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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국어대사전≫에 없는 말들(2)

우리말 공부 사랑방

by 지구촌사람 2015. 4. 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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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준국어대사전에 없는 말들(2)

[] 죽음을 앞둔 환자가 평안한 임종을 맞도록 위안과 안락을 베푸는 봉사자를 뜻하는 호스피스있잖습니까. 그 말의 순화어 겸 법률용어가 임종봉사자라고 알고 있는데요.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니 나오지 않더군요. ‘임종간호라는 말까지는 보이는데요.

 

노동부에서 흔히 쓰고 있는 임금 피크제[賃金peak]라는 말도 표제어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몸이 불편해서 꼭 타고 다니는 저상(低床)버스라는 말도 보이지 않고, 흔히 쓰는 장바구니물가/잔뇨감(殘尿感)/장고파(長考派)/저염식(低鹽食)과 같은 말들도 사전에 보이지 않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어째서 공공기관에서 행정용어로 사용하고 있는 말들까지도 사전에 올려져 있지 않은지요?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요?

 

[] 놀라셨다는 말, 충분히 이해됩니다. 사실 표제어에서 빠진 말들을 대하다 보면 저 역시도 가끔 겪는 일이거든요.

 

질문하신 말들은 순화어, 시사용어, 전문용어들과도 관련이 되는데, 그에 해당되는 말들이 제법 되는데다, 그 연유도 단순치 않답니다. 아래에 예를 들어 설명드리겠습니다.

 

임종봉사자(호스피스의 순화어)’자백감형 제도(플리바기닝의 순화어)’ 등은 가사도우미(파출부의 순화어)/경로도우미(실버시터의 순화어)/길도우미(내비게이터의 순화어)/민원도우미(옴부즈맨의 순화어)’ 등과 함께 국립국어원이 순화어로 가다듬은 것들입니다. 이런 순화어들은 국어기본법에 의해서 각급 기관의 공문서 작성이나 시험 문제 출제, 교과서 편찬 등에서 될 수 있는 대로 바꾸어 써야 하는 말들이기도 하지요. , 표준어의 대우를 받는 말들입니다. 제가 이런 말들을 준표준어로 구분지칭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도 신어 목록에는 올라와 있지만 아직 표준의 표제어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실제로 이 말들을 사용해야 하는 이들은 용례 확인이나 참고를 위해 표준을 검색해 볼 터인데 말입니다. 일반인들이 표준의 표제어에 없는 말들을 신어 목록에까지 들어가서 찾아볼 사람은 전문가 수준이 아니고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거든요.

 

더구나 이런 신어들에 대한 처리가 말끔하지 못한 흠도 보입니다. ‘호스피스의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요. 표준임종간호라는 말은 표준어로 올려져 있지만, ‘임종간호사는 없고, ‘임종봉사자는 신어로만 되어 있기 때문에 헷갈림을 더하고 있습니다. 본래 호스피스에는 임종간호임종간호사의 두 가지 의미가 있기 때문에, 표준어 선정 시에도 이 두 말을 함께 다뤘어야 옳고, 신어 선정의 경우에도 임종봉사임종봉사자의 두 가지를 택했어야 적절했을 것입니다.

 

이러한 준표준어에는 공공기관이나 법률에 의하여 정의된 용어들도 포함됩니다. ‘임금 피크제(賃金peak. 일정한 나이까지는 연공서열에 따라 급여를 올려 주고 그 이후부터는 오히려 일정 급여를 깎는 대신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해 주는 제도)’와 같은 용어가 그것인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어법상의 오류) 당연히 사전에 오를 말들입니다. 끊임없이 생성되는 수많은 시사용어들도 이와 같은 준표준어에 해당될 때가 많지요.

 

이밖에 오랜 관행에 의하여 전문용어로 대우받고 있음에도 사전에 오르지 못한 말들도 준표준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부동산업계나 지적(地籍) 관련 업무에서 오랫동안 사용되어온 말 중에 맹지(盲地. 지적도상에서 도로와 조금이라도 접하지 않은 한 필지 혹은 획지(여러 필지)의 토지. 타 지번의 토지로 사방이 둘러싸여 있으므로 자루형 대지라고도 한다.)’가 있는데요. 국립국어원에서는 맹지를 그저 도로에서 멀리 떨어진 땅이라는 단순한 뜻풀이만으로 신어 목록에 올려놓고 있지만, 사전에 오를 때는 뜻풀이에 전문성이 조금 더 담기리라 기대합니다.

