭐한다고/뭣한다고역시 모두 표준어다. 세 말 모두 무엇한다고의 준말 꼴이기 때문이다. , ‘멋한다고/뭐한다고/뭣한다고는 각각 멋하다/뭐하다/뭣하다의 활용 꼴인데 멋하다/뭐하다/뭣하다는 동사와 형용사를 겸하는 무엇하다의 준말이므로, 세 낱말 모두 표준어이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게 있다. 이 말들이 형용사로 쓰일 때는 언짢은 느낌을 알맞게 형용하기 어렵거나 그것을 표현할 말이 생각나지 않을 때 암시적으로 둘러서 쓰는 말을 뜻하게 되는데, 이걸 가끔 뭘하다로 쓰기도 하는데 그건 잘못이다. , ‘빈손으로 오기가 뭘해서 말이야는 잘못으로, ‘빈손으로 오기가 뭣해서(혹은 뭐해서, 멋해서‘) 말이야라고 해야 한다. ‘뭘해서가 성립하려면 뭘하다라는 형용사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말은 없기 때문이다. , 형용사로서의 뭘하다뭣하다(‘무엇하다의 준말)’의 잘못이다.

 

-‘얼른/후딱/싸게/빨리/후다닥중에 사투리는?

 

[] ‘얼른/후딱/싸게/빨리/후다닥*’ 중에는 사투리가 들어 있다고 하는데, 어느 말인지 쉽게 구분이 안 됩니다. 무엇인가요?

 

[] 일상생활에서 뒤섞여 쓰이는 말들이라서 주의하지 않으면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 건 사실입니다. ‘싸게빨리를 뜻하는 방언(전라도)이고, 나머지 얼른/후딱/빨리/후다닥등은 표준어입니다. 그래서 싸게싸게역시 방언입니다.

 

[참고] 후다닥/후닥닥/화닥닥 : 이 말들도 표준어이다. 하지만, 빠른 동작이나 서두름을 뜻할 때는 비슷하게 쓰이지만, 일부 뜻에서는 구별되어 쓰인다. 예컨대, ‘후다닥에는 갑자기 순간적으로 놀라거나 당황해하는 모양이라는 뜻이 있고, ‘후닥닥/화닥닥에는 문 따위를 갑자기 세게 열어젖히는 소리. 또는 그 모양이라는 뜻도 있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화다닥만은 표준어가 아닌 북한어라는 점이다. 이와 관련된 좀 더 상세한 사항은 2장의 북한어 부분을 참고하기 바란다.

 

위의 경우와는 반대로 도리어 사투리(방언)로 착각하기 쉬운 표준말들도 있다. ‘얼추/대충/되게/참말로참말/짜장(과연 정말로)’ 등이 그것인데, 모두 표준어이다. 이와 비슷한 경우로 무르팍’도 있는데 이 또한 무릎의 속어일 뿐 사투리는 아니다. , 표준어다.

 

이들 낱말의 뜻풀이는 모아서 이 장()의 끝머리에 한꺼번에 보이기로 한다.

 

[] 전라도 지방에서 흔히 꺼림칙하다는 의미로 쓰이는 껄쩍지근하다의 올바른 표기는 걸쩍지근하다라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전을 찾아보니 전혀 그런 뜻이 아니더군요. 어찌된 일인지요?

 

[] 말씀하신대로입니다. ‘걸쩍지근하다는 표준어이긴 하지만, ‘다소 푸짐하고 배부르다. 말 따위가 다소 거리낌이 없고 푸지다를 뜻하는 말로서, ‘꺼림칙하다의 뜻은 전혀 갖고 있지 않습니다. , ‘걸쩍지근하다껄쩍지근하다의 올바른 표기와는 무관한 전혀 다른 말이며, ‘껄쩍지근하다는 그저 방언일 뿐입니다.

