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의 ‘대통령’, 이대로 둘 것인가?
[덤] 우리나라 ‘대통령’과 관련된 씁쓸한 유머들
이 장을 마무리해야겠네요. 이처럼 우리의 국호나 대통령 명칭에 덧붙여진 ‘큰 대(大) 자’의 문제점을 충분히 아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국호야 이미 굳어진데다 우리가 선점한 터이고, 그나마 영문 표기에서는 얌전한(?) 편이니, 한자권이 아닌 곳에서는 우리의 속내를 알 리가 없으므로 그냥 두어도 됩니다.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대통령’이라는 말이죠. 살펴본 바와 같이 전근대적인 용어이고 군사문화의 소산이며, 신사(神社)의 주신(主神) 명칭으로까지 쓰일 정도로 일본의 정신과 혼까지 담겨 있는 문제적 용어니까요. 우리말 조어법상으로도 문제입니다. 국민이 뽑은 국민의 대표를 ‘국민을 통치하는 최고의 우두머리’라는 뜻의 대통령으로 부를 이유가 없잖습니까.
그리고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대권(大權)’이니 뭐니 하는 말로 부추겨 온 바람에 자신을 가장 큰 권력의 소유자로 여기면서 무소불위의 제왕적 대통령으로 행세하는 이들이 줄을 잇게 만들었다는 점이지요. 말이 씨가 되는 정도가 아니라, 호칭이 사람의 내용물까지 통째로 바꿨습니다. ‘대통령’이라는 말을 껴안고 지내온 우리 국민들의 업보치고는 지나치게 억울하고 원통해서 분통이 터질 일입니다.
해결책은 문제의 근원을 도려내는 일입니다. ‘대통령’ 대신 다른 근사한 이름을 서둘러 찾아낼 필요가 그래서 있습니다. 후보군으로 거명되는 것으로는 ‘총통’, ‘주석’ 등 몇 가지가 있는데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총통(總統)’은 앞서 말했듯 ‘president’의 중국어 번역 용어인데, 대만에서는 지금까지도 ‘총통(總統)’이라는 용어를 계속 사용하고 있을 만큼 용어 자체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박정희 정권 당시 영구 집권의 시도로 총통제가 거론되었던 기억 때문에 ‘총통’이라는 용어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훼손된 바 있지요. 또한 히틀러가 사용하면서 독재자의 이미지로 더렵혀진 ‘총통(Fuehrer)’도 우회적으로나마 거기에 가세하고 있고요. 중국/대만에서 사용하는 ‘총통’과 히틀러의 ‘총통’은 한자 표기로는 같지만, 그 실체적인 개념은 무척 다르긴 합니다.
히틀러는 1934년 대통령/총리/당수의 전권을 혼자서 장악하고 나서 이 칭호를 썼습니다. 히틀러의 ‘총통(Fuehrer)’은 그래서 1인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된 그야말로 ‘제왕적 총통(總統)’의 개념이죠. 즉, 전제적 지위를 뜻하는 문제적 호칭인데, 그 반면 대만의 그것은 일반적인 국가원수를 뜻하는 중립적 지칭이랍니다. ☜[참고] 독일어 ‘Führer’는 본래 ‘길잡이/가이드(안내인)’를 뜻하는 말로서, ‘운전자/주장(축구)’ 등을 이르기도 한다. 여기에서 그 의미가 확대되어, 앞에서 국가와 국민을 끌고 나가는(운전하는) 지도자, 곧 국가 선도자라는 뜻으로 히틀러에게 바친(?) 호칭이다.
‘주석(主席)’이라고 하면 김구 선생이 1932년에 취임했던 ‘임시정부 주석’ 등의 표현이 떠오를 정도로 익숙한 말인데요. 실제로도 ‘주석’이라는 호칭은 ‘회의를 주재하는 사람, 그런 자리에 앉는 사람’을 뜻하는 ‘president’의 본래 의미와 가장 가까운 말이기도 하지요. 영어 표기도 주된 자리에 앉은 사람을 뜻하는 premier로 하면 됩니다. 하지만, 워낙 ‘김일성 주석’ 등의 이미지로 굳어져 있는 약점이 굳센 편입니다. 우리는 대통령의 새 명칭을 정할 때 통일 후까지도 고려해야 하니까요. 그 민족적 숙제도 함께 해내야 합니다.
