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 ‘정조기’와 ‘소조기’, 그리고 ‘물때’
세월호(世越號) 침몰 사고*의 비극이 발생한 뒤, 여러 가지 생소한 해양 용어들이 보도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그중 가장 빈번하게 쓰이는 용어 중에 ‘정조기’와 ‘소조기’란 말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조기'란 말은 없는 말이다. 굳이 사용하려면 '정조 시간대' 등으로 써야 한다.
[*註 : 이번의 대형 인재(人災) 뒷감당도 피라미 급이라 할 수 있는 해운 관련 기층민들 몇몇(민간인 및 하급 공무원)과 재수 없어서 걸렸다고 투덜거릴 금권 과점자(寡占者) 일부, 그리고 부스러기 권력 오용자(誤用者) 소수를 희생양으로 삼아 국민에게 위안제를 대충 올리는 것으로 머지않아 슬슬 마무리될 듯하다.
거기에 보태지는 것들로 사후 약방문 격의 구난시스템 손보기도 있겠지만, 책상물림들이 휘두르는 규제가 더 많이 섞이게 될 듯하여 걱정이 앞선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의 부산한 말잔치일 뿐인데도 벌써부터 남 탓하기와 밥그릇 챙기기가 난무하고 있는 꼴은 마치 국민을 위해 차린답시고 차린 밥상 위로 허연 비듬 같은 것들이 떨어질 듯해서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만 흐르면 이 사고 역시 다음과 같은 몇 줄의 무미건조한 역사 서술 용어로 압축되어 과거의 보관 창고 한 구석에 쌓인 채 이내 세월의 먼지를 뒤집어쓰게 될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소중한 목숨이 희생된 모든 비극들이 그러했듯이.
즉, ‘세월호(世越號) 침몰 사고’란 ‘단원고 2년생 325명, 일반 승객 121명, 선원 30명 등 총 476명이 탑승한 인천-제주간 여객선이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48분경 전남도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인근의 맹골수도 해역(조도면 맹골도와 거차도 사이의 급류 해역)에서 침몰하여 생존자가 172명에 불과했던 대표적 인재형 대형 참사’라고 말이다.]
어떠한 사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사태의 해설에 동원되는 낱말들의 의미를 올바르게 알아두는 것도 필요하다. 끝내는 정서적 공방으로까지 번지게 마련인 비극의 뒷감당에서는 특히나. 그게 지성인들에겐 최소한의 의무이기도 하다.
우선 흔히 자주 듣는 보도 내용의 하나를 살펴보기로 하자.
...세월호가 침몰한 진도 앞바다는 오늘부터 물살이 약한 소조기에 접어들었습니다. 특히 이번 소조기는 유속이 사리 때의 절반인 초속 1.2m까지 떨어집니다. 사고 이후 유속이 가장 느려지는 시기라서 남은 실종자들을 찾아낼 최적기가 될 전망입니다.
민관군 합동구조팀은 하루 네 차례 정조시간대에 수색인력을 집중 투입한다는 방침인데요, 오늘은 새벽 1시40분부터 시작된 정조기에도 수중 수색작업이 시도됐습니다. 오늘 정조기는 오전 7시 반과 오후 3시, 오후 7시 세 차례가 남아있습니다...
-소조기(小潮期)’란?
보도 기사 중 ‘오늘부터 물살이 약한 소조기에 접어들었습니다. 특히 이번 소조기는 유속이 사리 때의 절반인 초속 1.2m까지 떨어집니다.’라는 대목이 있는데, 이것만 보아도 ‘소조기’는 흔히 쓰는 ‘사리 때’의 상대어로 쓰인 것임을 알 수 있다. 즉, ‘소조기(小潮期)’란 ‘조금 때’를 뜻하는 한자어다.
‘조금’과 ‘사리’는 우리에게 비교적 익숙한 말이다. 단순히 풀이하면 ‘조금’은 음력을 기준으로 하여 한 달 중에 조수(潮水)가 가장 낮은 때를 말하고 ‘사리’는 그 반대일 때, 곧 밀물의 높이가 가장 높은 때를 뜻한다. 하지만 이것을 전문적으로 풀이하려면 ‘조차(潮差, range of tide)’라는 말이 필요한데, 이것은 ‘만조(滿潮)와 간조 때의 해면의 높이 차’를 뜻한다.
