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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하고’ 와 ‘해야 되고’의 차이가 무엇인지요?

우리말 공부 사랑방

by 지구촌사람 2017. 3. 10.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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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하고해야 되고의 차이

 

[질문]

"해야 하고" "해야 되고"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서

1) 출근도 해야 되고, 책도 봐야 되고, 점심도 챙겨 먹어야 되고

2) 출근도 해야 하고, 책도 봐야 하고, 점심도 챙겨 먹어야 하고

 

제 입에는 1번 문장이 더 익숙합니다. 그런데 2번으로 써도 문맥을 이해하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하다""되다"가 합쳐진 "해야 되고"라는 말이 올바른 표현인가라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어떤 표현이 올바른 우리말인지 궁금합니다. 아니면 "해야 되고""해야 하고"를 대신할 수 있는 순수한 우리말이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답변]

우리말 쓰임새에 주목하시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우십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둘 다 쓸 수 있습니다.

 

'해야 하다에는, ‘-어야 하다구성으로 쓰여, 앞말이 뜻하는 행동을 하거나 앞말이 뜻하는 상태가 되는 것이 필요함을 나타내는 보조 용언 하다가 쓰였고, ‘해야 되다에는 ‘-어야다음에 쓰여, ‘어떤 일이 이루어져야 하다.’라는 뜻을 나타내는 동사 되다가 쓰인 것입니다. 하지만, 뜻풀이에서 보듯 이 두 말이 나타내는 뜻에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 둘 다 문법적으로나 쓰임의 면에서나 적절하고 또 별 차이가 없습니다.

 

그런데, 위와 같이 대체로 행위성 명사나 동사 뒤에서 쓰일 때는 다소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이 쓰임은 다음과 같은 예문들에서 보듯 형용사 활용이라든가 다른 동사들과 연결했을 때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보기>

부모님께 효도해야 하는데 마음먹은 대로 잘되지 않는다./주방은 늘 청결해야 한다./사람은 그저 건강해야 한다./나의 신부는 예뻐야 된다./이 일은 반드시 이달 안으로 끝내야 됩니다./우리들은 모든 국민이 행복하게 살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말에서 형용사의 명령형, '건강해라'/예뻐라/행복해라' 따위가 허용되지 않고 있는데, 이때 위와 같은 점을 이용하여 '건강해야 한다(된다)/예뻐야 한다(된다)/행복해야 한다(된다)' 등으로 그 제약을 피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유용한 쓰임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해야 한다'의 구문이 이상해 보이는 것은 앞에도 '하다'가 들어 있고 뒤에도 '하다'가 있어서입니다. 앞에 쓰이는 '하다'는 명사 뒤에 붙어서 용언을 만드는 접미사이고 (: 사랑하다, 생각하다, 건강하다, 건전하다, 효도하다, 축하하다...), 뒤의 경우는 보조용언인데 그 표기가 똑같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 전혀 쓰임이 다른 것들인데도 그 표기가 동일하기 때문에 이상해 보이는 것일 뿐이지요.

 

결론적으로, 두 가지 모두 상황에 맞게 적절히 사용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용법을 대체할 수 있는 순수한 우리말은 제가 알기로는 없습니다. 이 말들 자체가 순수한 우리말이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끝으로 참고삼아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요. 유명 작가 김수현 님이 구사하는 대사를 보면 유독 해야 한다라는 표현을 애용(?)합니다. ‘늦었어. 나 지금 집에 가야 해; 싫더라도 그건 네가 해야 해; 남자들은 입으로만 하는 천연물 종족이니까, 집안일은 여자들이 죄다 알아서 해야 해... ’ 등등에서처럼요. 이런 경우 해야 해의 자리에 해야 돼를 쓸 수 있음에도 모두 해야 해를 애용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해답의 단초는 하다되다의 뜻풀이에도 조금 들어 있습니다. ‘하다는 행동을 하긴 하는데, 앞말이 뜻하는 상태가 되는 것에 필요한 정도로만 합니다. ‘되다는 어떤 행동을 해서 그걸 이루어낼 정도로 확실하게 하는 것을 암시합니다. 따라서, 적극성/확실성/완결성과 간접적 강요의 면에서는 되다하다보다 한 발 더 나아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언어에 화자의 의사/의도가 개입될 경우, 그 정도에 따라서 언어심리학에서는 언어를 중립적 언어, 주관적 언어로 구분하는데 하다는 비교적 중립적 언어라 할 수 있고, ‘되다는 주관적 언어에 속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페미니스트계의 대모이기도 한 김수현 님의 경우는 (머리와 입으로) 지적은 하되  행동은 여전히 남성들에게 의존하는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그녀가 즐겨 쓰는 언어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절대로, 반드시, 필히, 기필코, 결단코...’ 등과 같은 말들을 주관적 강성 언어라고 하는데, 될 수 있으면 이런 말들은 일상생활에서 사용을 자제하거나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말을 애용하는 사람들일수록 성격 형성이나 행동 선택에서도 단호함을 더하여 강요적인 태도를 보이고 제시적이고 단언적/판단적인 성향을 보이게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언어가 그 사람이기 때문이죠.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서 그 사람의 성격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랍니다. - 溫草

[Mar.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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