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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대통령 선거의 부수입과 부작용

[내 글]슬픔이 답이다

by 지구촌사람 2017. 5. 6.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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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대통령 선거의 부수입과 부작용

 

사전투표에 1100만 명이 참여하여, 투표율이 26%를 넘겼다. 그로 보아 이번 대선의 전체 투표율이 80%를 넘길 것이라는 성급한 예측도 나온다. 이번 대선에서 거두게 될 최대의 부수입일 듯하다.

 

이 열기의 바탕에 담긴 생각과 느낌들을 정리하면 대략 5가지쯤 되는 듯하다. 첫째는 촛불의 여운이다. 한 표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흔히 인용되는 플라톤의 말, ‘정치에 무관심해서 받게 되는 가장 큰 피해는 나보다 못한 이들에게 지배받는 것을 제대로 절감/체감한 국민들의 분발 덕분이다.

 

본 투표보다 편했던 점도 적지 않게 작용했다. 아무 데서나, 사전 신고 없이 그냥 편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컸다. 또 이미 확정한 표심을 굳이 늦출 필요가 없다는 생각들도 거들었다. 티브이 토론 등을 통해서 후보들을 읽어낸 자신의 주체성을 또렷이 드러내고 싶어했다. 한마디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성숙한 시민 의식, 정치 참여 의식의 덕택. 또 한 가지는 SNS에 유행처럼 번진 투표 인증샷도 크게 투표 독려에 기여했다. 나도 한 몫을 해냈다는 걸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길이자, 1인 매스컴의 부가적 위력도 가세했다.

 

장미 대선 기간에 끼어 있는 황금연휴도 한몫했다. ‘미리 투표하고 편하게 놀러가자!’라는 캐치 프레이즈는 떠나는 이들에게 덤으로 주는 기분 상향제였으리라. 다만, 해외 출국자들의 행태 일부는 좀 여전히 씁쓸하지만... 인천공항 사전투표소에 40분 넘게 줄을 서서라도 한 표를 찍고 떠나려는 가상한(?) 국민들보다 훨씬 더 많은 무수한 사람들이 그 투표소에 눈길도 주지 않고 이 나라를 벗어났다. 55일의 출국자 기준으로 10여 만 명의 최대 인원이 떠나면서, 투표자 수는 2만 명이 되질 않았다. 해외 출국자 기준으로는 투표율이 20%도 되지 않았다. 투표소를 그냥 지나친 이들이 80%였다. 심지어 장사진에 손가락질까지 하면서, 이 나라 꼴 보기 싫어서 떠난다는 말까지 뱉은, '정말 잘났어' 족도 적지 않았다.

*

개인적으로 거둔 부수입은 좀 씁쓰레하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서는 볼 수 없었지만, SNS 쪽과 같은 곳에서 대한 몇몇 사람은 2번 후보를 강추하거나 추동하고 있었다. 세상에... 나는 투표에 관한 한, 늘 각자의 판단을 존중해 왔다. 심지어 아내에게도 투표가 끝난 뒤 누구를 지지했느냐고 물은 적이 없다. 그것이야말로 개인에게 독점적인 소중한 고유 권리이므로. 하지만, 2번 선택은 아니다.

 

돌아보니 그동안 나는 한 번도 1번을 찍은 적이 없다. 다수당이라는 걸 생래적으로 싫어하기도 하지만, 그 안에 섞여 가려는 이들이 해 온 행태를 익히 목도해 왔기에. 나는 후보도 고려하지만, 그를 상품화하는 패거리들의 속셈 쪽을 더 관심해 왔다. 이명박과 박근혜의 뒤에서, 혹은 노무현의 뒤에서 정작 이 나라에 필요한 정의 구현의 대목에서는 잊지 않고 자신들의 정치적 목숨부터 챙기는 이들의 모습을 나는 잊지 않고 기억해 왔다.

 

이번에 안희정이 나왔더라면 나는 주저 없이 그를 선택했을 것이다. 實事求是 利用厚生의 실학 정신을 내가 제일 좋아하는 데다가, 대선 후보들이 낸 수많은 저서 중 유일하게 대필작가를 동원하지 않은 그의 저술을 나는 예전부터 읽어왔고, 그의 지사 재임 시절 행동(실천) 방식에 주목해 왔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나는 실천력이 뒷받침된 그의 중용과 포용 정신에 감탄하고 대환영했다. 선거 후 분열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이었기에...

 

나는 안철수와 유승민의 저서들 또한 빼놓지 않고 접해 왔고, (문재인을 포함하여) 그들의 그간 어록 모두를 몇 달에 걸쳐 채집까지 했던 나로서는, 이 셋 모두를 한꺼번에 끌어안는 길은 없을까 하는 생각까지도 했었다.

 

*

 

유권자가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 설정은 그들의 권리다. 그 권리를 존중한다. 하지만, 거기에 적용된 사유들 중에, (미안한 얘기지만) 나와는 전혀 맞지 않는 심정적/단편적 기준들 앞에서는 몹시 불편해진다. 호불호를 논하더라도 좀 논리적이었으면 좋겠다.

 

후보들의 저서 한 권이라도 읽어보면 좋겠지만, 국민 개개인에게 후보 공부를 책으로 하라고 하는 건 무리다. 책으로 공부를 하지는 못하더라도, 티브이 토론만이라도 제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경청한 뒤 비교 분석을 거쳐 객관적으로 논하는, 그런 최소한의 일은 해냈으면 좋겠다. 그것이 이 나라의 대통령을 뽑는 중대 행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제대로 된 유권자가 되려면 그런 예의도 필요하다. 이제는...

 

선거 후 시작될 분열과 대치의 조짐이 벌써부터 보인다. 또 다른 형태의 국민 분열이 시작될 것만 같다. 그것도 이제는 국민들의 가슴 안쪽에서 응어리로 엉기거나 곪을 듯해서 정말 걱정된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 손가락질들을 해댈 것 같아서, 그게 두렵다.

 

후유증이 제대로 극복되지 못하고 쌓인 채 부패되어, 또 다른 정치 태풍으로 돌아오는 일이 제발 없었으면 좋겠다. 그것이야말로 참으로 두려운 폭발이다. 어떤 재앙보다도 더 무서운... 이번에는 편이 갈린 국민들이 서로 네 탓이다를 외치면서 마주 서서 헐뜯고 무시하고 경멸하고 짓밟으려 들게 될 터이므로. -溫草

[May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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