최대의 조차는 대개 신월(新月, 음력 초하루) 및 만월(滿月, 음력 보름) 전후에 나타나며 이를 ‘사리’ 또는 ‘대조(大潮, spring tide)’라 한다. 반대로 상현(음력 7~8일) 및 하현(음력 22~23일) 때는 조차가 작은데 이처럼 조차가 작은 조석(潮汐, 해면이 주기적으로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는 현상)을 ‘조금’ 또는 ‘소조(小潮, neap tide)’라 한다.
전문용어들이 쏟아지다 보니 좀 더 명확한 이해를 위해, 위에 나온 낱말 및 관련 낱말 몇 가지를 정리하고 갈 필요가 있을 듯하다.
조금 : 음력을 기준으로 하여 한 달 중에 조수(潮水)가 가장 낮은 때. 음력으로 7~8일 또는 22~23일.
사리 : 음력을 기준으로 하여 한 달 중에 밀물이 가장 높은 때. 음력으로 그믐~ 초하루 또는 보름.
조수(潮水) : ①≒미세기(밀물과 썰물의 총칭). ②달과 태양의 인력에 의하여 주 기적으로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는 바닷물.
조석현상(潮汐現狀) : 달과 태양의 인력에 의하여 해면이 주기적으로 높아졌다 (밀물) 낮아졌다(썰물) 하는 현상. 하루(정확히는 1태음력인 24시간 50 분)에 두 번 일어난다.
만조(滿潮)와 간조(干潮) : 조석현상 중 하루 중 밀물이 들어와 해면의 높이가 최고일 때를 ‘만조(혹은 고조(高潮), high tide)’라 하고 최저일 때를 ‘간 조(혹은 저조(低潮), low tide)’라고 한다. 따라서 만조와 간조는 하루에 두 차례씩 나타난다. 그 주기는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데 24시간 50분이 소요되므로 만조와 간조는 각각 12시간 25분씩의 주기를 나타 낸다. 따라서 만조가 시작되고 다시 간조가 시작되기까지는 약 6시간 12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조석간만(潮汐干滿) : (하루 중) 조석현상으로 발생하는 만조와 간조를 모두 아우르는 말.
조차(潮差, range of tide) : 만조(滿潮)와 간조(干潮) 때의 해면의 높이 차.
여기서 소조기란 말의 올바른 쓰임을 짚고 가자. 위에서 언급했듯, ‘소조기(小潮期)’란 ‘조금 때’를 뜻하는 한자어다. 그리고 ‘조금’이란 달이 각각 상현과 하현일 때 나타나는 현상이므로 한 달에 두 번이며 음력으로 7~8일 또는 22~23일이 된다. 여기서 ‘조금 때’란 조금 전후를 뜻하는 말인데, 나중에 설명할 ‘아츠조금~조금~무쉬’ 기간, 즉 음력 7~9일과 22~24일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소조기란 한 달 중 간만의 차(조차)가 가장 낮은 시기, 곧 조금 때를 이르는 말이므로 한 달에 3일 정도 두 차례 나타난다. 즉, 매일 접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조기(停潮期)란?
‘정조(停潮)’는 고조(高潮 혹은 만조, high tide, 밀물이 들어와 해면의 높이가 가장 높은 상태) 또는 저조(低潮 혹은 간조. 바다에서 조수가 빠져나가 해수면이 가장 낮아진 상태)의 전후에서 해면의 승강이 매우 느려서 마치 정지하고 있는 것과 같이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그래서 잠수 작업에 크게 도움이 된다.
정조의 지속 시간은 조차(潮差, 만조(滿潮)와 간조 때의 해면의 높이 차)에 따라서 다른데 적은 조차가 큰 조차에서보다 길다. 이 조차(潮差)는 달의 공전과 관계된 것으로 매일 변하는데 장소에 따라서도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해안은 3~8m, 남해안은 1~3m, 동해안은 0.2~0.3m 정도. 사고 해역은 남해안에 속하긴 하지만 맹골수도의 조류 유속이 빠른 지역이어서 정조의 지속 시간은 조차가 적음에도 그다지 길지 못하다.
‘정조(停潮)’는 조류(潮流)에서 사용하는 게조(憩潮)라는 용어와 비슷한 의미로 선박/항해/해양학 등의 분야에서 주로 사용된다. 따라서 일반인에게는 낯선 용어가 될 수밖에 없다. 외국어 표기로는 Stand of tide, Tidal stand, Slack water 등으로 적는데 일반적으로는 slack water를 많이 쓴다.
