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회(2016.3.21.) 우리말 겨루기(2)
-1년간의 세계 여행으로 어학연수를 대신하겠다는 염태순 님의 우승을 축하합니다!
□ 달인 도전 문제
1편에서도 적었지만, 이번 달인 도전 문제에 나온 낱말들은 모두 이곳 문제 풀이에서 최소한 한 번 이상 다뤘던 것들이다.
늘 말하지만, 이곳 문제 풀이에서 실제로 출제된 낱말 외에 그와 같은 계통에 속하는 낱말들을 늘 함께 다루는 이유가 어째서인지 다시 한 번 확실하게 기억해 두시길 바란다. 같은 계통의 것들은 언제든지 낱말만 바꾸어 출제될 수 있기 때문이고, 맞춤법 문제란 실은 그러한 틀 안에서 변용/변형되어 출제되기 때문이다.
이번 출제에서는 문장 길이가 짧아졌다. 한 줄이 통째로 줄어들었을 정도로. 90초 시간제한이 있는 문제 풀기에 적잖게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문제 낱말들 고르기 숫자는 변동 없이 그대로 9개.
- 출제된 문제 : 오늘 아침에는 먹구름이 ____ 햇살이 ____ . 나는 ____ 옷을 ___ 빨아 __ 바로 ___ 가게에 가서 ___ 간식과 __ 재료를 사고 밀린 외상값도 __ .
- 주어진 말들 : 달달한/달곰한/달근한; 비췄다/비쳤다; 치렀다/치뤘다; 북어국/북어국; 기여코/기어이; 깨끗히/깨끗이; 때 묻은/때묻은; 걷히고/걷치고/거치고; 건넌마을/건넛마을/건너마을; 널자마자/널자 마자
- 정답 : 오늘 아침에는 먹구름이 걷히고 햇살이 비쳤다. 나는 때 묻은 옷을 깨끗이 빨아 널자마자 바로 건넛마을 가게에 가서 달곰한 간식과 북엇국 재료를 사고 밀린 외상값도 치렀다.
문제 풀이의 상세 부분은 내 책자 <달인의 띄어쓰기.맞춤법>과 <고급 한국어 학습 사전>의 해당 부분 전재분이다.
-달달한/달곰한/달근한 : 표준어로서 ‘감칠맛이 있게 달다’는 뜻하는 말은 ‘달콤하다>달곰하다’이다. ‘달다랗다’는 강원도 방언. 표준어로 ‘달금하다<달큼하다’도 있는데 ‘감칠맛이 있게 꽤 달다’는 뜻으로, ‘달콤하다>달곰하다’보다 약간 센 말이다. 주의할 것은 가끔 쓰는 ‘달큰하다’는 ‘꽤 단맛이 있다’를 뜻하는 북한어! 우리나라의 작가라는 사람들이 점검 없이 마구 휘두르는 말 중 하나다.
도전자 태순 님이 ‘달달하다’와 관련하여 ‘달곰하다’를 처음 듣는다 하였다. 어휘 부분에 비하여 맞춤법 부분의 공부 자료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하기야, 현재 다른 맞춤법 책자 중 이 낱말의 문제점에 관하여 깊게 다룬 것들이 없다. 이 ‘달달하다’와 관련해서는 이곳 문제 풀이에서 두 번 다뤘다. 좀 더 상세한 설명을 원하시는 분은 이곳의 다른 게시판 <우리말 공부 사랑방>에 게시한 자료들을 살펴보시기 바란다. (그곳 게시판으로 가서 ‘달달하다’를 검색하면 죽 뜬다.)
◈음식 맛이 달달하다 : 달곰하다(혹은 좀 달다)의 잘못. ⇐‘달달하다’는 방언.
음식 맛이 달큰한 게 좋군 : 달큼한의 잘못. ←달큼하다[원]
[참조] 음식 맛이 들척지근/들쩍지근하군 : 맞음. ←들척지근하다>들쩍지근~[원]
[설명] ①음식 맛과 관련된 ‘달달하다’는 방언. 동사 ‘달달하다’는 다른 뜻임. ②[주의] 흔히 쓰는 ‘달큰하다’는 ‘달큼하다’의 북한어.
[의견] 현재 ‘달달하다’는 사전에 없으나, ‘짜다’와 ‘짭짤하다(감칠맛 있게 짜다)’가 사전에 올라 있듯이 ‘달달하다(조금 달다. 감칠맛 있게 달다. 꿀/설탕의 맛과 같이 달다)’도 표준어로 등재되어도 좋은 말.
