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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국어대사전≫에 없는 말들(1)

우리말 공부 사랑방

by 지구촌사람 2015. 4. 2.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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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준국어대사전에 없는 말들(1)

 

[] 우리들이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거나 대하는 몇 가지 말들을 누리집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봤는데요. 뜻밖에 표제어에 없는 것들이 있어서 놀랐습니다. 즐겨 먹는 코다리도 없고, 신문기사에 쓰인 검찰의 줄소환이란 말 중에 보이는 줄소환도 없고, ‘친인척이란 말도 보이지 않더군요. 표준국어대사전은 우리나라에서 최대 어휘를 담고 있는 사전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처럼 표제어에 없는 말들은 표준어가 아니어서 제외된 것인가요, 아니면 편찬상의 실수로 봐야 하나요?

 

[] 예리하십니다. 우리말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아주 높으신 분이 아니면 쉽게 발견할 수 없는 것들인데, 정말 대단하십니다. 말씀하신 낱말들은 아닌 게 아니라 현재 표준의 표제어에 없는 말들입니다.

 

언급하신 것들 외에도 현재 표준의 표제어에 없는 말들이 꽤 많습니다. 그런 말들 중에는 외래어 표기법 규정에 쓰이는 원지음이라는 말조차 표제어에서 누락되어 있고, 꽤 많은 언어학자들이 사투리/방언의 대용어로 쓰고 있는 고장말이라는 말도 빠져 있지요. ‘사전에 없는 말이라 해서 쓸 수 없거나 비표준어인 것은 아니다라는 항목에서 다룰 투덜이/덩달이같은 말들도 독립된 표제어로는 보이지 않고 있고요. 밖에 언중들이 흔히 사용하고 있는 내공(內攻)’이란 말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안으로 애써서 쌓은 정성과 힘이라는 뜻으로는 사전에 올려져 있지 않습니다.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좀 더 상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코다리는 현재 언중들이 일상적으로 흔히 쓰는 말이죠.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조어법상으로도 흠이 없는 말이고요. 명태는 생태/동태/북어/노가리라는 명칭 외에도 많은 이름이 있을 정도로 사랑받고 있는 생선이고, ‘코다리(생태의 턱 밑에 구멍을 내어 겨울철 찬바람에 꾸덕꾸덕 반건조한 것)’ 역시 그중 하나인데, 아쉽게도 아직은 표준에 오르지 않은 낱말이랍니다. 사용 빈도나 분포 어느 것을 보아도 너끈히 표준어 대열에 오를 만한 말인데요. 더구나 조어법상으로도 문제가 없어 보이는 것이, ‘곁다리의 경우(’+‘다리)처럼 (코처럼 구멍을 내어 꿰어달도록 한 부분)’+‘다리(동사 달다에서 전성된 접사)’의 꼴이거든요.

 

흔히 사용되고 있는 친인척이란 말도 아직 표제어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친척(친족과 외척을 아울러 이르는 말)’인척(姻戚. 혼인에 의하여 맺어진 친척)’을 아우르는 말이죠. 그래서 이걸 표기하려면 현재는 인척이라고 옹색하게 적어야 하고, 사전에서도 이런 표기를 쓰고 있지요. 그런데 좀 희한한 것으로 두다라는 낱말의 뜻풀이를 보면 어떤 사람을 가족이나 친인척으로 가지다라는 게 있다는 거죠. 아무래도 이건 표준편찬 실무자들이 조금 덜 생각했거나 신경을 쓰지 못한 부분으로 보입니다.

 

코다리의 경우와는 조금 다르지만, 표준을 따르면 쓸 수 없는 말에 돼지 곱창이 있습니다. 현재의 뜻풀이에 의하면 곱창의 작은창자이므로 돼지의 경우는 곱창이 있을 수 없거든요. 그래서 돼지 작은창자(소장)정도로 표기해야 합니다. 하지만, ‘곱창기름이라는 뜻의 창자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낱말이거든요(출처: 21세기 세종계획, 한민족 언어 정보). 따라서 곱창의 뜻풀이를 , 돼지와 같은 식용 가축의 작은창자로만 바꾸면 손쉽게 돼지 곱창을 허용할 수도 있게 되며, 어법에도 어긋나지 않지요. 무척 아쉬운 부분입니다.

