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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존(惠存)’과 ‘혜감(惠鑑)/혜람(惠覽)’

우리말 공부 사랑방

by 지구촌사람 2017. 3. 1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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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존(惠存)’혜감(惠鑑)/혜람(惠覽)’

 

책자 하나를 받았다. 속지 첫 장에 늘 대하는 낱말 하나가 자리 잡고 있다.

최종희 선생님 혜존(惠存)’

 

연만하신 데다 면역결핍증으로 고생해 왔음에도 공부와 글쓰기를 손에서 놓지 않는 분인데, 자비 출판으로 두 번째 수필집을 만들어 보내오신 것출간 소식을 알리면 내가 서점으로 갈까 싶어 책부터 먼저 보내오셨다.

 

문자로 답을 보냈다.

축하드립니다. 시키신 대로 혜존하지는 않고 혜람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흔히 자신의 저서를 증정할 때 열에 아홉은 혜존(惠存)’을 쓴다그런데 이 말은 받아 간직하여 주십시오.’라는 뜻이다그 말을 충실히 따르자면, 읽지는 않고 간직만 해도 된다(실제로 시킨 그대로(?) 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긴 하다.)


그래서 내가 우회적으로 혜람(惠覽)’이란 말로 답을 한 것혜람(惠覽)은 혜감(惠鑑)과 같이 잘 보아 주십시오.’ ‘헤아려 봐 주십시오의 뜻이다그 말대로 하려면, 최소한 읽어는 봐야 한다.

 

*

혜존(惠存)’이 쓸 수 없는 말이란 뜻은 아니다다만, 글을 쓰는 이들은 낱말 하나에도 반드시 자신의 손길이 미쳐야 한다. 검증을 해야 한다.

 

남들이 쓴다고 해서 그냥 무임승차를 해선 곤란하다그 피해는 고스란히 자신에게 돌아온다낱말 하나도 건질 게 없는 책은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낱말, 타인들에게도 감동으로 다가가는 말은 글쓴이의 몸수고로 거둔 것들이다.

 

나는 맞춤법을 대충 무시한 용감한(?) 책들은 아예 던져버린다더 읽어볼 필요조차 없는 것이 그런 이들은 겉멋부터 든, 뿌리 없는 말장난꾼들일 때가 대부분인 까닭이다사랑 받지 못하는 이들이 써대는 연애소설 격.

 

언어에 고스란히 담기는 자신의 정신적 궤적을 두려워하지 않거나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는 글을 쓰지 말아야 한다목숨을 걸고 <혼불> 쓴 최명희 님이 호암상 수상식에서 말했다언어는 정신의 지문이라고.  자신의  넋이 찍히는 그 무늬를 어찌 함부로 할 수 있겠는가고.          -溫草

                                          [Mar.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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