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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 캐러 가세~~. 요즘 야생 냉이는 자주색이다

[촌놈살이 逸誌]

by 지구촌사람 2016. 2. 22.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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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들이 배꼽으로 나오면... 원본은 이곳에 있다 : http://blog.naver.com/jonychoi/220634176883]


봄이 왔다.

입춘도 지나고 우수도 지났으니, 봄이다.

날씨는 계절을 이길 수 없다.

한때의 정치가 역사를 이길 수 없듯이.


어제, 일요일을 틈타 냉이를 캐러 나섰다.

작년보다는 2주일 빠른 행보.

지난주 집 근처를 훑어 보니,

여기저기서 이런저런 것들의 새싹들이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지금 캘 수 있는 건 봄 냉이가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가을 냉이다.

잎이 초록색이 아닌 자주색.

혹한을 버티느라 광합성을 최소한으로 줄이려면 녹색을 포기해야 해서다.


냉이는 사시사철 나온다.

봄 냉이뿐만이 아니다.

가을 냉이란 늦가을에 발아하여

추운 한 겨울을 버틴 것들을 말한다.

가을에 자라서 먹거리로 쓰이는 가을 냉이가 아니고.​


아래의 파란색 설명은​ 작년에 냉이 얘기를 올리면서 

적은 내용들이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을 보려면 여기로 : http://blog.naver.com/jonychoi/220300405124


그런 것들 중에는 혹한을 견디다 못해 잎이 고사한 것들도 있고

다행히도 발아 시기가 더 늦거나 보온이 되는 곳에서 자라나

갈색 잎이긴 해도 그래도 동사하지 않은 것들도 있다.

가을냉이1. 추위를 견디다 못해 잎이 고사 상태에 이른 것.

가을냉이 2. 잎의 고사 상태가 1에 비하여 덜 진행된 것.

그래도 잎의 기능은 10% 남짓 정도만 남아 있을 정도로, 

혹한과의 싸움을 힘겹게 치른 것이다.  


두 번째 가을냉이2를 캐 봤다.

이처럼 혹한을 견딘 것들은 뿌리가 보통이 아니다.

온힘을 다해 양분을 뿌리에 비축해 둔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뿌리 윗쪽에 새순이 나오고 있다. 


                                      *

냉이가 있음 직한 곳을 살펴봤다.

한 시간 가까이 훑었지만, 겨우 두 뿌리만 건졌다.

요즘은 텃밭 농사라 해도 죄다 제초제들을 쓰기 때문이다.

포기하고 우리 텃밭 쪽으로 옮겼다.

제초제를 쓰지 않으니까...


조금 훑던 내 입에서 야호! 소리가 나왔다. 역시나...




​이것이 바로 가을 냉이 중 상태가 괜찮은 것들이다.

저 위에 보인 사진 속에 있는 것들은 캐지 말고 그냥 두어야 하고...

(그래야 새봄이 오면 거기서 새 싹들이 나와서 잎까지 먹을 수 있다.) 

​야호! 대물이닷!!

훑다 보니, 반뼘쯤 되는 녀석들이 눈에 들어온다.

과장하자면, 산삼을 본 것처럼 반갑다.





녀석들을 캐 봤다. 세 녀석.

집에 돌아와 씻은 뒤 녀석들을 다듬었다.

교회에 가신 마님은 5시 반을 넘기시고야 돌아오셨고

그때쯤은 내가 4/5쯤은 다듬기를 마쳤을 때.

냉이는 캐는 일보다도 다듬는 일이 보통이 아니다.

다듬기 전 대여섯 번은 헹궈야 하고

다듬은 뒤에도 두세 번 더 씻어줘야 한다.

잔 이파리 사이, 잎과 줄기 연결 부분 등에

고운흙이나 잔모래 등이 꽉 끼어 있을 때가 있어서다. 

​그래도, 어제의 수확은 쏠쏠했다.

처음에 한 시간쯤을 허송했을 때와는 달리, 나중엔 뿌듯했을 정도로.

무침과 냉이된장국을 두어 번 정도 해먹을 만큼이 되었다.

물론 마님은 그중 하나를 홀로 사시는 아버님께 갖다 드리겠지만...

봄에 처음 나오는 냉이들은 뿌리가 단단해 보여도

딱딱하거나 거세지 않다. 보기와 달리, 부드럽다.

되레 3월 중순쯤을 지나게 되면 그땐 뿌리 맛이 달라진다.

단단해지고 단맛이 주는데

그건 새 잎에 영양분을 올려주기 위해서다.

생존을 위해 겨울나기만 해댈 때와는 무척 다르다.  


참, 야생 냉이와 비닐하우스에서 자란 냉이와의 차이는

꼭 양계장 계란과 놓아 먹인 닭이 낳은 계란과의 차이와 똑같다.

향기에서나 씹는 맛에서나.          [Feb. 2016]

                                                        -溫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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