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내용은 근간 예정인 책자에 수록될 것들 중의 일부다.
우리말 공부를 좀 더 재미있게 하는 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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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투리 ‘달달하다’가 어째서 표준어를 누르고 인기를 누릴까
요즘 전국적으로(?) 흔히 통용되고 있는 말 중에 ‘달달하다’가 있다. ‘꽤 단맛이 있다’ 혹은 ‘감칠맛이 있게 조금 달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는데, 이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엉뚱한 뜻을 지닌 동사로만 나타나 있어서 깜짝 놀라게 된다. : ①춥거나 무서워서 몸이 떨리다. 또는 몸을 떨다. ②작은 바퀴가 단단한 바닥을 구르며 흔들리는 소리가 잇따라 나다. 또는 그런 소리를 잇따라 내다.
이 ‘달달하다’가 단맛이나 감칠맛과 관련되어 쓰일 때는 방언이다. ‘꿀이나 설탕의 맛과 같이 달다.’의 뜻으로는 강원도(강릉)와 충북 등에서 쓰이고, 경남, 경북, 함북 등에서는 ‘감칠맛이 있게 달다.’의 뜻으로 쓰인다.
그런데 어째서 방언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이제는 전국적인 규모로 용감하게 이 말을 사용하고 있을까. 그것은 현재 사전에 표준어로 올라와 있는 말들이 주는 의미상의 함량 부족과 어감상의 문제, 그리고 덜 까다롭고 무난한 쪽을 선택하고 보려는 언중[言衆. 같은 언어를 사용하면서 공동생활을 하는 언어 사회 안의 대중(大衆)]들의 연성(軟性) 선호 경향의 합작품인 듯하다.
표준어로는 우선 ‘달다’가 있다. ‘꿀이나 설탕의 맛과 같다’로 풀이되어 있다. 하지만 이 풀이는 너무 밋밋하다. 단맛을 어찌 이리 무미건조하게만 표현할 수 있으랴. 그 다음으로 입에 익은 말은 ‘달큰하다’가 있다. ‘꽤 단맛이 있다’는 뜻인데, 북한어로 못이 박혀 있는데다 단맛은 그런 대로 표현하지만 감칠맛까지는 담고 있지는 않다.
표준어로서 ‘감칠맛이 있게 달다’는 뜻하는 말은 ‘달콤하다>달곰하다’이다. 강원도 방언으로는 ‘달다랗다’라고 한다. 표준어로 ‘달금하다<달큼하다’도 있는데, ‘감칠맛이 있게 꽤 달다’는 뜻으로서, ‘달콤하다>달곰하다’보다 약간 센 말이다.
그런데도 언중들은 이 ‘달금하다<달큼하다’나 ‘달콤하다>달곰하다’보다도 ‘달달하다’를 선뜻 먼저 선택한다. 단맛도 있고 약간의 감칠맛까지도 아울러 표현하는 듯하는 데다가(즉, ‘달콤하다’와 ‘달큼하다’의 중간 뜻을 절묘하게 표현), 발음하기에도 편하고 적당한 울림까지 있어서 ‘달금/달곰/달큼/달콤’보다 훨씬 낫기 때문이다. 강원도 방언 ‘달다랗다’가 전파력을 지니고 퍼지다가 ‘달달하다’로 흡수 통합된 것도 그 때문이 아니었을까.
언젠가는 이 ‘달달하다’가 표준어의 반열에 오를 듯하다. 말이란 언중들의 선택을 받아야 살고, 언중들의 힘은 무섭다. 이 ‘달달하다’처럼 조어법상으로도 큰 문제가 없는 말일 경우에는 특히나.
이와 관련하여, 특별히 살펴볼 말로는 ‘짭짤하다’가 있다. 짠맛의 뜻으로는 ‘감칠맛이 있게 조금 짜다’를 의미하는데, ‘달달하다’가 ‘감칠맛이 있게 조금 달다’를 뜻하는 표준어로 인정될 경우, 조어법으로나 의미로나 멋진 참고어라 할 수 있다. 즉, 조어법상으로는 이 ‘짭짤-’이 ‘짜다’는 뜻의 어근 ‘짜-’를 이용한 첩어적 표기인 까닭에 ‘달다’의 어근 ‘달-’을 첩어로 배치한 ‘달달-’과 어울리고, 그 뜻에서도 두 말은 ‘감칠맛이 있게 조금 짜다/달다’로 나뉘기 때문이다. 참고로, 조어법으로만 보자면 ‘달달하다’는 ‘간간하다(입맛 당기게 약간 짠 듯하다)’와도 어울린다.
이 단맛과 짠맛에 관련되는 낱말 몇 가지를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1) 단맛 계통
달큼하다>달금하다? 감칠맛이 있게 꽤 달다. [유]달콤하다, 들쩍지근하다
달콤하다>달곰하다? ①감칠맛이 있게 달다. ②흥미가 나게 아기자기하거나 간드러진 느낌이 있다. ③편안하고 포근하다.
감미롭다[甘味-]? ①맛이 달거나 달콤하다. ②달콤한 느낌이 있다.
들척지근하다>들쩍지근하다? 약간 들큼한 맛이 있다.
들큼하다? 맛깔스럽지 아니하게 조금 달다.
달큰하다? ‘꽤 단맛이 있다’의 북한어.
달달하다? ‘달콤하다’의 방언(강원/충북/경상/함북).
달달하다? ①춥거나 무서워서 몸이 떨리다. 또는 몸을 떨다. ②작은 바퀴가 단단한 바닥을 구르며 흔들리는 소리가 잇따라 나다. 그런 소리를 잇따라 내다.
2) 짠맛 계통
짜다? 소금과 같은 맛이 있다.
짭짤하다? ①감칠맛이 있게 조금 짜다. ②일/행동이 규모 있고 야무지다. ③일이 잘되어 실속이 있다.
간간짭짤하다? 음식이 조금 짠 듯하면서도 입에 적당하다. ¶~히?
간간하다? 입맛 당기게 약간 짠 듯하다.
짭조름하다? 조금 짠맛이 있다.
짭짜름하다? ≒짭짜래하다(좀 짠맛이나 냄새가 풍기다).
찝찌름하다? ≒찝찌레하다(감칠맛이 없게 조금 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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