이 ‘정조(停潮)’를 우리와 같은 일반인 기준으로 쉽게 풀이하자면, 밀물 때의 만조와 썰물 때의 간조의 전후 시간대에 해수면의 오르내림이 느려서 마치 정지한 것과 같이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밀물과 썰물은 하루에 두 번씩이므로 정조는 하루에 4번 일어난다. 정확히 말하면 24시간 50분(1태음일)에 네 번이므로 대체로 6시간마다 한 번꼴인데, 지속 시간은 매번 한 시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다.
그러므로 위의 기사에서 마지막 정조시간대를 오후 7시로 적은 것은 오기 내지는 실수다. 3번째 정조가 오후 3시였다면 네 번째는 오후 9시경이 되어야 맞는다.
나아가 ‘정조기’라는 표현은 적절하지가 않고, 기사 보도문에도 보였던 ‘정조시간대’라는 표현이 나은 편이다. 그래서 사전이나 전문 용어집에도 ‘정조기’라는 낱말은 아예 보이지 않는다. 그냥 ‘정조’나 ‘정조 때’, 혹은 좀 더 자상하게 표현하려면 ‘정조 시간대’라고 하는 것이 적절한 표현이다.
-‘물때’란?
기왕 밀물과 썰물 이야기가 나왔으니 이참에 하나만 더 살펴보기로 한다. ‘물때’와 관련된 말들이다.
바닷가에 가면 때로는 다음과 같은 전문적인(?) 대화를 듣게도 된다.
‘오늘 물때는 어떻게 됩니까?’
‘아 오늘은 서무날이어서 갯벌에서 조개 캐는 데에 적당한 물때입니다.’
‘물때’란 ‘①아침저녁으로 밀물과 썰물이 들어오고 나가고 하는 때. ②≒물참(밀물이 들어오는 때)’를 뜻하는 말인데, 위의 대화에서는 ①번의 뜻으로 쓰였다. 쉽게 말해서, ‘오늘은 언제 밀물이 들어오고 썰물은 어떻게 됩니까?’라는 뜻이다.
‘서무날’이라는 말을 이해하려면 먼저 ‘무날’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무날’이란 한 달 중에 위에서 언급한 ‘조차(潮差)’가 같은 두 날들을 한 묶음으로 해서 붙인 이름이다. 이 무날은 ‘한무날’에서 ‘열두무날’까지의 일반적인 명칭이 있고, ‘열두무날’ 이후로는 ‘한것기/대것기/아츠조금’과 ‘조금’, 그리고 ‘무쉬’라는 약간 특별한 이름으로 불리는 무날들이 있다.
이 무날들의 출발점은 ‘한무날’이 아니다. ‘무쉬’가 기준인데 ‘무쉬’는 ‘조금 다음 날로 조수가 조금 붇기 시작하는 물때’에 붙여진 특별한 이름으로 서해안 지방에서는 흔히 ‘무시’라고들 한다. 즉, 조수가 가장 낮은 조금을 지나서 새로 해수면이 높아지기 시작하는 첫 날을 ‘무쉬’라고 하는데, 음력으로 9일과 24일이 된다. ‘한무날’은 ‘무쉬’ 다음 날이니 음력으로는 10일과 25일이고.
즉, ‘물때’는 조수가 조금씩 붇기 시작하는 ‘무쉬’에서 출발하여 ‘한무날~열두무날’을 거쳐(그중 ‘여섯무날’이 ‘사리’), 밀물이 낮아지는 ‘한것기~아츠조금’을 지나 가장 낮은 때인 ‘조금’에 이른 뒤 다시 ‘무쉬’로 시작되는 순환을 뭉뚱그려 표현하는 말이다. 즉, 무쉬 ->한무날~열두무날 ->한것기~아츠조금 ->조금 ->무쉬인데 이런 무날들이 한 달 중 두 번 되풀이되는 것이다.