달큼하다>달금하다? 감칠맛이 있게 꽤 달다. [유]달콤하다/들쩍지근하다
달콤하다>달곰하다? 감칠맛이 있게 달다.
달달하다? ①춥거나 무서워서 몸이 떨리다. 또는 몸을 떨다. ②작은 바퀴가 단단한 바닥을 구르며 흔들리는 소리가 잇따라 나다. 그런 소리를 잇따라 내다.
들척지근하다>들쩍지근하다? 약간 들큼한 맛이 있다.
-비췄다/비쳤다 : 이것 역시 이곳 문제 풀이에서 다룬 말. 내 맞춤법 책자의 해당 부분을 전재한다. 사전에도 ◇‘비치다’와 ‘비추다’ 항목을 따로 두어 상세한 설명을 붙였다. 아래 예문들에서 보듯, 달리 활용 출제도 가능하니 잘 익혀 두시기 바란다.
◈네 양심에 비쳐 봐. 거울에 비쳐 보든지 : 비추어/비춰의 잘못. ←비추다[원]
그 사람은 출마 의사를 내비췄다 : 내비쳤다(비쳤다)의 잘못. ←내비치다[원]
가로등 불빛에 비친 여인의 얼굴은 창백했다 : 비추인의 잘못. ←비추이다[원]
가로등이 골목길을 밝게 비치고 있다 : 비추고의 잘못. ←비추다[원]
햇빛이 쨍쨍 내려비추고 있었다 : 내리비추고의 잘못. ←내리비추다[원]
[설명] ①‘비추다’는 ‘비치다’에 비해 적극적으로 빛을 비추거나, 모습이 드러나게 하는 것. ‘비치다’는 (그 대상만) 환하게 되거나 보이는 것. <예>‘내리비추다, 들이비추다’ : 적극적으로 빛을 보내는 행위. ‘내려비추다’는 ‘내리비추다’의 잘못 (표준어에서 배제되었음). ②‘비추이다’ : ‘비추다’의 피동. ‘비친’(x) 꼴로 잘못 쓰는 예가 흔함. 주의. ‘비추인’(o)이 올바름.
비추다? ①빛을 내는 대상이 다른 대상에 빛을 보내어 밝게 하다. ¶손전등을 비추다; 새어 나오는 불빛이 마루를 비췄다. ②빛을 받게 하거나 빛이 통하게 하다. ¶햇빛에 색유리를 비추어 보았다. ③빛을 반사하는 물체에 어떤 물체의 모습이 나타나게 하다. ¶거울에 얼굴을 비추다. ④주로 ‘…에 비추어’ 꼴로 쓰여, 어떤 것과 관련하여 견주어 보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상식에 비추어 생각해 봐라; 세상 돌아가는 형편에 비추어 볼 때, 이건 무리다.
비치다? ①빛이 나서 환하게 되다. ¶어둠 속에 달빛이 비치다. ②빛을 받아 모양이 나타나 보이다 ¶그의 늠름한 모습이 비치었다. ③물체의 그림자/영상이 나타나 보이다. ¶문에 사람 그림자가 비쳤다; 화면에 비친 조국 강산이 아름답다. ④뜻/마음이 밖으로 드러나 보이다. ¶언뜻 난감해하는 기색이 비치더니 이내. ⑤투명하거나 얇은 것을 통하여 드러나 보이다. ¶속이 비치는 분홍빛 여자 속옷. ⑥사람 몸속의 피가 몸 밖으로 나오는 상태가 되다. ¶가래에 피가 비치다. ⑦무엇으로 보이거나 인식되다. ¶내 눈에는 그의 행동이 상사에 대한 아부로 비쳤다. ⑧얼굴/눈치 따위를 잠시 약간 나타내다. ¶집에 얼굴을 비칠 시간도 없다. ⑨의향을 떠보려고 슬쩍 말을 꺼내거나 의사를 넌지시 깨우쳐 주다. ¶동생에게 결혼 문제를 비쳤더니 그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어리비치다? 어떤 현상/기운이 은근하게 드러나 보이다.
얼비추다? 어렴풋하게 비추다.
나비치다1? ①나타나서 비치다. ②나타나거나 참여하다.