‘수장(首長. 위에서 중심이 되어 집단/단체를 지배ㆍ통솔하는 사람)’은 으뜸을 뜻하는 말이긴 하지만 지나치게 직접적이고 보통 명사화 정도가 두껍고 깊습니다. 이 ‘수장(首長)’과 비슷한 뜻을 담고 있는 것으로 ‘수반(首班)’이 있지요. 하지만 이 말은 행정부의 수장을 뜻하는 ‘행정수반’이나 내각제의 ‘내각수반’이라는 말로 익숙한데다 동급의 각료들이나 반열(班列. 품계/신분/등급의 차례)에서 으뜸일 뿐이라는 의미도 담겨 있는 게 약점이어요. 이를 보완하는 방법으로는 ‘국가수반’이 있지만, ‘국가원수’라는 보통명사와의 충돌 문제가 남고요.
‘수장(首長)’의 보완 명칭으로는 ‘수덕수장(修德首長. 덕을 닦아 으뜸이 된 사람)’을 줄인 ‘수덕(首德)’을 제안합니다. 이제는 국민을 더 이상 물리적으로 고통스럽게 하지 말고, 정신적으로 피곤하지 않게 하면서, 퇴임 후에도 역사적으로도 부끄럽지 않은 근사한 수장을 우리 손으로 만들고 뽑아야 할 때라서이죠. 우리의 미래 수장은 자신의 재임 기간에 나라를 뒤흔들어서라도 뭔가 근사한 것을 남겨놓고 가야겠다 싶어서 무리하게 욕심을 내기보다는 명심수덕(明心修德. 마음을 밝히고 덕을 닦음)에 앞장서서 국민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일을 으뜸 과업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해서입니다. ‘국민들은 그냥 둬도 알아서 잘해내는 으뜸 국민인데, 정작 문제는 꼴찌 수준의 정치인들’이라는 말처럼 온 국민이 동조하는 말도 없습니다.
한편, 비교적 소박하게(?) 작명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행정부의 장’은 ‘행정부장’이라 하는 게 맞듯이, 나라 전체를 통할하는 사람이므로 ‘국령(國領)’이라 해보는 건 어떨까요. 의미로는 괜찮으나 발음상의 문제도 있고 지나치게 단순한 면도 보이므로, 보완하자면 ‘국무령(國務領)’으로 할 수도 있겠습니다. 나랏일을 통할하여 처리하는 사람이라는 뜻이죠. 미국에서 국가 관련 일을 맡아보는 국무부(Department of State) 장관(Secretary)을 ‘국무장관’으로 번역해 온 터이므로 나랏일을 뜻하는 ‘국무(國務)’라는 말에는 우리도 이미 익숙해 있어서 거부감도 크지 않고, ‘-령(領)’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상해 임정에서 이 말이 쓰이는 동안 그 역할이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는 흠은 있습니다.
보완 명칭으로는 ‘원령(元領)’도 고려해 볼 만합니다. 그 의미는 [‘수장’+‘(국가)원수’]+[‘국무령’]의 합집합입니다. 또 다른 대안으로는 ‘총령(總領)’도 있습니다. ‘총통’이라는 명칭에 담겨진 역사적/국민적 거부 정서를 고려하고 ‘국무령’이 갖고 있는 발음상/의미상의 문제점을 덜어내되, 국정을 총괄하는 원수(元首. ≒국가 원수. 한 나라에서 으뜸가는 권력을 지니면서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로서의 위상을 담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요.
