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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잊히지 않을 저녁 한 끼
지난 3월 1일.
삼일절인지라 국기 달고 하는 거나 챙기고
도서관도 쉬는 날이라 집에서 일을 했다.
저녁 때.
진이가 조리대 앞에서 뭘 썰고 있다. 서투른 칼질로.
다가가 보니 오이, 파프리카 등등.
허. 녀석이 엄마가 요리하는 걸 보아 오더니
이젠 제가 칼질도 하는구나.
요리에 취미를 붙였는가?
저녁 시간. 밥을 먹으라기에 나갔더니
식탁 위에 진설된 건, 집에서 가끔 해먹는 월남쌈과 등심구이 한 접시.
쌈 재료를 썰어 놓은 게 웬지 좀 어설프다.
진에게 물었다. 이걸 다 네가 했느냐고.
돌아오는 대답 : 아빠는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몰라?
난 대답을 얼버무렸다.
월남쌈용 소스와 등심구이용 소스도 따로 갖춰져 있었다.
제 어미가 늘 해오던 대로.
그날은 우리의 20몇 주년인가 되는 결혼기념일.
스무 해가 넘어가면서부터는 가족 달력을 보면서도 잊고 지내곤 했는데
(가족 달력에는 온 가족들의 기념일, 생일, 기일... 등이 모두 인쇄되어 있다.)
진이가 그걸 보고 잊지 않은 것.
집사람은 맥주 한 캔, 나는 막걸리 반 병으로 자축했다.
아직도 외계인일 때가 있는
올해 고딩이 된 딸내미의 기특한 생각에 가슴이 울려 왔기에, 그걸 더 기념하고 싶었다.
아마도 평생 이 저녁 한 끼는 잊히지 않을 듯하다.
진아. 고맙다. 우리 딸 진아! [Mar.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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