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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다음 날의 다짐 - 원시인만이라도 면하자!

유치원으로 간 꼰대의 돌직구

by 지구촌사람 2015. 2. 2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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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다음 날*의 다짐

     - 원시인만이라도 면하자!

 

- 빈속에 막걸리를 먹지 말자!

- 이를 닦고 자자!

 

제목만 보고 거창한 걸 기대하신 분들도 있겠지만

나 같은 녀석한테는 저 정도가 딱 제격.

 

설날 공식 행사(?)는 대개 서너 시경이면 끝난다.

그 뒤론 각 가정의 개별 행사 차례.

우리 집으로 돌아온 뒤

남은 세배는 내일로!’를 외치며

뇨자분덜은 찜질방으로 향했다.

 

그 시각의 찜질방행은 내게 나 홀로 저녁 식사를 뜻한다.

그런데... 여섯 시를 향해가도 배가 고파오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만둣국 한 그릇으로도 족한데

(갈비를 여러 대 뜯은 까닭에)

양념꽃게의 유혹을 못 이겨 밥 한 그릇까지 무리했던 탓.

 

2호 김치냉장고를 열자

<우국생> 막걸리가 있다. 그것도 두 병씩이나.

그곳에 다른 막걸리도 아닌 한 달짜리

<우국생>이 들어 있을 가능성은 한 해 두어 번이 되기도 어렵다.

오매 땡 잡은 거!!

 

반가움에 얼른 꺼냈고

그때까지도 배가 부른지라 오징어를 구워 몸통만 공격했다.

만년 노처녀 싱글이 할매를 무릎에 앉히고 안주를 나누면서.

 

한참 뒤, 투덜거리는 진 모친 잔소리에 잠을 깼다.

안경이나 벗고 자라면서.

돌아보니 등받이 겸용 베개에 내 머리가 걸려 있다.

 

또 다시 한참 뒤. 새벽녘.

난 약을 찾아 어둠 속을 두리번거렸다.

가슴 통증.

난 빈속에 술을 하면 (시원찮은 안주나, 밥을 먹지 않고 술을 하면)

새벽녘에 잠이 깨고, 약을 물어야 할 때가 있다.

 

그러면서 든 생각...

에이... 빈속에 막걸리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걸

뻔히 아는 놈이, 그것 하나도 제대로 못 하다니.

그려. 올 한 해는 그것 한 가지만이라도 제대로 해내자.

 

그리고... 우씨. 이라도 닦고 잘 걸.

술꾼 냄새가 잠결에도 선명하잖아.

잘 때 이를 닦는 것이 아침 점심 때의 이 닦기보다도

열 배쯤 효과적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것 하나도 못 하다니...

 

올해는 원시인만이라도 면하자.

빈속에 술 먹지 말고

자기 전에 이는 꼭 닦자. [Feb. 2015]

 

[참고] ‘다음 날다음날은 그 뜻이 다르다. 오늘의 다음인 내일, 즉 그다음 날을 가리킬 때는 다음 날’. 그러나 정하여지지 아니한 미래의 어떤 날다음날이다. , ‘뒷날/훗날로 바꾸어 써도 될 경우에는 다음날’. ‘다음날의 준말은 담날’. ‘그다음그것에 뒤이어 오는 때/자리를 뜻하는 한 낱말이다. 아래 참조.

 

그는 약속대로 바로 하루 뒤 다음날 돈을 돌려주었다 : 다음 날의 잘못.

그는 시간이 나는 대로 언제 다음 날에 다시 보자고 했다 : 다음날의 잘못.

[참고] 그는 약속대로 하루 뒤인 그 다음날에 나타났다 : 그다음 날의 잘못.

-溫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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