그런데요. ‘대통령’이라는 용어의 대안을 모색하는 일을 두고, 명칭이 무에 그다지 문제가 되느냐, 본질은 그 자리에 앉는 사람들과 대통령 주변에서 떡고물을 바라는 사람들의 행태에 있는 것 아니냐고 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위에도 적은 것처럼 말이 씨가 되는 것만은 간과할 수 없습니다. ‘대권(大權)’이라는 말까지 유통될 정도로 대통령의 권한을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부풀린 시발점에 이 용어가 뿌린 어두운 그림자의 뿌리 또한 질기게 뻗어 있거든요. 그 뿌리를 잘라내야 합니다. 그것도 시급하고도 단호하게요. ‘대통령’이라는 말 대신 다른 말을 서둘러 찾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실패한 대통령들 때문에 고통과 불행을 떠안은 채 산전수전을 겪어 온 우리들이 이제는 정말 제대로 된 최고 지도자 하나쯤을 가질 때가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개헌 때 가장 먼저 챙겨야 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명칭 공모 후 가장 많은 호응을 받은 안을 개헌안에 포함시켜 국민투표에 붙이면 되는 간단한 일이기도 합니다. 생각만 바꾸면 우리가 아주 쉽게 해낼 수 있는, 가능한 일이기도 하고요.
[정리]
총통(總統) : ①중국에서 ‘president’를 뜻하는 번역어. ②대만의 국가원수 호칭. ③히틀러의 직위인 ‘Fuehrer’의 번역어. 통수권자/행정수반/집권당 지도자의 권한을 1인에게 부여한 ‘제왕적 총통(總統)’을 뜻함.
대권(大權)? <법> 나라의 최고 통치권자인 국가의 원수가 국토와 국민을 통치하는 헌법상의 권한.
주석(主席)? ①주가 되는 자리. ②일부 국가에서 국가나 정당 따위의 최고 직위. 또는 그 직위에 있는 사람.
수장(首長)? 위에서 중심이 되어 집단이나 단체를 지배ㆍ통솔하는 사람.
국가원수(國家元首)≒원수(元首)? 한 나라에서 으뜸가는 권력을 지니면서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
수반(首班)? ①반열(班列) 가운데 으뜸가는 자리. ②행정부의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 ‘우두머리’로 순화.
수덕(首德) : ‘수덕수장(修德首長)/수덕수장(首德首長)’을 줄인 신조어. 명심수덕(明心修德)으로 정직/솔직하며 덕을 갖춘 으뜸(수장)이라는 뜻을 담고 있음.
[덤] 우리나라 ‘대통령’과 관련된 씁쓸한 유머들
우리의 현대사는 실패한 대통령들의 역사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처럼 연이어 실패한 대통령을 가졌다는 건 그 국민들이 계속해서 고통스럽고 불행했다는 것과도 같지요. 국민은 위대한데 대통령은 어찌하여 죄다 그 직명과 어울리지 않게 졸작인 ‘졸통령(拙統領)’들뿐이었는지... 잘못 뽑은 죄치고는 후유증이 너무 크고 깊습니다.
아래 보이는 것과 같이, 대통령과 관련된 수많은 유머들조차도 모두 씁쓰레한 블랙코미디들뿐이라는 사실 또한 우리를 몹시 슬프게 합니다.
- 대통령에 대한 일반적인 불신과 경멸
□ 어느 날 청와대 정문 앞에서 “대통령은 거짓말쟁이다. 사기꾼이다!”라고 외치던 사람이 경찰에 체포되어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그 죄목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국가원수모독죄'는 2년에 불과한데 '국가기밀누설죄'가 18년이었다.
□ 모 대통령이 자신의 얼굴이 들어간 기념우표를 발행하고 우표가 얼마나 잘 나가는지 확인하기 위해 직접 우체국을 방문했다. 우체국 직원의 대답은 “기념우표가 인기가 없다”였다. 왜냐고 물으니 “풀이 잘 안 붙는다”는 것이었다. 대통령이 손수 우표 뒷면에 침을 바르면서 “잘만 붙는데…” 했더니, 우체국 직원의 답 : “사람들이 침을 앞에다 바릅니다.”
- 황천반점(黃泉飯店)의 대통령들
전두환 대통령(이하 ‘전통’으로 약칭. ‘노통’, YS, DJ도 마찬가지이며, 필요할 경우 ‘대통령’이라는 경칭도 생략함)이 저승길에 황천반점에 들렀다. 주머니에 몰래 챙겨둔 노잣돈도 넉넉했던 터라 멋진 요리를 시킬 요량으로 안방 쪽을 기웃거렸지만, 종업원이 출입구 부근 구석진 자리를 권하는 것이었다. 심기가 불편했지만 저승의 법도려니 하고 앉았는데, 안쪽의 제일 큰 방에서 박정희 대통령(이하 ‘박통’으로 약칭)이 한 상 가득 요리를 시켜놓고 근엄하게 식사를 즐기고 있지 않은가.