 

이와 같은 시사용어를 비롯하여 각 산업별 전문용어들 중에서도 표준에 누락된 것들은 아주 많습니다. 이를테면 소고기 부위 명칭 중, 관행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 법정 전문기관인 축산물품질평가원에서 인정하고 있는 다음과 같은 용어들도 표준의 표제어에는 실려 있지 않습니다 : 윗등심/안심머리/치마양지/앞치마살/치마살/업진살/업진안살/부채살/도가니살’... 등등.

 

다른 분야에 비해서 농림축산업과 수산업, 일부 특수 공업 분야 등의 용어 정비 및 통일이 덜 되어 있는 편이고, 민속 부분이 그 다음으로 크게 눈에 띕니다. 가장 심각한 부분은 IT 분야인데, 발전 속도도 빠를 뿐만 아니라 세분화된 용어에 대한 통일된 번역도 미비하고 무엇보다도 제도적으로 전문 용어 검증 절차를 수행할 중점 기구가 없는 탓도 클 듯합니다.

 

준표준어외에 잠정적 표준어라 할 수 있는 것들도 있습니다. 질문에 언급된 저상(低床)버스/장바구니물가/잔뇨감(殘尿感)/장고파(長考派)/저염식(低鹽食)과 같은 말들이 그것인데요. 매스컴 등을 통해서 유포되거나 생활을 통해 널리 전파되어 언중들이 표준어임을 의심치 않으며 흔히 사용하고 있지만 아직 사전의 표제어로는 오르지 못하고 잠정적으로 신어 목록에만 등재되어 있는 말들이 그것입니다.

 

위의 말들 외에도 인물난*/입점일(入店日)/잔존량/저습지(低濕地)/간편식품/작목반(作木班)/자유석/노리개젖꼭지...’ 따위의 숱한 낱말들이 그러한 것들이죠. 이러한 말들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조만간 표준어로 등재될 것들이지만 잠정적으로 신어 목록에만 올려져 있기 때문에 잠정적 표준어로 지칭하여 구분하고자 하는 겁니다. 하루빨리 이러한 준표준어잠정적 표준어들이 표준에 등재되어야겠지요. [참고] ‘인물난(人物難)인물가난(외모나 학식, 능력 따위가 뛰어난 사람이 드문 일)’의 동의어로는 표준어지만, ‘어떤 자리에 적합한 사람을 구할 수 없어 겪는 어려움의 뜻으로는 신어 목록에만 올라와 있는 말이다. 이 경우는 이미 표제어로 올려져 있는 인물난의 뜻풀이(문헌 정보) 보완만으로도 간단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다.

 

[참고] ‘준표준어(準標準語)잠정적 표준어’ : 이 용어들은 필자가 설명의 편의상 명명한 것으로 정식으로 개념 정립이 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립국어원>이 유지관리하고 있는 신어 목록의 가치와 활용성을 고려할 때, 표준어와 비표준어만의 단순 2분법은 현재는 물론 미래의 언어 분화 수요와 탄생 과정에 비추어 불충분하기 짝이 없기 때문에, 각각의 어군들이 지니고 있는 실체적 위상을 이렇게라도 구분할 필요는 있다.

아울러, 현행 표준어 규정이 문자 표준어 중심이어서 음성 표준어 부분이 소홀히 다뤄지고 있는 것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음장(音長), 경음화 등은 부분적이나마 다뤄지고 있지만 억양 부분은 전혀 다뤄지고 있지 않다. 같은 문자 표준어를 사용하더라도 억양에 의해서 사투리로 인식되는 일까지도 벌어질 정도로 억양 문제는 중요한데 아직까지 음성 표준어 부문에서 이 억양 부분이 다뤄지고 있지 않음은 무척 아쉬운 일이다.

 

시사용어나 전문용어도 아닌 은어일 뿐이긴 하지만, 특별히 이참에 표준에 실어서 널리 알렸으면 하는 말도 있습니다. ((.시신을 수의로 갈아입힌 다음, 베나 이불 따위로 쌈)을 하시는 분들이 쓰는 말인데, ‘흑치(黑恥)청치(靑恥)라는 말입니다.