 

이와 같이 표준어로 쓰일 때의 의미가 전혀 다른 경우로 달달하다도 있습니다. 흔히 달콤하다와 비슷하거나 약간 달다, 알맞게 달다, 감칠맛이 있게 조금 달다등의 뜻으로 흔히 쓰지만, 형용사로는 표준어가 아닌 방언(강원/충북/경상도/함북)입니다. 표준어로는 동사로만 쓰이는데, 춥거나 무서워서 몸이 떨리다. 또는 몸을 떨다. 작은 바퀴가 단단한 바닥을 구르며 흔들리는 소리가 잇따라 나다. 또는 그런 소리를 잇따라 내다.’를 뜻하는 말이어서 입맛과는 전혀 동떨어진 말입니다. 달달하다에 대해서는 짭짤하다(감칠맛 있게 짜다)’가 표준어로 인정되고 있는 것과 관련하여 뒤에 한 번 더 상세하게 다루겠습니다. 왜 사투리 달달하다가 표준어를 누르고 인기를 누릴까 항목 참조.

 

[낱말 정리]

 

걸쩍지근하다? 다소 푸짐하고 배부르다. 말 따위가 다소 거리낌이 없고 푸지다. [주의] 이와 같이 표준어로서의 걸쩍지근하다꺼림칙하다는 뜻으로 쓰이는 전라도 방언 껄쩍지근하다와는 그 의미가 다르다.

껄쩍지근하다? 꺼림칙하다(매우 꺼림하다)’의 방언(전남).

꺼림직하다? 꺼림칙하다(매우 꺼림하다)’의 잘못.

 

-‘거시기식겁등도 표준어라는데 비속어일 듯하다. 아닌가?

 

[] 영화 <황산벌>에서 수없이 쓰여서 널리 유명해진 말 거시기가 있잖습니까? 그걸 전라도 방언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당시 그 말이 표준어라고 해서 무척 놀랐습니다. 그리고 경상도 지방에 가면 흔히 듣는 식겁(하다)’이라는 말도 방언인 줄 알았는데 표준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제 생각으로는 표준어라 할지라도 거시기식겁과 같은 말들은 점잖은 자리에서는 사용을 자제해야 하는 일종의 비속어 같은 것 아닌지요?

 

[] 답부터 말씀드리면, ‘거시기식겁은 표준어이고, 비속어도 아닙니다. 전혀 흠이 없는 완벽한 말들이고, 존대/비하와도 무관한 중립적 표준어이므로 어디서고 당당하게 사용하셔도 됩니다.

 

거시기이름이 얼른 생각나지 않거나 바로 말하기 곤란한 사람/사물을 가리키는 대명사로서, 존대/비하와는 거리가 먼 중립적 낱말입니다. 나아가 하려는 말이 얼른 생각나지 않거나 바로 말하기가 거북할 때 쓰는 군소리로서의 감탄사 지위도 갖고 있습니다. 감탄사로는 그 사촌 격인 저거시기도 쓰입니다.

 

식겁(食怯)’뜻밖에 놀라 겁을 먹음을 뜻하는 한자어인데, 뜻풀이에서 보듯 전혀 비하의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은 중립적 낱말입니다. 동사로는 식겁하다이고, 일부 지방에서 쓰이는 식겁먹다는 잘못입니다. ‘식겁안에 이미 겁을 먹는다는 뜻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뒤에 ‘-먹다를 붙이면 쓸데없이 덧대는 꼴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와 비슷하게 흔히 비속어로 여기기 쉬운 말 중에 항문의 언저리를 뜻하는 똥짜바리와 같은 말이 있다. 그 뜻풀이를 보면 항문의 언저리라고만 되어 있고 무엇을 낮잡는 말이라든가 하는 부가적인 설명은 없다. 여기에서 보듯 똥짜바리는 낮잡는 말도 아니고 속어도 아닌, 중립적인 낱말이다.

 

참고로, 비하적으로 쓰이거나 저속한 표현에 쓰이는 낱말의 경우에는 그 뜻풀이에 각각 ‘-을 낮잡는 말이나 ‘~의 속된 말’, 혹은 ‘~의 속어등의 방식으로 표기하여 그것이 각각 비어(卑語)인지 속어(俗語)인지를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거시기식겁’, 그리고 똥짜바리의 뜻풀이를 보면 거기에는 그러한 말들이 들어가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중립적인 낱말이라고 한다.

 

*위의 내용은 근간 예정인 가제 <우리말 힘이 밥심보다 낫다> 초고의 일부이다. ​

출판사와의 협약에 따라 어떤 형식으로든 복사/전재를 금한다.​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