전통이 종업원에게 따지듯 물었다. “같은 대통령급인데 왜 이리 차별을 하는 거요?” 그러자 종업원이 기가 차다는 듯 퉁명스럽게 내뱉는 말 : “이 양반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구먼. ‘노통’은 지금 짜장면 한 그릇도 못 먹고 배달 나가고 없구먼….”
전통이 아차 하면서 친구인 노통이 그렇다면 제일 미운 YS는 도대체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 정말 궁금했다. 조심스럽게 YS의 행방을 물어보았더니, 종업원 왈 : “YS는 배달도 못 미더워서 주방에서 양파를 까고 있소.”
- '밥솥'과 대통령들
박통이 미국에서 돈을 빌려다 커다란 가마솥에 흰 쌀밥을 그득하게 해놓고는 비명에 갔는데, 전통이 일가친척 모두 불러 잔치를 벌였다. 뒤이어 노통도 남은 밥을 그런대로 긁어 먹었다.
YS는 누룽지로 숭늉이나마 끓여 먹으려고 애써 불을 지피다가 그만 솥을 통째로 다 태워버리고 말았다. 그 뒤 DJ가 국민들이 모은 금을 팔아 새 전기밥솥을 겨우 하나 마련해 놓았는데, 노무현 대통령이 코드를 잘못 끼우는 바람에 그마저 또 태워버렸다.
- ‘방귀’와 대통령
이승만 대통령이 방귀를 뀌자 모 장관이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라고 했다는 말은 유명한 실화. 그렇다면 박통은 어땠을까. 박통은 차지철을 불러 “임자! 보안에 부쳐”라고 지시했다. 전통이 방귀를 뀌자 장세동이 “각하! 제가 뀐 걸로 하겠습니다.”라고 했고, 노통은 박철언에게 “자네가 뀐 걸로 하라”고 당부했다.
YS는 최형우/김동영을 불러 “너 거는 방귀 안 뀌나?”라고 했고, DJ의 방귀에는 권노갑/한화갑이 “대통령님! 저희가 조용히 처리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같이 뀌는 방귀도 참여입니다, 참여고요~”라 했고, 2MB(이명박 대통령의 약칭. 용량이 2메가바이트밖에 되지 않는다는 뜻)는 “방귀를 에너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자원 외교화할 수 있는 방안을 형님과 상의하여 찾아보라”고 했다나.
- ‘운전자’로서의 대통령
이승만 : 국제면허 소지자. 그러나 국제면허가 신생독립국인 대한민국의 좁은 신작로에 맞을 리 없었고, 일방 독주로 치닫다가 결국 사고를 내고 면허가 취소되고 말았다.
박통 : 모범택시 운전자. 배고픈 승객들을 신사숙녀로 승격시키는 동안 운전자나 승객 모두가 신바람이 났지만, 역시 장거리 운전에 승객들은 지쳤고 비싼 차비(독재)를 치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새마을호 모범택시'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던 추억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최규하 : 대리운전 기사. 안개 짙은 도로 위에서 얼떨결에 핸들을 잡았으니 그저 시키는 대로 할 뿐이었다. 다만 운전 중 목격했던 엄청난 일에 대해서는 철저히 입을 다무는 직업윤리(?)를 발휘했다.
전통 : 난폭 운전자. '하나운송' 직원들을 동원해 운행권을 강탈하고 승객들의 안전을 도외시한 채 질주를 벌이다 보니 크고 작은 사고가 많이 일어났다. 다행히 도로 사정이 좋아 차량 파손은 면했으나 승객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노통 : 초보 운전자. '보통 운전자'이니 믿어달라는 말에 속아서 탔던 승객들이 결국은 무미건조한 운행 속에 이런저런 사고를 겪으며 내릴 때는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YS : 무면허 운전자. '사상 최연소 운전자'이니 '운전 9단'이니 하는 소문에 큰 기대를 했던 승객들은 사정없이 직진만 일삼는 통에 심한 멀미를 했으며, 차까지 고장 나고 말았다.