 

사람이 죽으면 몸이 삭습니다. 지금과 같이 냉동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을 때에는 5일장 정도만 치르려 해도 시신에서 나온 액수(腋水, ’시체에서 나오는 썩은 물을 뜻하는 염장이의 은어)’가 적지 않았는데, 사람마다 그 양과 냄새가 달랐답니다. 살아생전에 겉몸이 부귀영화를 누리고 속으로 욕심이 많은 엉큼한 사람의 경우에는 쉬 썩고 양도 많으며, 냄새도 무척 고약했고요. 그 반대로 맑게 사신 분들은 양도 적고 냄새도 심하지 않았다는군요.

 

그래서 염장이들도 염을 하면서 은근히 그분들을 차별대우했는데요. 양 많고 고약한 망인(亡人. 돌아가신 분)의 유족 앞에서는 툴툴거렸고(그러면 이내 돈다발이 나왔답니다), 그 반대의 분 앞에서는 손길 하나도 정성을 더 들였답니다. 그래서 염장이들 사이에서 욕심쟁이 양반의 경우에는 흑치(黑恥)라 불렀고, 그와 반대로 맑은 분들은 청치(靑恥)라 하여 고인들을 구분했다네요. ‘흑치염치(廉恥.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를 모르는 사람이라는 뜻이고, ‘청치는 염치가 맑은 분이라는 뜻에서 나온 말이라는데요. 욕심 때문에 염치를 모르거나 무시하는 이들이 늘어가는 세태에서는, 비록 은어로나마 이러한 말들을 사전에 올려서 그 뜻이 후대에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옳고도 좋은 일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언중이 흔히 쓰고 있는 말 중에 똘방똘방하다널널하다가 있습니다. 사전을 보면 각각 또랑또랑하다(조금도 흐리지 않고 아주 밝고 똑똑하다)’널찍하다(꽤 너르다)’의 잘못으로 되어 있지요. 그러나 실제의 쓰임을 보면 똘방똘방하다똑똑하고 야무지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고요. 널널하다공간적으로 널찍하거나 (: 방이 얼마나 큰지 아이들 넷이서 놀아도 충분할 만큼 널널했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충분히 있거나 (: 암 때나 와. 백수인 나야 시간 하나는 널널하니까.), 심리적으로도 여유 있게 편안하다는 (: 그녀의 환한 웃음을 보자 내내 가슴 졸이던 마음이 널널해졌다.) 복합적인 뜻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즉 현재 표준어로 뽑힌 말들보다도 더 진화된 의미로 쓰이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도 표준어에 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말들에 대해서는 표준어보다 더 똘방똘방한사투리에서 별도로 다뤘으므로 이 정도로 하겠습니다. 현재 표준어에서 제외되어 있는 달달하다역시 처지는 이와 비슷합니다.

 

위의 경우들과는 다르지만, 대부분의 언중들이 흔히 쓰는 말들 중에서도 쓰임을 잘 챙겨서 표준어에 포함시켰으면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이쁘다와 같은 말이 그런 것인데요. ‘이쁘다는 현재 예쁘다의 잘못이라고 매정하게(?) 규정되어 있는데, 언중들의 언어 사용 실태를 보면 열 중 아홉은 이쁘다라고 하지 예쁘다라고 찾아서 말하진 않거든요.

그리고 실제로도 이 예쁘다이쁘다를 사용할 때 보면, 어감상으로도 영어의 ‘beautiful’‘pretty’ 만큼의 차이를 보이고 있지요. , ‘예쁘다는 객관적인 아름다움을 비교적 중립적으로 표현하는 편이고, ‘이쁘다는 주관적인 아름다움의 뜻이 담겨 있을 때가 흔합니다. 조어법상으로도 크게 어긋나지 않고요. 요즘 이와 같은 말들 중에서 표준어로 추가 지정되는 낱말들도 제법 되므로 (각각 2011년에 11, 201413)* 다음에는 이런 말들도 아우르게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참고] 근래 복수 표준어로 추가 지정된 것들은 다음과 같다.

(1) 2011: 간지럽히다/간질이다; 남사스럽다/남우세스럽다; 등물/목물; 맨날/만날; 묫자리/묏자리; 복숭아뼈/복사뼈; 세간살이/세간; 쌉싸름하다/쌉싸래하다; 토란대/고운대; 허접쓰레기/허섭스레기; 흙담/토담

(2) 2014: 구안와사(口眼喎斜)/구안괘사(口眼喎斜); 굽신/굽실; 눈두덩이/눈두덩; 삐지다/삐치다; 초장초(酢漿草)작장초(酢漿草)/괭이밥; 개기다/개개다; 꼬시다/꾀다; 놀잇감/장난감; 딴지/딴죽; 사그라들다/사그라지다; 섬찟/섬뜩; 속앓이/속병; 허접하다/허접스럽다