 

이와 같은 뜻풀이 넓히기는 이미 수육에 적용되기도 했어요. 전에는 수육삶아 익힌 쇠고기로만 규정하여 개고기 수육등은 잘못된 표현이었지만, 지금의 표준에서는 수육의 뜻풀이를 삶아 내어 물기를 뺀 고기로 뜻을 넓혔기 때문에, 쓸 수 있는 말이 되었거든요. 앞으로 다룰 다솜이란 말도 표제어에 없는 말인데요. 이것을 명사형 표기의 원칙을 살려 표준어로 편입시켰으면 좋겠다고 한 것도 비슷한 뜻입니다. ‘팬미팅의 순화어로 다솜모임이란 말까지 조어한 터이므로, 표제어의 문호를 조금만 넓히면 가능한 일이거든요.

 

표제어에 보이지 않는 말 중에 좀 중대한 것도 있습니다. 외래어 표기 규정을 보면 우리말로 적을 때는 원지음(原地音)을 기준으로 표기하도록 되어 있는데요. 가장 근본이 되는 원칙 중의 하나죠. ‘원지음(原地音)’이란 대상언어가 생성/유통되던 본디 지역의 발음을 뜻합니다. 그런데 막상 이 말을 표준에서 찾아보면 없습니다. 표제어에서 빠져 있습니다.

 

언어학자들 간에 사투리/방언을 뜻하는 말로 가끔 쓰이는 고장말이 있습니다. ‘사투리/방언이란 말에서 풍기는 낮추보는 느낌을 지우고 정겨운 말로 바꾸고자 하는 좋은 뜻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이 말도 표준의 표제어에 없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으라차차와 같은 말도 표준의 표제어에 없습니다. 가장 가까운 말로는 알라차(알라아차를 아울러 이르는 말로, 경쾌함을 느낄 때 내는 소리. : 알라차. 우리 편 잘한다)가 있지만, 뜻풀이에서 보듯 으라차차에 담겨 있는 힘쓰기 전 자신을 북돋우기 위한 기합 소리의 쓰임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러다 보니 화이팅/파이팅과 같은 사생아 외국어가 더 판을 치게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언중들이 널리 사용하고 있는 아싸도 현재 표준에 없습니다. 발음이 비슷한 아따무엇이 몹시 심하거나 하여 못마땅해서 빈정거릴 때 가볍게 내는 소리. 어떤 것을 어렵지 아니하게 여기거나 하찮게 여길 때 내는 소리를 뜻하는 감탄사로 올라와 있는데요. ‘아싸는 그와 달리 기분이 좋거나 일이 잘 풀릴 때, 좋은 일이 연거푸 일어날 때, 흥에 겨워 얼떨결에 내는 소리’(감탄사)라 할 수 있습니다. 언어의 뿌리와 관련된 품격 면을 고려하여 표준어에서 배제되고 있는 건지 몰라도, 이러한 속어의 인용(認容)은 우리의 풍족한 언어생활에도 도움이 되므로 표준어 반열에 올려도 좋은 말일 듯합니다.

 

윷판에서 쓰이는 참먹이(윷판의 맨 마지막 자리. 말의 출구로 여기서 먼저 빠져나가는 편이 이김) 자리를 두고 민속사전에서는 두 가지로 부르는데요. 출발할 때는 이라 하고, 빠져나갈 때는 참먹이라 합니다. 쓰임으로 보아 민속사전의 뜻풀이나 용어가 더 적절한 듯한데, ‘은 현재 표준에 없습니다. 이처럼 민속과 같은 전통 분야, 이를테면 공예/예술/무도(武道)/복식/음식/농수임산물... 등에서 빠져 있거나 정리되지 않은 전문용어들이 엄청 많은 편입니다. 앞으로 시간이 주어지면 보완되리라고 희망해 봅니다.

 

원지음(原地音)’과 같은 말은 아무래도 사전 편찬 실무진에서 깜박한 듯합니다. 사전 만들기란 종이로 물을 막는 것이랄 정도로 어려운 일이어서 어떻게 해도 새는 곳은 있기 마련이거든요. ‘고장말/으라차차//아싸와 같은 것들은 어쩌면 사용 분포나 빈도, 혹은 품격의 면에서 표준어로 채택되기에 문제가 있다고 보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럴 땐 실수로 누락된 것들이길 빌어야 하는 건지 어떤 건지도 잘 모르겠네요.