명확한 이해와 정리를 위해, 위에서 사용된 낱말들의 뜻풀이를 아래에 붙인다. 그중에 보이는 ‘무수기’는 위에서 자주 사용했던 ‘조차(潮差)’를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이고, 일부 책자(예컨대, 한국민족문화대백과 따위)에 보이는 ‘한꺾기[一折]/두꺾기[二折]’ 등은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한것기(한개끼)/대것기’의 잘못(북한어)으로 규정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치조금[亞潮]’ 역시 ‘아츠조금’의 북한어로 규정되어 있는데, 이 말들은 모두 서해안 지방에서 지금도 흔히 쓰이는 어법이다. 어원적으로는 밀물의 기가 꺾인다는 뜻이므로 옳으나 소리 나는 대로 적는 쪽을 택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물때? ①아침저녁으로 밀물과 썰물이 들어오고 나가고 하는 때. ②≒물참(밀물 이 들어오는 때).
무수기? ‘밀물과 썰물 때의 수위(水位)의 차’인 조차(潮差)를 일상적으로 이르 는 말.
조금(潮-)? 조수(潮水)가 가장 낮은 때를 이르는 말. 대개 매월 음력 7, 8일과 22, 23일.
사리≒한사리? 음력 보름과 그믐 무렵에 밀물이 가장 높은 때.
무날? 한 달에 무수기(조차(潮差)를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가 같은 두 날을 이 르는 말. 무쉬(‘조금’ 다음 날로
조수가 조금 붇기 시작하는 물 때)를 기 준으로 하여 계산하는데 음력 9일과 24일. ‘무쉬’에서 시작하여 ‘한무 날~열두무날’을 거쳐(그중 ‘여섯무날’이 ‘사리’임) 밀물이 낮아지는 ‘한것 기~아츠조금’을 지나 가장 낮은 때인 ‘조금’에 이른 뒤 다시 ‘무쉬’로 시 작됨. 즉, 무쉬 ->한무날~열두무날 ->한것기~아츠조금 ->조금 ->무쉬 인데 이런 무날들이 한 달 중 두 번 되풀이됨.
무쉬? 조금 다음 날인 음력 8, 9일과 23, 24일. 조수가 조금 붇기 시작하는 물 때.
한무날 : 음력 10/25일
두무날 : 음력 11/26일
서무날 : 음력 12/22일
너무날 : 음력 13/28일
다섯무날 : 음력 13~14/28~29일.
여섯무날 : 음력 보름과 그믐. 이때의 밀물이 가장 높음. ≒한사리
일곱무날 : 음력 그믐~1일, 15~16일
여덟무날 : 음력 2/17일
아홉무날 : 음력 3/18일
열무날 : 음력 3~4일/18~19일
열한무날 : 음력 4~5일/19~20일
열두무날 : 음력 5~6일/20~21일. 서해안 용어로는 ‘게끼’ <=표준어임.
한것기≒한개끼 : 음력 5/20일. 북한어로는 ‘한꺾기(一折)’
대것기 : 음력 6/21일. 밀물이 가장 낮은 때임. 북한어로는 ‘두꺾기(二折)’.
아츠조금 : 음력 7/22
조금 : 음력 7~8/22~23일
[덤] 달이 날마다 우리에게 안녕을 고하고 있다는 걸 혹시 아시는지?
예전에는 지금과 달리 지구와 달 사이가 무척 가까웠다. 지구가 막 탄생한 46억 년 전에는 달이 7일 만에 지구를 한 바퀴 돌았을 정도로. 그때 누군가가 달을 보았다면 엄청나게 컸을 것이다.
28억 년 전에는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데 17일이 걸렸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이렇게 점점 멀어진 것은 달의 원심력 때문이다. 지금도 달은 매년 지구에서 3~4㎝씩 멀어지고 있다. 만약 1억 년이 지나면 약 3,000 ~4,000㎞가 멀어진다. 그때는 밀물과 썰물이 지금처럼 정상적이지 못할 것이다. 조석(潮汐)은 적게 일어나지만 지구의 바닷물이 충분히 섞이지 못하게 된다. [May 2014]
-온초
‘우리말’과 ‘순우리말’은 같은 말이 아니다 (0) | 2014.09.28 |
---|---|
받침에 관한 표준 발음법 규정 및 해설 (0) | 2014.06.13 |
재미로 살펴보는 ≪표준국어대사전≫의 실수 몇 가지(1) (0) | 2014.04.25 |
외래어 표기법 : 원칙을 공부해 두면 훨씬 낫다 (0) | 2014.04.10 |
'난장이/꿈장이'인가 '난쟁이/꿈쟁이'인가? (0) | 2014.04.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