 

이와 비슷한 경우로, ‘장난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현재 사전에는 장난주로 어린아이들이 재미로 하는 짓. 또는 심심풀이 삼아 하는 짓. 짓궂게 하는 못된 짓으로만 나와 있는데요. 그렇지만, ‘여기까지 오는 택시비가 장난이 아니더군.’; ‘바닷가 바람은 장난이 아니지.’; ‘오늘 황사, 장난이 아니야.등에 쓰인 장난은 전혀 그런 의미로 쓰인 것이 아니지요. 모두가 알다시피 이 말은 평소에 어림으로 생각했거나 짐작으로 알고 있던 것, 예사롭게 여겼던 것들이 생각과 달리 무척 심한 경우에 하는 말이랄 수 있으니까요. 이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뜻을 바꾸어 사용하는 경우에는 사전에 그러한 뜻풀이를 보태면 되는 일이고, 응당 그리하여야 할 것입니다. 뜻풀이 추가도 간단하거든요. ‘(‘장난이 아니다의 꼴로 쓰여)라는 표현만 덧붙인 뒤 위와 같은 의미를 추가하면 되니까요.

 

더구나 사전은 대부분의 언중이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다면 그 말을 표제어에 반영시켜야 하는 게 본분(?)이기도 하지요. ‘자장면/짜장면, 허섭스레기/허접쓰레기의 복수 표준어 인정 등은 그 좋은 예이고요. ‘무데뽀[[일본어]muteppô(無鐵砲/無手法). 일의 앞뒤를 잘 헤아려 깊이 생각하는 신중함이 없음을 속되게 이르는 말. ‘막무가내’, ‘무모로 순화]’ 따위처럼 일본어 잔재 추방 대상에까지 올랐던 말까지도 사용 빈도와 분포에 의해, 외래어로 인정하고 있는 판국인데요 뭐... 알다시피 외래어도 우리말이고요.

 

이와 같은 경우들과 관련하여, 우리말에서의 독특한 표현을 넓게 인정하자고 한 어느 분의 이야기가 문득 생각납니다.

 

...예컨대, ‘과반수 이상이라는 표현도 ()’이상(以上)’이 중복되었지만 그 이유로 틀린 말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야말로 과반수 이상의 사람들이 과반수 이상이라는 표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독특한 표현일 뿐 틀린 표현은 아닌 것이다... [출처 : 고종석, 국어의 풍경들]

 

[]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다가, 두어 가지 몹시 궁금한 것이 있어서 여쭤봅니다. ‘가재미눈이라는 말도 있고 가자미눈이란 말도 있더군요. 저희가 알기에는 가재미가자미의 잘못이므로, ‘가자미눈만 옳은 말이어야 하지 않나요.

그리고 한 가지 더요. ‘흑보기눈을 찾아보니 사전에 없고, ‘흑보기만 나와 있던데, 흑보기인 사람의 눈은 그러면 흑보기 눈이라고 적어야 하는 건가요? ‘근시안을 뜻하는 말로 졸보기눈도 있는데 말이죠.

 

[] 아이고. 무척 곤란한 것들을 물으시는군요. 하하하. ‘가자미눈가재미눈의 관계는 뜻풀이를 곡해하신 듯하네요. ‘가자미눈만 옳은 말이고요, ‘흑보기 눈이란 말이 없는 건 맞습니다.

그 밖에 이와 비슷하게 이용자를 어리둥절하게 하는 것으로는 예전에 복합어에서는 동일한 쓰임을 허용하면서도 의존명사에서는 뚜렷한 이유도 없이 차별하던 동무니동사니도 있었습니다만, 이제는 두 말을 같은 말로 처리하여 그런 문제는 없어졌습니다. 그러나 젓갈 이름의 하나인 동난젓은 여전해서 동난지이만 표준어로 인정하고 있지요. 아래에서 하나씩 짚어보기로 하겠습니다.

 

미눈(o)/미눈(x)’이죠. 이유는 가자미(o)/가재미(x)’이기 때문이고요. 그런데 여기서 가자미눈화가 나서 옆으로 흘겨보는 눈만을 뜻하는 말이랍니다. 그래서, 실제로 두 눈이 가자미 같이 몰린 눈, 가자미의 눈처럼 두 눈이 작고 동그랗게 한데 몰린 눈의 뜻은 빠져 있지요. 이런 뜻으로는 가재미눈이 있는데, 불행히도 북한어랍니다. 질문자가 가자미눈가재미눈의 두 말 모두 있다고 보신 것은 가재미눈의 표제어 다음에 있는 [북한어]라는 표기를 잠깐 건너뛰신 탓이 아닌가 싶네요.

