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 한 알/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 게다
대추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장석주 시집 『붉디 붉은 호랑이 』,《애지2005 》에서
시하늘 2009 겨울호 독자가 뽑은 좋은시에서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든 결실은 지난 세월의 시련이 담겨 있다. 장석주 시인은 대추 한 알을 통해 사람이 바라보지 않고 흘려버릴 수 있는 그런 시간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무심히 스쳐갈 수 있는 그런 험난한 시간들, 아름다웠던 시간들..... 그 시간의 굴레를 대추 한 알을 통해 바라보고 느낀다는 것은 내 삶의 그릇에 무엇이 담기기 까지 세월의 시간의 풀어낸 은빛 금빛 같은 시간이 스며 있다는 것이다. 태 풍 몇 개는 지나가야 하고, 천둥 몇개는 내리치는 날을 보내야 하고 땡볕에 무서리 내리는 날을 보내야 대추 한 알이 익을 수 있다. 이 당연한 이치를 우리들은 알고도 모르는 눈 뜬 봉사처럼 생각한다. 그 알고도 모르는 이치가 삶이기 때문에 우리 삶이 얼마나 무심하게 내 몸에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들 몸도 대추 한 알 처럼 그 인고의 시간을 다지며 살아가고 있는 중일 것이다.
[출처] 한결추천시메일-1982(장석주 시인作 /대추 한 알)|작성자 한결
* 1) 한결 시인이 수록한 시구 중에는
주기(朱記) 부분이 생략되어 있다.
개편된 중학교 2학년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시라고도 한다.
2) 어느 시인(이정록)은 대추가 들어간
해장 음료 앞에서 대추 한 알이 해내는 일의 크기와
자신의 그것을 반추하기도 한다.
위와 같은 제목의 시 속에서...
3) 또 다른 시인 한 사람은
다섯 개들이 감 한 봉지가 천 원에 팔리고 있는 걸 보면서
그 값까지 깎으려 드는 인간의 잔인함을 술회하기도 한다.
천둥 번개와 태풍을 담아낸 그 감 한 톨의 값이 어찌 200원밖에
되지 않겠느냐며...
우리들의 삶에서 언저리에만 머무는 듯한 과일 한 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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