 

예각적(銳角的)이란 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문학계에서 40여 년 넘게 쓰여 온 말이죠. 사전을 찾아보면 예각(銳角직각보다 작은 각이라는 무덤덤한 설명밖에 없고, ‘예각적(銳角的)’이란 말은 보이지도 않습니다. ‘예각은 삼각형에서 수평과 수직 상태가 아닌 경사면을 따라 형성되는 각을 말합니다. 그래서 수평선과 수직선이 만나 이루는 직각보다는 작은 각이지요. 따라서 예각적이란 말은 이처럼 경사가 진, 주로 날카롭게 하강하거나 상승하는 상태를 이르는 말입니다. 완만한 것의 반대쯤도 되고요. ‘예각적 형상화라 하면, 표현 대상과의 긴장 관계가 높아서, 날카롭게 대치하거나 환치되는 그런 상황을 뜻하게도 됩니다. 이처럼 오래 쓰여 온 말도 표준에는 없습니다. 낱말 채록의 폭과 깊이를 넓히고 상시화해야 할 필요가 그래서 큽니다.

 

표준어 선정 기준으로는 그 말을 사용한 기간/분포도/빈도와 품위 등이 고려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기준에서 전혀 흠이 없는 말로 내공(內攻)도 있습니다. 비록 무협지에서 유입된 말이기는 하지만, 50년 넘게 쓰여 왔고 온 국민이 널리 흔히 쓰고 있는데다, 그 뜻 또한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안으로 애써서 쌓은 정성과 힘을 뜻하므로 점잖습니다. 이런 말은 표준어의 문호를 넓혀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현재 표준에는 이 말의 뜻풀이가 정신적 결함/타격이 겉으로 나타나지 않고 속으로만 퍼짐. 또는 그런 일.’을 뜻하는 심리학 용어로만 되어 있는데, 뜻풀이를 보완하거나 새로운 표제어로 선정하여 이 말을 표준어로 받아 들여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듯합니다.

 

질문에서 언급한 검찰의 줄소환에서 쓰인 줄소환’. 이 말은 사실 매스컴 쪽에서 흔히 쓰고 있는 말이기도 하죠. 그런데, 이 말이 표준에 올려져 있지 않은데, 이와 비슷한 줄도산/줄사고/‘줄사표/줄파업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랍니다. 그 반면 줄행랑/줄담배/줄초상[-初喪]/줄걸음줄행랑/줄번개/줄벼락/줄폭탄[-爆彈]/줄포탄[-砲彈]/줄봉사/줄기침/줄방귀/줄따귀/줄도망[-逃亡]/줄도망질/줄초풍[-]등은 사전의 표제어로 표준에 올려져 있고요. 그럼에도, ‘줄도산/줄사고/‘줄사표/줄소환/줄파업에서 보이는 -은 생산성이 있는 접두사이므로, 표제어에 아직 올라와 있지 않은 것일 뿐, 쓸 수 없거나 잘못된 말은 아니랍니다. 실제로 매스컴에서는 거의 자유롭게 쓰고 있지요.

 

위에서 잠깐 언급한 투덜이/덩달이등도 이와 사정이 비슷합니다. 현재로는 표제어에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표준에는 절름발이/애꾸눈이/멍청이/똑똑이/뚱뚱이/딸랑이/덜렁이/짝짝이등과 같이 몇몇 명사/어근/의성의태어 뒤에 붙어 사람/사물의 뜻을 더하고 명사를 만드는 접미사-를 써서 만들어진 말들이 제법 있습니다. 그리고, ‘투덜이/덩달이등은 이 접미사를 붙여 만들어 쓸 수 있는 말이기 때문에, 쓸 수 없거나 잘못된 말은 아닙니다. 표제어에 아직 올라와 있지 않은 것일 뿐이죠. 사전이라고 해서 모든 파생어들을 완벽하게 챙겨서 게재할 수는 없는 일이어서 생기는 일이랄 수 있죠. 앞서의 비유처럼 종이로 물막이를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계속)

 

* 이 글은 근간 예정인 졸저 <국어 실력이 능력이다 - 업무 능력(NCS) 시대에서의 우리말의 힘>에 수록될 내용의 일부다.

  출판사와의 협약에 따라, 이 글의 부분/전부의 복사/전재 및 일체의 상업적 활용을 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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