 

흑보기눈동자가 한쪽으로 쏠려, 정면으로 보지 못하고 언제나 흘겨보는 사람을 뜻합니다. 그래서 그런 사람의 에 대한 뜻풀이는 들어 있지 않지요. ‘흑보기의 동의어로 편시(偏視)가 있는데, 그 역시 그런 눈을 가진 사람만을 뜻하고 그런 의 의미는 갖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흑보기인 사람의 눈은 현재 뜻풀이에 의하면 흑보기 눈으로 적어야 합니다. 근시안을 뜻하는 졸보기눈과는 달리요. , ‘졸보기눈바투보기눈이라고도 합니다. 난시안은 어릿보기눈이고요. [참고] 온갖 눈에 관해서는 (), , ... 세상에는 정말 많은 눈이 있다! 항목 참조.

 

, ‘흑보기와 비슷한 말로 흘기눈이란 게 있습니다. 본래, ‘흑보기[++]에서 온 말로 흘겨보다의 뜻에서 발전된 것인데요. 그래서 같은 말로 착각하기 쉽지만, ‘흑보기의 잘못이랍니다.

 

동난지이방게로 담근 게젓을 말하는데, 실상은 방게젓과 같은 말입니다. 오늘날에도 쓰이고 있지요. 그런데, ‘동난젓은 사전에 동난지이의 잘못으로 되어 있답니다. ‘동난지이에 보이는 ‘-지이, ‘장아찌를 제주도에서 지이라 하고(방언), ‘치아가 없는 노인들을 위하여 무 따위를 데쳐서 담그는 김치를 이르는 북한어가 데지이인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담가먹는 것을 이르는 옛말의 흔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 ‘동난지이동난젓보다도 더 오래된 옛말인 것이죠. 그러므로 그 현대어라 할 수 있는 동난젓을 뚜렷한 이유도 없이 내친 것은 석연치 않아 보입니다. 복수표준어라고 해서 꼭 두 개로만 제한할 필요는 없는 것이고, 쓰임의 빈도로 보아도 방게젓보다 동난젓이 더 높거든요. 방게를 정확히 모르는 이들까지도 동난젓이란 말에는 익숙할 정도니까요.

 

[] ♣ ≪표준의 재미있는(?) 뜻풀이들

 

한 살 차이와 관련하여 자치동갑[-同甲]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자칫하면 동갑이 될 뻔했다는 데서 나온 아주 재미있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말의 뜻풀이를 표준에서 찾아보면 한 살 차이가 나는 동갑으로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동갑은 이미 같은 나이이므로 한 살 차이가 날 수가 없지요... 따라서 이 설명은 한 살 차이가 나는 나이로 바뀌어야만 합니다.

 

닭잦추다란 말이 있습니다. 새벽에 닭이 꼬끼오 하고 울면서 새벽이 왔다고 알리는 듯한 동작을 이르는 말인데요. 표준을 보면 뜻풀이가 새벽에 닭이 홰를 치며 울다로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새장/닭장 속에 새/닭이 올라앉게 가로질러 놓은 나무 막대를 뜻합니다. 예전에 방 벽에 걸고 옷걸이로 썼던 횃대(옷을 걸 수 있게 만든 막대)’라고 하는데, 사실 모두 다 같은 나무 막대에서 온 말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닭잦추는닭들이 모두 닭장의 홰에 올라가 있다가 울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바닥에서 자고 있던 닭이 기지개를 켜듯 날개를 탁탁탁 치고 나서 울 때도 있거든요. , ‘닭잦추다는 닭이 홰를 치며 우는 게 아니라 날개를 치면서 운다고 해야 올바른 뜻풀이가 된답니다. 홰가 없는 곳이나 홰에 오르지 않은 닭도 잘만 닭잦추거든요.

* 이 글은 근간 예정인 졸저 <국어 실력이 능력이다 - 업무 능력(NCS) 시대에서의 우리말의 힘>에 수록될 내용의 일부다.

  출판사와의 협약에 따라, 이 글의 부분/전부의 복사/전재 및 일체의 상업적 활용을 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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