나비치다2? 나비질을 하여 검부러기나 먼지 따위를 날리다.
-치렀다/치뤘다 : 역시 이곳 문제 풀이에서 다룬 바 있는 것. 참고로, ‘시험’에는 ‘치르다/치다’ 두 말 모두 쓸 수 있다.
◈비싼 대가를 치룬 뒤에야 잘못을 깨닫다 : 치른의 잘못. ←치르다[원]
돈을 다 치뤄야 네 물건이랄 수 있지 : 치러야의 잘못. ←치르다[원]
사람은 치뤄 봐야 안다 : 치러 봐야의 잘못. ←치르다[원]
내일 시험을 치를 녀석이 이처럼 태평해서야 : 칠이 더 적절. ←치다[원]
[설명] ①‘치루다’는 ‘치르다’의 잘못. 표준어 사정에서 제외된 말로 사전에 없는 말. ②‘치르다’에는 ‘무슨 일을 겪어 내다’의 뜻이 있고 (예 : 시험을 치르다/잔치를 치르다/장례식을 치르다), ‘치다’에는 ‘시험을 보다’라는 뜻이 있음. (예 : 대학 입학시험을 치다; 오늘 시험 잘 쳤니?) 위의 예문의 경우에는 내일 시험을 볼 사람이므로 ‘치르다’에 비해서는 ‘치다’가 더 적절함.
-북어국/북엇국 : 이곳에서 수도 없이 여러 번 다뤘던 ‘-국’ 관련 표기. ‘-국’의 앞말이 받침이 없는 말이면 예외 없이 사이시옷을 받친다.
◈냉이국은 별미이고 말고 : 냉잇국, 별미이고말고(혹은 별미다마다)의 잘못.
[설명] ①‘국’의 앞말이 받침이 없을 때는 예외 없이 사이시옷을 받침. <예>시래기국(x)/시래깃국(o); 근대국(x)/근댓국(o); 무국(x)/뭇국(o); 동태국(x)/o)동탯국(o); 북어국(x)/북엇국(o); 우거지국(x)/우거짓국(o); 고기국(x)/고깃국(o); 김치국(x)/김칫국(o). ②‘~고말고’는 ‘이고말고’와 ‘~고말고’의 두 가지 형태 모두 가능한 종결어미. 어미이므로 당연히 붙여 써야 하며, ‘~고말고≒~다마다’임. ¶기쁜 일이고말고(≒일이다마다); 나야 물론 좋고말고(≒좋다마다); 철수야 말할 것도 없이 오고말고(≒오다마다).
-기여코/기어이 : 한자어 관련 문제. ‘기어코/기어이’에 쓰인 ‘기어(期於)’는 모두 한자어다. 어근 ‘기어’를 살려 써야 한다. 낱말 공부할 때, 조금만 관심했으면 알 수 있는 것들.
◈그토록 쏘다니더니 그에/그얘 탈이 나고 말았다 : 그예의 잘못.
그예? 마지막에 가서는 기어이. [어원]그여이<긔여이←긔어(期於)+-이.
-깨끗히/깨끗이 : 형용사에서 나온 전성 부사 표기 시의 ‘–이/-히’ 구분 문제. 이와 관련하여, 특히 ‘-이’로 표기해야 하는 경우들에 대해서는 아마 이곳에서 열 번 가까이 다루지 않았을까 싶다. 여러 번 전체 부분을 전재하였으므로, 오늘은 해당 부분만 짧게 전재한다.
◈♣‘-이’로 끝나는 부사들 중 유의해야 하는 것들
[예제] 모를 너무 빽빽히 심었다 : 빽빽이의 잘못. [어간 받침이 ‘ㄱ’]
모를 너무 촘촘히 심었다 : 맞음. [어간 받침이 ‘ㅁ’이지만 예외]
근근히 살아가고 있지 : 근근이의 잘못. [한자 첩어+‘이’]
곰곰히 생각 좀 해 봐 : 곰곰이의 잘못. [부사+‘이’]
(1)형용사 어미가 ‘-하다’인 것 중 : 표준 발음이 ‘이’이며, 어간 받침이 각각 ‘ㄱ/ㅁ/ㅅ’임.
