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斷想] 최순실의 ‘국정 농단’은 잘못. ‘국정 전횡’이나 ‘국정 짓주무르기’, 혹은 ‘사익 농단’이 맞는 말
요즘 우리나라를 휩쓸고 있는 말이 ‘최순실의 국정 농단’이 있다. 최순실이 마치 섭정처럼 박 대통령의 뒷전에 앉아서 멋대로 국정 전반을 휘저으며 사리사욕을 채웠다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농단(壟斷/隴斷)’은 그런 의미가 아니다. 잘못이다. ‘농단’의 ‘농’을 ‘농(弄)’으로 알고 거기서 ‘멋대로’나 혹은 ‘속여서’의 의미를 유추한 것 아닌가 싶다.
‘농단(壟斷/隴斷)’은 본래 ‘깎아 세운 듯이(斷) 높은 언덕(壟)’을 뜻한다. 거기서 ‘이익이나 권리를 독차지함’을 뜻하는 말이 되었다. 어떤 사람이 시장에서 높은 곳에 올라가 사방을 둘러보고 물건을 사 모아 비싸게 팔아 상업상의 이익을 독점하였다는 데서 유래하는데, ≪맹자≫의 <공손추(公孫丑)>에 나오는 말이다.
그러므로 ‘국정 농단’이라는 말은 국정의 이익이나 권리를 독차지한다는 말이 되어, 어색하다. 국가 돈이나 국가사업에서 생기는 이익이나 권리를 독차지한다면 몰라도. 국정을 제 마음대로 하는 것은 ‘국정 전횡(專橫)’이라고 해야 한다. ‘전횡(專橫)’은 권세를 혼자 쥐고 제 마음대로 함을 이른다. 사전에서는 ‘독선적 행위’, ‘마음대로 함’으로 순화하자고 하고 있다.
한걸음 물러서서 이를 ‘국정 농락(籠絡)’으로 표현할 수도 있지만, ‘농락’은 본래 ‘남을 교묘한 꾀로 휘잡아서 제 마음대로 놀리거나 이용함’의 뜻으로, 농락의 대상이 사람이어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물론 최순실은 박 대통령을 ‘농락’하여 국정을 좌지우지했지만, 그걸 곧장 ‘국정 농락’으로 표현하기에는 어법상 좀 무리가 있다. '국정 개입'이 적절할 듯하다.
‘국정 전횡’을 ‘국정 (짓)주무르기’나 ‘국정 휘주무르기’로 표현할 수도 있다. 다만 언어 경제학상 또는 조어법상 짧은 어절의 ‘전횡’이 어울리기 때문에 고유어 표기는 다소 불편할 수도 있다.
암튼 제대로 알고는 써야 한다. 최순실의 경우, ‘국정 농단’은 부적절하고, 국정을 제멋대로 휘주무르는 경우는 ‘국정 전횡’이 올바른 표현이라는 것을. - 溫草
[Nov.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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