DJ : 음주 운전자. 긴급 수리한 차로 안전한 운행과 승객 간 화합을 약속했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음주량과 함께 정신이 흐려지며 각종 부작용을 노출했다.
노무현 : 역주행 운전자. 자주 일반 승객들의 정서와는 거꾸로만 가는 바람에 숱한 갈등을 겪었으며, "그런 운전이라면 나도 할 수 있겠습니다."는 비아냥거림이 속출했다.
2MB : 개인택시 운전자. 일반 국민 승객들보다는 부자 승객과 친지, 지인들을 중심으로 골라 태웠고, 운행 금지일에도 살살 몰래 운행하면서 뒷주머니를 채우는 개인 경제 쪽에 더 신경을 썼다.
- ‘김치’와 대통령
박통 : ‘보쌈김치’. 독점 강매품인 ‘유신표 김치’가 맛이 없다고 불평하는 손님이 있으면 즉각 보쌈(납치·구속)을 해버렸다.
전통 : ‘깍두기’. [‘전통’은 '하나회'와 '1212파'의 ‘오야붕’(두목)이었다. ]
노통 : ‘물김치’. ['물태우'라는 별명에서 비롯된 것]. 비록 물이 태반이었지만 '6·29 김장 선언'과 함께 '5060 물김치'를 처음 담갔을 때는 그래도 시원한 맛은 있었다.
YS : ‘파김치’. ‘문민 양념’에 겡남(경남)산 대파를 버무려서 차별화된 맛을 자랑할 때까지는 좋았는데, 결국 관리부실로 김칫독이 새면서 모든 것이 소위 ‘파김치’(IMF 경제난)가 되고 말았다.
DJ : ‘고들빼기김치’. 고들빼기를 '새천년 소금물'에 절인 다음 처음으로 전라도산 젓갈을 듬뿍 넣어 담가서 독특한 향과 맛을 냈는데, 자기들끼리만 즐겼다는 뒷말이 따라 다닌다.
노무현 : ‘겉절이’. 성마른 손님은 붐비는데 배추·상추·열무 등을 경황없이 무쳐내 놓았으니 김치 축에도 들지 못하고 겉돌다 말았다.
2MB : ‘백김치’. 국민들은 경제 대통령 어쩌고 해서 좀 살림이 피려나 싶어 표를 던졌는데, 막상 나온 건 ‘김장김치’가 아니라 고춧가루조차 안 들어간 ‘백김치’. 맛있는 배춧속은 자기네들끼리 먹을 김치용으로 빼돌렸다는 뒷얘기가 무성하다.
- 풍산개와 대통령
DJ가 북한을 방문했을 때 풍산개 3마리를 선물로 받아왔다. DJ는 한 마리를 자신이 갖고 나머지 두 마리는 전통과 노무현 대통령에게 각각 한 마리씩 나눠 줬다.
풍산개는 영리하고 날래며 주위에 대한 경계와 감시가 철저한 명견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세 사람의 각하 자택에 배치를 받은 풍산개들이 그 뒤로 이상해졌다. 수상한 사람이 와도 도무지 짖지를 않는 것이었다.
풍산개 전문가가 내려와 각 대통령의 집을 찾아 원인 분석에 나섰다. 전통 집에 있는 풍산개에게 물었다. “집을 지키는 것이 가장 기본 의무인데 짖기를 왜 멈췄느냐”고…. 그러자 풍산개는 “전 재산이 29만원뿐인 집에서 짖을 일이 뭐 있겠습니까?”라며 애써 외면했다.
DJ 집에 있던 풍산개는 “안방에 앉아있는 주인이 그 분야에서 가장 고수인데, 누굴 보고 짖으란 말이오?”라고 반문했고, 노무현 대통령 집의 풍산개는 “내가 짖을 여가가 없소”라고 했습니다. 주인이 너무 시끄럽고 말이 많아서 끼어들 여지가 없었단다.
* 이 글은 근간 예정인 졸저 <우리말 힘이 밥심보다 낫다 - 익혀서 남도 주자>에 수록될 내용의 일부다.
출판사와의 협약에 따라, 이 글의 부분/전부의 복사/전재 및 일체의 상업적 활용을 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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