①어간 끝(받침)이 ‘ㄱ’인 경우 : 가뜩이(≒가뜩)/가뜩가뜩이(≒가뜩가뜩)/가직이/갭직이/갭직갭직이(≒갭직갭직)/걀찍이/고즈넉이/그윽이/길쭉이/깊숙이/끔찍이/나직이/나지막이/납작이/느지막이/멀찍이/비죽이/빽빽이/삐죽이/뾰족이/삐죽이/수북이>소복이/오뚝이/자옥이/자욱이/축축이>촉촉이/큼직이/히죽이.
②어간 끝이 ‘ㅁ’인 경우 : 걀쯤이/갸름이/야틈이. <예외>촘촘히(o)/황감히(惶感-)(o)/꼼꼼히(o).
③어간 끝이 ‘ㅅ’인 경우 : 가붓이<가뿟이/거뭇거뭇이(≒거뭇거뭇)/깨끗이/꼿꼿이/꿋꿋이/나붓이/남짓이/느긋이/둥긋이/따듯이/따뜻이/또렷이/뚜렷이/반듯이<번듯이/버젓이/비슷이/빳빳이/뻣뻣이/산뜻이/오롯이/오붓이/의젓이/지긋이.
-때 묻은/때묻은 : 복합어 여부의 문제. ‘때묻다’는 없는 말.
◈때묻지 않은 순결한 아이 같다 : 때 묻지의 잘못.
[참고] 코묻은 돈 알겨먹기지 뭐 : 코 묻은의 잘못. ←‘코묻다’는 없는 말.
[설명] ‘때묻지’가 성립하려면 ‘때묻다’가 있어야 하는데, 없는 말. 복합어 요건인 특정 의미(글자 그대로의 뜻 외의 다른 뜻)가 없음. 즉, ‘때묻다’는 ‘때 묻다’의 잘못. ‘살림때가 묻다’와 같은 경우를 생각해 보면, ‘때(가) 묻다’ →‘때 묻다’의 두 낱말임을 쉽게 알 수 있음. ‘코 묻다’ 역시 이와 같음. (예) 때 묻은 왕사발 부시듯 : 대수롭지 않은 일을 크게 벌임을 뜻하는 속담.
-걷히고/걷치고/거치고 : ‘걷히다’는 ‘걷다’의 피동사이고 ‘거치다’와는 뜻이 다르다. 아울러 ‘거치다’와 ‘걸치다’의 뜻 구분도 중요하다. 앞으로도 예문을 달리하여 출제 가능성이 매우 높은 말.
◈총 다섯 시간에 거친 마라톤 회의 끝에 : 걸친의 잘못. ←걸치다[원]
대구를 거쳐 부산으로 갔다 : 맞음 ←거치다[원]
[참고] 요샌 세금이 잘 걷친다고/거친다고 한다 : 걷힌다고의 잘못. ←걷히다[원]
[구별] ①고등학교를 거쳐(o) 대학으로 간다. ②여러 차례에 걸쳐(o) 뇌물을 받은 그; 열 시간에 걸쳐(o) 회의가 진행되었다.
[설명] ‘거치다’와 ‘걸치다’는 아래와 같이 뜻이 다른 말. ‘걷히다’는 ‘걷다’의 피동사.
거치다? ①무엇에 걸리거나 막히다. ¶칡덩굴이 발에 거치다. 돌멩이에 거치다. ②마음에 거리끼거나 꺼리다. ¶이제 특별히 거칠 문제는 없다. ③오가는 도중에 어디를 지나거나 들르다. ¶대구를 거쳐 부산으로 가다; 목로주점을 거쳐 장터거리로 나섰다. ④어떤 과정/단계를 겪거나 밟다. ¶학생들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심사를 거치다 ⑤‘손을’과 함께 쓰여, 검사하거나 살펴보다. ¶편지는 사감 선생님의 손을 거쳐야 했다; 푼돈마저도 할아버지의 손을 거치게끔 돼 있었다.
걸치다? ①지는 해/달이 산/고개 따위에 얹히다. ¶서산 마루에 걸쳐 있는 해. ②일정한 횟수나 시간/공간을 거쳐 이어지다. ¶이틀에 걸친 전투는 끝이 났다. ③가로질러 걸리다. ¶빨랫줄이 마당에 걸쳐 있다; 전선이 전봇대 사이에 걸쳐 있다. ③어떤 물체를 다른 물체에 얹어 놓다. ¶탁자 사이에 판자를 걸치다. ④옷/ 착용구/이불 따위를 아무렇게나 입거나 덮다. ¶몸에 누더기를 걸친 걸인;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 급한 나머지 속옷 위에 그냥 외투를 걸치고 나갔다. ⑤음식을 아무렇게나 대충 먹다. ¶술 한잔을 걸치다; 아침을 대충 걸치다.
