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여인의 이유 있는 방황/최종희
생각 많은 40대.
살아오는 동안 가슴에 금이 간 부부싸움을 세 번쯤 했다.
나와 그, 여자와 남자, 아내와 남편의 실상들이
이중 노출되어 혼란스러웠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40대.
살고 있는 집, 타고 다니는 차, 아이들 성적 등이
이웃과 주변 사람들, 친구들과 자꾸만 비교된다.
선호 티브이 채널이 고정되는 40대.
인생살이가 별 거냐, 이게 인생이고 내 인생인 걸 소리가
혼잣말로 자연스럽게 나온다.
많은 친구들 앞에서는 그래도 조금은 눈치를 보면서
가려서 하지만, 친한 친구 앞에서는 껌 씹듯 뱉는 소리.
60대쯤 되면 후회스러워지는
성급한 인생 단죄 겸 무위의 낭비.
갈 길이 어슴푸레 보이거나 그려지는 40대.
그래도 내가 누군데... 이렇게 뭉그러지거나 썩을 수는 없지.
뭔가 다짐을 해보거나, 다짐 연습이라도 되풀이한다.
인생 지도를 그려나가는 이는 그나마 발걸음에 힘이 밴다.
때로는 물 한 방울에 번지기도 하는 수채화일 뿐이라도.
손쉬운 물욕주의로 빠지는 얼치기 자본주의자
정신 지상주의의 법열(法悅)을 힐끔거리는 습작가(習作家)
몸매주의를 건강파로 착각하는 착시(錯視) 육체파
다 싫고 귀찮다며 안으로만 파고드는 조로파(早老派)...
살림 여왕으로 꿈꿨던 가화만사성은
제 방 쓰레기도 치우지 않는 자식들 덕에 뚜껑이 자주 열린다.
갈래 길에 붙여진 도로 표지판은 어지럽다.
이윽고 그 표지판들 앞에서
발걸음을 내딛는다.
잘못 든 길이면 돌아 나오지 뭐.
돌아 나오는 것도 훈련인 걸.
연습 사격, 도상 훈련이 아니라 실물 사격에 실제 전투라서
피투성이가 될 수도 있겠지만...
40대의 방황은 대가가 만만찮은 것이어서
더 비싸다.
그리고... 비싼 건 일단 좋은 것이렷다.
아니, 고귀한 것이려니...
가슴으로 믿고 두 손으로 껴안으며,
안아든 언어에 오늘의 후회와 내일의 희망을 꾹꾹 눌러 매단다.
일단은, 오늘도...
40대 여인의 방황에는 의미가 있다. [Feb. 2015]
-溫草
신은 예외 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한 가지 재주는 준다 (0) | 2015.02.22 |
---|---|
설날 다음 날의 다짐 - 원시인만이라도 면하자! (0) | 2015.02.20 |
타인의 불행과 나의 행복 (0) | 2015.02.05 |
주어진 행복을 요리하는 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몫이다 (0) | 2015.01.30 |
고귀한 것들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변하는 건 인간이다 (0) | 2014.1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