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를 나타내는 한자어(漢字語)
[문] 칠순 잔치에 참석한 어른 한 분이 잔치의 주인공에게 ‘이제 칠순의 어린 사람이 망팔 형님한테 맞먹으면 쓰나?’라며 농담을 하시더군요. 두 분의 연세 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지는 않던데, ‘망팔(望八)’이 구체적으로 뜻하는 나이가 있는 건가요, 아니면 팔십을 바라보는 칠십대 나이라는 그런 의미인가요?
그리고 그날 칠순 축하 잔치를 두고 사람에 따라 ‘고희’ 잔치라는 말도 쓰고 ‘종심 축연(從心 祝宴)’이라는 말도 쓰는 것 같던데, 모두 바르게 쓴 것들인지요?
[답] 우선 답부터 드리면 ‘칠순’은 나이 70을 뜻하고, ‘망팔’은 80을 바라보는 나이에 본격적으로 들어선 나이, 곧 71세를 뜻하는 말이랍니다. 그러니 나이 칠십이신 분에게 71세이신 분이 ‘망팔 형님’ 운운하셨으니 그분은 농담을 무척 좋아하시거나 그날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 그리 말씀하신 듯하군요. ‘칠순’과 ‘망팔’은 겨우 한 살 차이니까요.
칠순 축하 잔치를 두고 여러 가지로 표현한 것은 모두 맞는 말들이어요. 흔히 쓰는 ‘고희(古稀)’라는 말은 두보의 곡강시(曲江詩)의 1구(句)인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 나이 칠십은 예로부터 드문 일)에서 연유한 말이고, ‘종심(從心)’은 공자가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면서 ‘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나이 70에 들어 마음에 하고자 바를 좇았으나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라고 한 데서 유래한 말이지요.
참고로, 위에 나온 ‘망팔(望八)’외에 ‘망팔(忘八)’이란 조금 어려운 한자어도 있어요. ‘팔덕(八德)을 잊어버렸다’는 뜻으로, ‘무뢰한’을 이르는 말이죠. 아울러 ‘망팔쇠년(望八衰年)’은 ‘늙어서 기력이 쇠약해지는 나이 일흔한 살’을 뜻하는데 ‘망팔(望八)’을 부연하는 말입니다.
연령의 표기에 쓰이는 한자어는 무척 많은데 그 유래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두보나 공자와 같은 이들의 표현 중에서 나온 것들이 널리 쓰이기도 하지만, 그와 달리 일반적으로 나이 표기에 쓰인 한자들도 있습니다.
공자 식의 표현과 아울러, 그러한 일반적인 나이 표기에 쓰인 몇 가지 한자어의 공통적인 쓰임을 알아두면 나이별로 일일이 익히지 않아도 알 수 있어서 편리한데,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1) 나이 표기에 쓰이는 일반적인 한자어
1) ‘-순(旬)/-질(秩)’ : 둘 다 10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육순/칠순/팔순/구순’은 각각 ‘60/70/80/90세’를 뜻합니다. ‘칠질(七秩)’이 61세에서 70세까지의 10년을 이르는 것도 이와 같습니다.
2) ‘망(望)-’ : 다음 대의 나이를 바라보는 나이에 들어선 것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망오(望五)’는 나이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들어섰으므로 41세를 뜻하고, ‘망륙(望六)’은 6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 들어섰으므로 51세를 뜻하는 식이죠. 따라서, ‘망오/망륙/망칠/망팔/망구’는 각각 41/51/61/71/81세를 뜻하는 말이 됩니다.
3) 삼수(三壽) : 나이에 따라 세 가지로 구분한 장수(長壽). 100세의 상수(上壽), 80세의 중수(中壽), 60세의 하수(下壽)를 이릅니다.
4) ‘기(耆)/노(老)/모(耄)/기(期)’ : 각각 60세, 70세, 80~90세, 100세를 뜻합니다. 이 말들은 <예기(禮記)> 곡례편(曲禮篇)에 나오는데, 그 밖에 ‘10세/20세/30세/40세/50세’를 각각 ‘유(幼)/약(弱)/장(壯)/강(强)/애(艾)’라 하였지요. 20세를 ‘약관(弱冠)’으로 표기하는 것도 20세가 되어야 비로소 갓을 쓴다는 <예기>의 말에서 비롯되었으며, ‘장년(壯年)’이나 10살을 뜻하는 ‘유학(幼學)’ 역시 <예기>와 관련된 말입니다.
(2) 공자가 자신의 나이를 언급하면서 가르침을 베푼 데서 연유한 말들
오늘날에도 ‘지[우]학(志[于]學), 이립(而立), 불혹(不惑), 지[천]명(知[天]命), 이순(耳順), 종심(從心)’ 등이 각각 15세, 30세, 40세, 50세, 60세, 70세를 뜻하는 말로 널리 통용되고 있는데, 이것들은 논어(論語) 위정편(爲政篇) 4장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말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참고] 위에서 언급했듯 ‘약관(弱冠)’(20세)만은 <논어>가 아닌 <예기>에서 비롯된 말.
子曰 吾十有五而志于學 三十而立 四十而不惑 五十而知天命 六十而耳順 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 [論語 爲政篇 4章] (해석 : 공자께서, "나는 열다섯 살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 살에 자립하였고, 마흔 살에 세상일에 미혹되지 않았고, 쉰 살에 하늘의 뜻을 알았고, 예순 살부터 생각하는 것이 원만하여 어떤 일을 들으면 곧 이해가 되었고, 일흔 살에 마음에 하고자 하는 바를 좇아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라고 말씀하셨다)
[정리]
나이를 나타내는 여러 가지 한자어(漢字語)들을 나이별로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0세 : 유학(幼學)*
15세 : 지[우]학(志[于]學). ←‘성동(成童)’은 열다섯 살 된 사내아이.