걷히다? ①‘걷다(구름/안개 따위가 흩어져 없어지다. 비가 그치고 맑게 개다)’의 피동사. ②‘걷다(늘어진 것을 말아 올리거나 가려진 것을 치우다. 깔려 있는 것을 접거나 개키다)’의 피동사. ③‘걷다(‘거두다 ’의 준말)’의 피동사.
-건넌마을/건넛마을/건너마을 : ‘건넌-’과 ‘건넛-’의 뜻 구분 문제. 기본적이지만 일상생활에서 자주 헷갈린다. ‘건넛-’은 ‘건너편에 있는’ 것에, ‘건넌-’은 ‘바로 이웃하여 있는’ 것에 쓴다. 다만, ‘건너편’만은 받침이 없다. 유행가 가사에 쓰인 ‘건너마을의 최 진사댁’ 표기는 ‘건넛마을’의 잘못이다. 이처럼 유행가 가사에는 맞춤법에 어긋나는 표현들이 아주 많으니 조심해야 한다.
요즘 영상 문제로 출제되는 것들의 상당수가 앞으로 잘못된 가사 고치기로 이어질 수 있다.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녹슬은 기찻길아’, ‘설레이는 내 마음’, ‘소란스런 날들을 뒤로 하고’... 등에서 밑줄 그어진 곳들은 모두 잘못된 것들이다. 연습 삼아 올바른 표기로 고쳐 보시기들 바란다.
◈개울 건너 저 산 아래 건넌집에 좀 다녀와라 : 건넛집의 잘못.
건넌집? 이웃하여 있는 집들 가운데 한 집 또는 몇 집 건너서 있는 집.
건넛집? 건너편에 있는 집.
건넌방[-房]? 안방에서 대청을 건너 맞은편에 있는 방.
건넛방[-房]/건넛산[-山]? 건너편에 있는 방/산.
건넛마을? 건너편에 있는 마을.
-널자마자/널자 마자 : 지지난번에 다뤘던 연결 어미 문제. ‘-자마자’는 어미이므로 붙여 적어야 한다. 단, 이와 비슷한 꼴의 ‘-나 마나’는 어미가 아니다. 주의해야 한다. 앞으로 출제 가능성이 높은 것 중 하나. 전문을 여러 번 전재했으므로, 설명 부분을 생략하고 해당 어미들만 보인다.
◈♣주의해야 할 어미 : 어미이므로 어떠한 경우에도 어간에 붙여 적음.
<예> 크나큰 은혜(‘-나 -ㄴ’); 크디큰 나무(‘-디 -ㄴ’); 얼어 죽을망정(‘-ㄹ망정’); 뭐라도 할라치면(‘-ㄹ라치면’); 시키는 대로 할밖에/내놓으라면 내놓을밖에(‘-ㄹ밖에’); 재주도 없을뿐더러(‘-ㄹ뿐더러’); 죽을지언정(‘ㄹ지언정’); 밥도 먹지 못하리만치(≒못하리만큼); 지나치리만큼 친절하다; 너는 학생이니만큼; 모두 다 내놔야만 할진대(‘-ㄹ진대’); 서울에 가거들랑(‘-거들랑’); 내가 주인일세말이지(‘-ㄹ세말이지’); 뱀까지 잡아먹을쏘냐(‘-ㄹ쏘냐’); 저걸 드릴깝쇼(‘-ㄹ깝쇼’); 뭘 해야 할지 몰라(‘-ㄹ지’); 모두 다 알다시피(‘-다시피’); 입사하자마자(‘-자마자’) 부도라니; 말할 것도 없이 좋고말고(‘-고말고’); 죽는 일이 있더라도(‘-더라도’); 확인한바(‘-ㄴ바’) 사실이더군; 곧 해드릴게요(‘-ㄹ게’).
◈먹으나마나, 하나마나, 보나마나 : 먹으나 마나, 하나 마나, 보나 마나의 잘못.
[설명] 이것들은 모두 별개의 동사인 ‘먹다/하다/보다’와 ‘말다’의 어간에 ‘-(으)나’의 활용어미가 붙은 것들로서 각각의 낱말 연결일 뿐임. 낱말들은 띄어 적는다는 원칙에 따라서 띄어 적어야 함. 즉, ‘-나 마나’로 적어야 함.
