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내미/정나미’에 쓰인 ‘-내미/나미’의 어원
‘딸내미’와 ‘정나미’는 각각 ‘딸+내미’와 ‘정+나미’로 분석된다. 이때 ‘내미’는 ‘나미’가 움라우트 현상으로 변화된 것으로, ‘나미 →(움라우트) →내미’. 즉, ‘내미’와 ‘나미’는 같은 뿌리에서 연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나미’를 흔히 ‘정내미’로 발음하는 것도 그러한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
여기에 쓰인 ‘나미’는 ‘나다(産/出)’의 명사형 ‘남(産)+이(접사)’에서 온 것이 아닌가 한다. '남+이' → '나미'로 변화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이'는 ‘사람’, ‘사물’, ‘일’의 뜻을 더하고 명사를 만드는 접미사로서, ' 때밀이/재떨이/옷걸이/젖먹이' 등에서와 같이 쓰인다. ‘나다’는 땅 위로 솟아나거나 새로 돋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접사 '이'가 붙은 '남이'는 (땅) 위로 (새로) 돋은 것을 뜻한다. '남' 뒤에 '것'을 뜻하는 '-이'를 붙인 것인데, 지금은 홀로 쓰이지 못하므로 '남이(나미)'가 접사 기능으로만 남았다.
'나다'의 명사형으로 위로 새로 솟아남을 뜻하는 ‘남’은 ‘나무’와도 연관된다. 그 기원은 산스크리트 어로 올라가는데, '남'은 굽다(曲)와 돋아오르다(生)를 뜻했다. 이 말이 몽고를 거치면서 나무는 '나마/남기'로, 나물은 '남시/남새' 등으로 분화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말에도 그 흔적들이 남아 있다. '남새'는 지금도 채소를 뜻하는 고유어 대우를 받고 있고, 나무를 뜻하는 각지의 방언에 '남그/남긔/남구' 등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우리의 고어에서도 나무를 ‘남[나모]’으로 표기했다. 용비어천가의 ‘불휘 기픈 남 ’에 보이는 ‘남’이 그 좋은 예다. 용비어천가에는 ‘나모’라는 표기도 함께 쓰이고 있다. 또한 ‘남’이 ‘나무’를 뜻하는 흔적은 요즘의 말에도 남아 있다. 예전에 형장으로 쓰이던 한강변의 ‘새남터’를 지금도 간혹 ‘새나무터’라고 하는 것이 그 증좌다. 아울러, 혼령 천도 굿인 ‘지노귀새남’을 줄여서 ‘새남’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이때는 혼령으로 하여금 좋은 곳으로 가서 새로 나(産/出)라는 뜻을 함축한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남'과 '나무'는 음운변이에 따른 이형동의어다. '삵/살쾡이', '무ㅜ/무수/무우/무' 등에서와 같다. ['무ㅜ'에 쓰이는 초성은 'ㅿ'(반시옷)]
정리하자면, ‘딸내미’와 ‘정나미’에 보이는 '내미/나미'는 ‘나다’의 명사형 '남'에서 기원한 '남'이 ‘남+이’를 이룬 뒤 연음화를 거쳐 ‘나미/내미’의 꼴로 변화한 것으로 본다. 그 뒤에 각각 ‘딸’과 ‘정’의 뒤에 접사로 붙여 쓰였다. 즉, ‘나미/내미’는 ‘나다 →남/나무 →남+이 →나미/내미’의 과정을 거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요컨대 ‘딸내미/아들내미’는 각각 ‘(나의/누구의) 딸/아들로 태어난 것’이라는 의미로부터 그 딸/아들을 귀엽게(은근히 소중하게) 여기려는 뜻을 담게 되었고, ‘정나미’는 정이 새로 돋은 것이라는 의미로부터 애착의 뜻으로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
‘정나미(o)/정내미(x)’지만 ‘딸내미(o)/아들내미(o)’인 것은 수의적 교체로 보이는데, 내 생각엔 한가지로 통일할 필요가 있다. 언중들을 괴롭히는 일이 되고 있으므로. 움라우트를 인정하여 '정내미'로 통일하는 쪽을 추천하고 싶다. -溫草
[추기] '나다'와 비슷한 말로 '낳다'가 있다. 이 '나다'와 '낳다'의 제일 큰 차이는 전자는 주로 식물에 자동사로, 후자는 동물에 타동사로 쓰인다는 점이다. 물론 비유적으로는 구분 없이 쓰일 수 있다. 이 '낳다'도 '것/일' 등을 뜻하는 접사 '-이'를 붙여 쓰는데, 받낳이(예전에, 실을 사들여서 피륙을 짜던 일), 봄낳이(봄에 짠 무명), 실낳이(紡績), 애낳이(아이낳이. 여자가 아이를 낳는 일의 준말)... 등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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