16세 : 파과(破瓜). 단, 여자. 남자의 경우는 64세를 뜻함. ←‘瓜’ 자를 파자(破字)하면 ‘八’이 두 개인데 더하면 16이 되고, 곱하면 64가 되기 때문.
20세 : 약관(弱冠) ←‘약령(弱齡)/약년(弱年)’은 ‘젊은 나이’.
묘령(妙齡) : 스무 살 안팎의 여자 나이.
방년(芳年) : 이십 세 전후의 한창 젊은 꽃다운 나이.
30세 : 이립(而立)
32세 : 이모지년(二毛之年)/이모(二毛) ←흰 머리털이 나기 시작하는 나이라는 뜻.
40세 : 불혹(不惑)/불혹지년(不惑之年)/사순(四旬)
사순(四旬) : 사십 대의 나이를 뜻하기도 함.
조백(早白) : 흔히 마흔 살 안팎의 나이에 머리가 세는 것을 이름.
41세 : 망오(望五)
48세 : 상년(桑年) ←‘桑’의 속자인 ‘桒’을 분해하여 보면 ‘十’ 자가 넷이고 ‘八’ 자가 하나인 데서 48세를 뜻하는 것으로 쓰임.
50세 : 지천명(知天命)/지명(知命)/지명지년/장가(杖家)/애년(艾年)
장가(杖家) : 집 안에서 지팡이를 짚을 만한 나이라는 뜻
애년(艾年) : 머리털이 약쑥같이 희어지는 나이라는 뜻
면요(免夭) : 젊은 나이에 죽음을 면하였다는 뜻으로, 나이 쉰 살을 겨우 넘기고 죽음을 이름.
51세 : 망륙(望六)
60세 : 육순(六旬)/이순(耳順)/하수(下壽)/장향(杖鄕)/양국(養國)
기년(耆年) : 예순 살이 넘은 나이.
장향(杖鄕) : 예순 살을 이름. 중국 주나라 때에, 노인이 60세 되던 해부터 고향에서 지팡이 짚는 것을 허락했던 데서 유래.
양국(養國) : 나이 60세를 이름.
61세 : 환갑(還甲)/환력(還曆)/회갑(回甲)/화갑(華甲)/주갑(周甲)/망칠(望七)
62세 : 진갑(進甲) ←새로운 육십갑자를 향해 나아가므로 세는나이로는 62세.
66세 : 미수(美壽)
61~70세 : 칠질(七秩) ←한 질(秩)은 십 년을 이름.
70세 : 칠순(七旬)/고희(古稀)/희수(稀壽)/현거(懸車)/종심(從心)
고희(古稀) :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는 두보(杜甫)의 곡강시(曲江詩) 구에서 유래.
현거(懸車) : ‘해 질 무렵’을 뜻하는 명사이기도 함.
서로(庶老) : 서민 가운데 나이가 70세 이상 된 노인. 나이 표기에서 ‘노(老)’는 70을 뜻함. 예를 들어, ‘기로(耆老)’는 연로하고 덕이 높은 사람을 뜻하는데, ‘기(耆)’는 예순 살을, ‘노(老)’는 일흔 살을 이름.
궤장(几杖) : 궤장연(几杖宴. 조선 시대에, 임금이 70세 이상의 원로 대신들에게 궤장을 하사하며 베풀던 연회) 때에 임금이 나라에 공이 많은 70세 이상의 늙은 대신에게 하사하던 궤(几)와 지팡이(杖)를 아울러 이름.
71세 : 망팔(望八)
망팔[忘八]? 팔덕(八德)을 잊어버렸다는 뜻으로, ‘무뢰한’을 이르는 말.
망팔쇠년[望八衰年]? 늙어서 기력이 쇠약해지는 나이 일흔한 살.
77세 : 희수(喜壽)
80세 : 팔순(八旬)/중수(中壽)/팔질(八耋)
모기(耄期) : ①여든 살 이상의 나이 많은 노인. ②여든 살에서 백 살까지의 나이. ←‘모(耄)’는 80~90세, ‘기(期)’는 100세를 이름.
81세 : 망구(望九)
88세 : 미수(米壽)
90세 : 구순(九旬)
91세 : 망백(望百)
99세 : 백수(白壽)
100세 : 상수(上壽)/기이(期頥)
기이(期頥) : 백 살의 나이. 또는 그 나이의 사람.
[참고]
유학(幼學) : ≪표준≫의 표제어 풀이에 ‘고려조선 시대에, 벼슬하지 아니한 유생(儒生)을 이르던 말’로만 나오지만, <국립국어원>의 해설집에는 ‘10살의 나이’를 뜻하는 표기로도 나온다. 10살의 표기는 <예기(禮記)>에서 비롯된 말이다.
방년(芳年)/방령(芳齡) : ‘20세 전후의 꽃다운 나이’를 이르며, ‘묘령(妙齡)/묘년(妙年)’은 ‘스무 살 안팎의 여자 나이’를 이른다.
산수(傘壽) : 일부 책자에 80세를 뜻하는 표기로 ‘산수(傘壽)’가 널리 쓰이고 있으나(‘산(傘)’자 들어있는 팔(八)과 십(十)을 팔십(八十)으로 간주(看做)하여), <국립국어원> 자료에는 누락되어 있다.
* 이 글은 근간 예정인 졸저 <국어 실력이 능력이다 - 업무 능력(NCS) 시대에서의 우리말의 힘>에 수록될 내용의 일부다.
출판사와의 협약에 따라, 이 글의 부분/전부의 복사/전재 및 일체의 상업적 활용을 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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