[주의] ‘-자마자’는 어미임 : ‘떠나자마자, 먹자마자, 오자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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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인 도전 문제가 은근히 까다롭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맞춤법 자체를 엄청 까다로운 것으로 여기고 보는 선입견이 문제다. 여러 번 말했듯, 걷어붙이고 달려들어서 조금만 체계적으로 훑어보면 정복하지 못할 것 없다.
맞춤법 문제는 큰 틀 기준으로 50여 개 정도의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유형별로 거기에 해당되는 낱말이나 어군들을 익혀 두면 그다지 크게 걱정할 것 없다. 원칙을 이해하고 적용 낱말들을 거기에 연결시키는 방식이 공부 효율 높이기는 물론 시간 절약에도 아주 좋다. 원칙들이 잘 정리되면 암기 효율도 저절로 높아지고... 특히 달인의 꿈을 이루고자 몇 년에 걸쳐 공부해 오시는 분들에게, 이 말을 꼭 해드리고 싶다.
그 다음에 아주 중요한 것 하나. 익힌 다음에는 일상생활에서 꼭 이 맞춤법을 실천/활용해 보는 일이다. 카톡이나 문자를 보내더라도 띄어쓰기와 맞춤법을 신경 써서 하다 보면 이내 몸에 익는다. 하면서 궁금한 것이 있으면 꼭 확인하는 습관을 붙이면 저절로 복습도 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약점이 드러나 보완하게도 된다.
얼마 전 날씨가 꽃샘추위와 더불어 롤러코스터만 같을 때 어느 분이 말했다. ‘그래도 느실느실 봄은 오고 있다고’. 그렇다. 이제 춘분도 지났다. 지난 주말 마지막으로 가을 냉이를 캐러 나갔는데, 날씨 탓인지 다다음주쯤까지는 가을 냉이 맛을 계속 볼 수 있을 듯하다. 봄 냉이들은 대체로 아직도 어린 편이고. (어린 것들은 냉이 맛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
나는 냉이 예찬론자다. 냉이에 관한 잡문을 여러 편 긁적였을 정도로. 특히 가을 냉이의 그 깊은 맛 앞에서는 차렷 자세가 된다. 그 혹독한 겨울을 그 어린 것들이 버텨낸 그 곡진한 사투가 읽혀서다. 공부는 그런 냉이의 사투에 비해, 누워 떡 먹기가 아닐는지. 목숨까지 걸지 않아도 되고, 잘하면 아주 즐거운 언어 답사 여행도 되므로. 여행은 장소를 옮기는 게 아니라 생각/시선을 옮기는 것이라고 누가 말했더라.
성실하고 겸손하게 방방곡곡에서 우리말 공부에 매진하시는 분들에게, 그리고 그 대열에 합류하실 모든 분들에게, 행운이 함께하시길 기원한다. 마음으로 냉잇국 한 그릇씩을 전하면서... [끝]
<고급 한국어 학습 사전> 2015 개정판
-우리나라의 중대형 종이 국어사전 중 유일하게 2000년대 이후의
<표준국어대사전> 수정 내용을 반영한 사전. 2015년 3/4분기까지의
변경 내용이 담겨 있다. 300여 어휘가 이에 해당된다.
여타 사전들은 개정판이 아니라 단순히 증쇄(늘려 찍어내기)만 한 것들.
안타깝게도, 대형 출판사들의 국어사전 편집팀들이 해체된 지도 10여 년이 넘는다.
<달인의 띄어쓰기.맞춤법> 2016 개정판
-70여 쪽이 증면된 개정판이 나왔다.
500여 문례를 추가 보충했고,
그동안 바뀌어진 뜻풀이/용례/복수표준어/문장부호 등을 반영하여 수정/보완했다.
우리나라에서 발간된 맞춤법 책자 중
이러한 변경사항들이 반영된 것은 현재로선 유일하다.
우리말 겨루기 611회(2) : 영어 교사보다 역무원을 택하신 이종욱 님의 우승을 축하합니다! (0) | 2016.03.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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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겨루기 609회 : 문제 풀이 쉽니다. 봄 기획(방송계에서 활약하는 10대들의 잔치) (0) | 2016.03.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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